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오늘의 운세

    입력 : 2017.08.26 03:02

    [마감날 문득]

    조선일보에서 고정란을 하나씩 없앨 수밖에 없다면 그 마지막은 '오늘의 운세'일 것이다. 은근히 읽는 사람 많은 코너다. 나의 하루가 어떨 것인지 남에게 기대는 사람이 많다는 뜻이다. 이 난이 하루라도 빠지면 독자서비스센터 전화기를 울리는 원성이 자자하다.

    평소 읽지 않던 그 코너를 언젠가부터 읽게 됐다. 나의 오늘에 자신이 없어졌다는 방증인 것 같아 인정하기 싫었지만 어쨌든 눈길 가는 것을 어쩔 수 없다. 이런 현상을 버르장머리 없는 말로 '늙는다'고 하고 좀 더 합리적인 표현으로는 '관심사가 넓어졌다'고 할 수 있겠다.

    특히 토요일자 신문 '오늘의 운세'는 꼬박꼬박 읽는 버릇이 생겼다. 이유는 매우 단순하다. 평일엔 찾기 힘든 신문 구석 어딘가에 있다가 토요일자엔 본지 한가운데 실리기 때문이다. 애써 사람들의 운세를 일러주시는 철학관 관장께는 죄송한 말씀이지만, 거의 매번 픽하고 실소하는 내용이었다. 이를테면 '노상횡액(路上橫厄) 주의' 같은 것은 운세라기보다 부모님 말씀에 가깝다. '오늘 하루 늦었다고 삶이 늦은 건 아니다'는 운세는 스피노자인가 미스터피자인가가 한 말인 것 같기도 하다. '황토색이 행운을 부른다' 같은 구체적 운세라면 눈이 번쩍 뜨인다. 아침부터 황토색이 어디 있나 찾다가 평소와 똑같은 하루를 보낸 뒤 곰곰 생각해 보면 친구와 안창살에 황토색 쌈장을 발라 먹으며 한 잔했는데 친구가 밥값을 치른 경우다. 오징어 숙회를 빨간색 초장에 찍어 먹었더라면 내가 밥값을 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어느 주말 신문을 봤더니 토요일 운세가 '명장이 적토마를 만난 격'이었다. 생각해 봐도 적토마 타고 달려야 할 장수의 일이라곤 없었다. 혹여 점심으로 짜장면 곱빼기를 3분 만에 먹더라도 명장이 적토마를 만난 격일 것이었다. 로또라도 사 볼까 하다가 옆에 있던 일요일 운세를 읽었다. '명장이 연장을 탓하랴'였다. 로또는 사지 않았다. 그 주말, 인터넷으로 주문한 시계 배터리가 배송됐다. 뒷뚜껑 따기 어려운 시계여서 낑낑대다가 과도로 땄다. 혼자 중얼거렸다. 그래, 명장이 연장 탓을 하겠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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