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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00년전 바위로 만든 불가사의 도시…인디아나존스3에도 등장

  • 이복남 서울대 교수

    입력 : 2017.08.27 06:35

    1947년 태동한 한국 근대 건설 산업이 올해 70주년을 맞았다. 하지만 건설 산업에 대해서는 긍정보다는 부정, 발전보다는 쇠락하는 이미지가 더 강한 게 현실이다. 땅집고(realty.chosun.com)는 한국건설산업연구원과 공동으로 지금까지 인류 문명과 과학 발전에 기여한 기념비적 건축·구조물들을 발굴, 그 의미와 가치를 재조명해 건설산업의 미래를 생각해보는 기획물을 연재한다.

    [세상을 뒤흔든 랜드마크] 2600년전 바위를 깎아 만든 불가사의 도시

    2007년 7월 선정된 세계 신(新) 7대 불가사의에 요르단의 옛 수도 페트라가 포함됐다. 페트라는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1985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받을 만큼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는 고대 도시다. 페트라는 그리스어로 ‘바위’를 뜻한다. 페트라가 있는 요르단은 한때 아랍을 대표하는 나라였다. 요르단 국기의 3색(빨강·검정·초록)은 아랍의 옛 영광을 대표하는 3왕조(압바스·우미이야·타티마)를 상징한다.

    세계 신 7대 불가사의로 꼽힌 요르단의 고대 산악도시 '페트라'. 2600여년전 만들어진 이 도시에는 고대 이집트와 로마, 비잔틴 문화가 공존하고 있다. /조선영상미디어 이경민 기자

    페트라는 기원전 600년부터 100년까지 아랍계인 나바테아인에 의해 건설된 도시로 알려져 있다. 그 후에는 로마와 비잔틴의 지배를 받았지만 제4차 십자군전쟁 때 다시 아랍 땅이 됐다고 한다. 8세기 대지진 이후로는 외부 세계에 전혀 알려지지 않았으며, 1812년에야 스위스 탐험가에 의해 발견됐다. 지금도 페트라에 접근하기는 쉽지 않은데, 바로 이 점이 2600여년 전 건설된 도시가 현재까지 남아 있게 된 이유일 것이다.

    ■“폭 1~3m 협곡 3개 통과해야 비로소 만나”

    페트라는 요르단 수도인 암만에서 남쪽으로 약 150㎞ 떨어져 있어 접근이 쉽지 않다. 그럼에도 해마다 많은 관광객이 모인다. 이는 페트라에 남아 있는 문화유산인 각종 건축물과 시설물들이 역사적 가치와 큰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페트라는 바위를 의미하는 그 이름처럼, 바위산으로 둘러싸여 있다. 그런데 바위산으로 좁은 통로가 연결돼 사막의 대상(隊商)들은 반드시 이곳을 통과할 수밖에 없다. 교차지 역할을 하는 것이다.

    페트라는 해발 950m 높이의 산악 도시로서 최고 300m 높이의 바위산으로 싸여 있다. 바위산 자체가 건축물인 만큼 현존하는 건축물의 최고 높이도 300m에 달한다고 할 수 있다. 페트라는 물이 없는 사막 위의 도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원전 500년부터 서기 200년까지 700여년 동안 전성기를 누렸는데, 그 이유는 상수도를 건설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페트라는 폭 1~3m, 길이 1km가 넘는 좁은 협곡 3개를 통과해야 입구에 도착한다. /박종인 기자

    페트라 입구에 도착하려면 폭 1~5m, 높이 100m의 좁은 협곡 3개(협곡당 평균 길이 1㎞)를 통과해야 한다. 그만큼 외부 침입은 용이하지 않고 도시가 옛 모습 그대로 보전될 수 있었다. 페트라는 약 2600년 전 유목민 나바테아인에 의해 건설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놀랍게도 이렇게 오래 전에 건설된 도시의 유적 곳곳에서 현대 도시의 건축과 토목 기술의 흔적이 남아 있다.

    ■이집트·로마·비잔틴 양식의 조화

    페트라는 역사가 오래된 만큼 건축이나 각종 시설물의 양식이 3대 문명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고 한다. 최초에는 이집트와 메소포타미아 문화의 영향을 받았는데, 이집트 왕을 상징하는 파라오 신전이 나바테아인 고유의 건축물 양식과 함께 있다. 로마의 지배를 받은 뒤 로마 건축 양식과 비잔틴 양식 모두가 가미된 독특한 건축물들이 남게 됐다.

    오랜 세월 동안 사막의 모래 바람에 의해 훼손된 유적은 본래 모양이 아닌 독특한 형태를 지닌 건축물로 남아 있다. 건축 자재는 사막 지역답게 붉은색 모래가 유일하게 사용됐다. 모래로 만들어진 건축물이 모래 바람에 의해 오랜 세월 침식당하고 남게 된 형태는 이 유적들을 인간의 손이 아닌 자연의 창조물로 보이도록 해준다.

    페트라는 2000년 전에 완성된 도시이지만 포장 도로와 공중 목욕탕, 극장과 시장 등 현대 도시의 시설들을 다양하게 갖추고 있다. 최근엔 페트라의 발생 기원이 2600년보다 훨씬 빠른 7000년 전이라는 학술 연구 자료가 발표되기도 했다. 페트라에는 아직도 미발굴된 유적들이 남아 있다.

    페트라의 건축 양식은 나바테아인 고유의 문화와 건축 양식이 아니다. 그렇지만 이집트와 로마로 이어지는 다양한 문화가 융합된 건축 특성은 오히려 역사적 가치를 높이고 있다. 페트라가 전 세계적으로 관심을 끌고 있는 것도 바로 이러한 점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파라오의 보물 ‘카즈네피라움’

    현존하는 페트라의 대표적인 건설 명품으로는 단연 ‘카즈네피라움’이 손꼽힌다. 카즈네피라움은 그리스어로 ‘파라오의 보물’을 의미한다. 아랍인들은 카즈네피라움 정면에 있는 항아리 모양을 보물 단지로 믿고 있어 여기에는 훔친 흔적, 상처와 같은 사람의 손길이 발견된다. 그러나 고고학자들은 이를 보물단지가 아닌 나바테아왕인 하리스4세의 무덤으로 추정하고 있다.

    영화 '인디아나존스3'에 등장하는 페트라의 카즈네피라움 신전. 파라오의 보물이라는 의미가 있다. /조선일보 DB사진

    카즈네피라움은 우리에게도 익숙한 할리우드 영화에 등장했는데, 바로 ‘인디애나존스3’에서 주인공이 거대한 성문 안으로 진입하는 입구가 카즈네피라움이다. 카즈네피라움은 높이가 43m, 너비 30m로 6개의 돌기둥이 2층을 받치고 있다. 건축 양식은 기원전 331년에 융성했던 이집트의 알렉산드리아 건축으로부터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알렉산드리아 시대 헬레니즘 도시의 흔적이 배어 있는 것이다. 건축 연대는 정확하지 않고, 대략 기원전 84년부터 56년까지 재위했던 나바테아의 왕 아데테스3세에 의해 건설된 것으로 추측된다.

    카즈네피라움은 내부에 들어가면 남아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지만 페트라를 대표하는 가장 아름다운 건축물로 꼽힌다. 별다른 장비와 기술, 도구가 전혀 없던 시대에 자연 암석을 손으로 깎아 만든 도시의 건축물은 보는 이에게 많은 수수께끼를 남긴다. 카즈네피라움은 페트라의 다른 건축물들처럼 붉은색 모래로 만들어진 모래 암석으로 빚어 만들었기에 2000년이 지난 지금도 관광객들의 탄성을 자아내는 붉은 색채를 띠고 있다.

    ■초대형 야외 극장과 공중 목욕탕 건설

    카즈네피라움으로부터 서쪽 끝에는 카스르알빈트피라움(그리스어로 ‘파라오 딸의 성’) 신전이 있다. 이 신전은 나바테아인의 주신인 두샤라를 모신 신전으로 높이가 23m에 이르며, 페트라에 현존하는 건축물 가운데 유일하게 바위를 깎지 않고 인공 석축을 쌓아 만들었다.

    페트라에 남아있는 열주대로. 이 도로는 3000명을 수용하는 고대 로마식 야외 극장과 연결된다. /픽사베이

    카즈네피라움 오른쪽에는 서기 200년경 건설된 것으로 추정되는 야외 극장이 있다. 너비 40m에 33개 계단으로 깎아 만든 이 야외극장은 한꺼번에 3000명을 수용할 만큼 큰 시설이다. 이 야외 극장은 고대 그리스의 포럼을 연상시키기도 하고 때로는 로마 시대의 극장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야외 극장 인근으로 열주대로와 왕국, 신전과 공중 목욕탕이 이어지는데 도로와 목욕 문화가 발전했던 로마의 영향을 받았던 것으로 분석된다.

    카즈네피라움 서쪽 끝에는 바위를 깎아 만든 계단이 있다. 계단을 오르면 장례 사원으로 추정되는 앗데이드사원이 나타난다. 높이 50m, 길이 45m로 상당히 웅장한 모습의 이 사원은 1세기말 오보디스왕의 무덤 혹은 신전으로 사용됐다는 설과 4세기부터는 로마인에 의해 비잔틴 교회 건물로 사용됐다는 설이 있다.

    ■국내에도 재창조 명품 도시 태어나야

    흔히 건설 산업의 역사는 인류와 함께 시작했고 인류가 존재하는 한 건설 산업 역시 존속될 수밖에 없다고 한다. 페트라에 남아 있는 유적지에서 당시 인류의 생활양식과 문화 수준을 짐작할 수 있으니 이는 틀린 말이 아니다.

    페트라는 요르단 수도 암만에서 남쪽으로 150km 정도 떨어진 사막의 산악 지대에 있다. /구글 지도

    국내 주요 도시들은 경쟁력 확보를 위한 랜드마크로 초고층 건물이나 유비쿼터스(U-city) 도시를 추진하고 있다. 모두 첨단 건설 기술에만 올인하는 모습이다. 그러나 문화적 가치를 존중하는 명품 문화·디자인 도시도 충분히 상품적 가치를 지닐 수 있다. 다만 명품 도시의 가치를 현재 시각에서 재구성하느냐 혹은 미래 관점으로 만들어 가느냐에 차이가 있을 뿐이다. 우리나라에도 페트라의 옛 도시나 혹은 스페인의 빌바오와 같은 재창조된 명품 도시가 태어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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