객석 붉게 물들인 '동백꽃 아가씨'

    입력 : 2017.08.28 03:04

    국립오페라단, 야외 오페라 선봬
    화려한 원색 대형 LED무대 압도… 어설픈 장면전환·피날레 아쉬워

    푸른색 소매 없는 관복 차림으로 부채를 펼치며 '축배의 노래'를 부르는 알프레도, 붉은색 치마저고리를 입은 비올레타.

    26일 서울 올림픽공원 88잔디마당에서 선보인 국립오페라단 야외 오페라 '동백꽃 아가씨'는 베르디 대표작 '라 트라비아타'에 한국적 색채를 입힌 대담한 시도였다. 조선 후기로 배경을 옮긴 '동백꽃 아가씨'는 무대와 의상 등 볼거리로 압도했다.

    가로 28m, 세로 8m 크기의 대형 LED 스크린엔 나비가 꽃에 날아드는 조선 민화와 책가도 등 붉고 푸른 원색이 물결 쳤다. 연출과 무대, 조명까지 도맡은 패션 디자이너 출신 정구호의 창의력이 돋보이는 장면이었다. 하지만 장면 전환이 부자연스럽고, 3막 비올레타의 죽음 같은 피날레가 어설프게 처리되는 등 약점도 눈에 띄었다. 야외 오페라 특성상 중간 휴식 없이 2시간 동안 내달린 탓에 성악가들이 의상을 갈아입는 시간조차 충분치 않아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26일 서울 올림픽 공원 88잔디마당에서 올린 야외 오페라 ‘동백꽃 아가씨’ 중 3막 비올레타의 죽음 장면. 대형 LED 스크린에 붉은색 동백꽃을 담아 비장미를 더했다.
    26일 서울 올림픽 공원 88잔디마당에서 올린 야외 오페라 ‘동백꽃 아가씨’ 중 3막 비올레타의 죽음 장면. 대형 LED 스크린에 붉은색 동백꽃을 담아 비장미를 더했다. /국립오페라단
    함부르크 국립극장 전속 소프라노 이하영은 비올레타의 굴곡진 인생을 드라마틱한 목소리에 절절하게 담아냈다. 알프레도 역 테너 김우경은 2막 아리아에서 목소리가 갈라지는 등 컨디션 난조로 고전했다. 하지만 유럽 오페라극장서 이력이 난 성악가답게 무난하게 마무리했다. 파트릭 푸흐니에가 지휘한 프라임필하모닉 오케스트라는 LED 스크린에 가려 커튼콜 때에야 모습을 드러냈다. 이 때문인지 성악가들의 목소리에 비해 오케스트라 음향이 빈약하게 들렸다.

    전통 한복을 입은 성악가들이 이탈리아어로 노래하는 베르디 오페라를 보는 재미는 독특했다. 서양 예술인 오페라의 한국화 작업에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 시도라 할 만했다. 시작과 막간에 네 차례 등장한 탤런트 채시라는 내레이터 역 이상이었다. 고운 한복 차림에 장죽을 들고 온몸으로 줄거리를 선보였다. 땅에서 올라오는 흙냄새와 풀 내음을 맡으며 즐기는 야외 오페라는 여름밤의 별천지였다.

    이번 공연에는 26일과 27일 5000명씩, 1만 명이 들었다. 티켓 가격이 최고가 3만원으로 매표 수입은 2억원 안팎. 제작비 25억원에는 어림없는 수치다. '평창동계올림픽 성공 기원' 같은 명분 없이는 시도하기 힘든 대형 야외 오페라였다. 이 때문에 개막 몇 달 전까지 캐스팅을 확정 못 하고 우왕좌왕하느라 공연 완성도를 더 끌어올리지 못한 게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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