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피치 "삼성전자, 리더십 공백으로 장기 경쟁력 약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징역 5년형을 선고한 1심 결과를 두고 미국 뉴욕타임스는 "한국과 삼성이 터닝 포인트(전환점)에 있다"고 했다. 전환점은 좋은 의미와 나쁜 의미가 다 있다. 하지만 이 경우엔 부정적인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걱정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삼성은 심각한 리더십 위기에 직면한 반면, 중국은 수십억달러를 반도체 사업에 쏟아붓고 있어 삼성 반도체에 큰 위협이 될 것"이라고 했다. 국제 신용평가사들 역시 삼성전자의 신용등급을 당장 낮추지는 않겠지만 장기적으로는 문제가 될 것이라고 봤다. 신용평가사 피치는 "기술 변화가 급속히 이뤄지는 업계에서 리더십 부재로 중요한 투자가 지연돼 장기적 위험이 증대될 것"이라고 했다. S&P 역시 "전자산업의 빠른 변화 주기를 고려할 때 인수합병 등 주요 의사 결정이 지연돼 장기적으로 삼성전자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중국은 지난 몇 년간 디스플레이·스마트폰 분야에서 한국을 바짝 쫓아온 데 이어 이제는 반도체에 대규모로 투자를 하고 있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당장 4~5년 뒤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한다. 오늘의 삼성전자는 반도체와 스마트폰 등 불확실한 분야에 과감하고 선제적으로 투자한 덕에 만들어진 것이다. 외신들은 이런 의사 결정 자체가 불가능할 것이라고 본다. 연매출 200조원의 삼성은 우리나라 역사상 처음으로 세계 정상에 오른 글로벌 초일류 기업이다. 그 기업이 대통령 요구를 거부하면 보복당하고 들어주면 뇌물죄로 처벌받는다. 초일류가 '한국 정치'라는 3류, 4류의 덫에 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