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우리 남친은 언제부터 이렇게 예뻤나?

남자들이 점점 '예뻐지고' 있다.
더 이상 메이크업은 여성 만의 것이 아니다.
남자들의 화장은 '자신감'이고 '경쟁력'이다.

  • 구성 및 제작 = 뉴스큐레이션팀 심지우

    입력 : 2017.09.12 08:11 | 수정 : 2017.09.12 09:33

    언제부턴가 비비크림을 바르고 눈썹을 정돈한 남성들이 눈에 띈다. 스킨과 로션을 챙겨 바르는 것도 '유난 떤다'고 남세스러워하던 아버지 세대는 펄쩍 뛸 일이겠지만, 요즘 남성들에겐 전혀 이상할 일이 아니다.

    여성 화장품 광고에 남성 모델이 기용되더니, 아예 지난해 남성 전용 화장품 시장은 1조2000억원의 규모로 성장했다. 남성 메이크업을 알려주는 유튜브 채널의 인기도 그 관심을 증명하고 있다.

    '프로듀스 101 시즌 2'의 박지훈 /프로그램 캡처

    그 '틴트', 내 가방 속에 저장 ★

    남자 아이돌 그룹의 메이크업 제품은 젊은 '그루밍족(Grooming·패션과 미용에 아낌없이 투자하는 남자)'들의 관심사다. 최근 데뷔해 큰 인기를 얻고 있는 그룹 '워너원'의 멤버 강다니엘이 입술에 바르고 나오는 빨간색 틴트(색소가 입술에 스며들도록 해 선명한 색상을 내는 화장품)는 '강다니엘 틴트'로 불리며 남성들 사이에서 인기다.

    /프로그램·유튜브·트위터 캡처, 조선닷컴

    당신이 여자라면
    어떤 입술에 키스하시겠어요?

    이미 빅뱅의 지드래곤, 엑소의 백현 등 많은 남자 아이돌의 스모키한 눈과 빨간 입술의 역사는 오래됐다. 아이돌그룹의 이름을 따 '방탄(방탄소년단) 틴트', '세븐틴 틴트' 등으로 불린다. 틴트는 남성들이 바르기에도 편하고 선택할 수 있는 색상도 다양해 선호하는 제품이다.

    생활용품전문점 올리브영의 올해 상반기 남성 회원 틴트 매출은 작년 동기보다 194% 늘었다. 남성 전용 틴트도 등장했다. 이 제품의 광고 문구를 보면 남녀 화장의 경계가 사라져 간다는 걸 실감한다. '입술로 남자를 완성한다' '당신이 여자라면 어떤 입술에 키스하시겠어요?'

    생기 없는 입술은 그만! 남자도 '입술 화장' 한다

    남자들, 예뻐지기로 결심했다

    국내 남성 화장품 시장은 1조원이 훌쩍 넘는 규모로 성장했다. 남성 화장품 시장은 작년 1조 2000억원에서 올해 1조 5000억원으로 확대되고, 2020년까지 매년 50%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많은 남성이 '예뻐지기 위해' 화장품을 사고 메이크업을 배우는 이유는 무엇일까. 트렌드연구소 인터패션플래닝이 2016년 드러그스토어를 이용한 남성들을 대상으로 화장품 사용 이유를 조사했더니, 39%가 '자신감을 얻기 위해'라고 대답했다. 그다음 이유로는 32%가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화장을 한다고 답했다. 남성들이 화장하는 이유는 자신감을 얻고 경쟁력을 키우기 위함인 것이다.

    트렌드 분석가이자 경영전략 컨설턴트인 날카로운 상상력 연구소 김용섭 소장은 "자신을 꾸미는 건 남녀 모두의 보편적 선택이 됐다"고 강조한다. 그는 "외모지상주의가 팽배한 한국에서 외모는 또 하나의 경쟁력이기 때문에, 20대는 취직을 위해서 40대는 직장생활을 더 길게 하려고 외모에 투자하는 경향도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자신에게 투자하는 '그루밍족'도 증가했지만, 경쟁 시대 생존을 위한 절박한 변신으로 화장을 선택하는 이들도 많아졌다는 것이다.
    "남자에게도 외모는 경쟁력"

    '화장한 남자', 밖으로 나왔다

    숨어서 화장하던 남자들은 이제 당당해졌다. 남의 시선에 개의치 않고 화장품을 사고, 직접 찾아가서 받기도 하고, 유튜브로 화장을 배운다.

    올해 초 열린 '남성 스타일 박람회'에는 화장을 받고 배우려는 남성들이 줄을 섰다. 20대부터 70대 남성이 30m 넘게 줄을 섰다. 직접 화장을 해주는 한 미용 제품 유통 업체의 전시장에는 행사 기간 사흘 동안 1만명이 넘는 남성들이 색조 화장을 받았다.

    화장품계의 '블루오션' 된 남성들
    1월 15일 오후 서울 강남 코엑스에서 열린 남성 스타일 박람회 ‘맨즈쇼(Men’s Show) 2017’행사장에서 20대 남성들이 얼굴 화장을 받고 있다. /김연정 객원기자

    유튜브 등 화장품 관련 1인 방송에도 남성들이 뛰어들었다. 여드름 가리려다가 화장을 배우게 된 남자가 '아이돌 ○○ 메이크업' '훈남 메이크업' 같은 제목을 달고 자기 얼굴에 직접 화장하는 영상을 선보인다. 드러내놓고 자기 얼굴에 색조 화장하는 영상을 공개하는 건 외국에서나 볼 수 있었지만, 이제 한국 남성들도 당당하게 '화섹남(화장하는 섹시한 남자)'이라고 외치고 있다.

    남성들이여, 당당해지자

    눈썹을 다듬고 비비크림을 바르고 자신을 가꾼 남자는 '멋진 남자'다. 틸리언 설문조사에 따르면 "멋진 남자의 기준이 무엇이냐"는 질문(복수 응답)에 '성품'(43.8%) '가치관'(32.5%)과 함께 '외모·패션'(22.7%)이 핵심 기준으로 꼽혔다. 성격도 좋아야 하지만, 잘 입고 잘 꾸며야 멋진 남자란 얘기다. 70대 이하 남성 10명 중 3명꼴로 'BB크림·파우더 등 미용용 화장품을 사용해본 적이 있다'고 답했다.

    남성 메이크업 유튜버 /유튜브 캡처

    화장한 남자에 대해 색안경을 낀 시선은 아직 부담스럽다. 뷰티 유튜버 원딘과 준이는 "뿌듯할 때도 있지만 심한 악성 댓글 때문에 힘든 부분도 있다"며 "'남자인데 왜 화장을 하느냐'며 편견으로 바라보는 분들이 아직도 많은 것 같다"고 밝혔다. ▶ 기사 더보기

    방송인 김기수 또한 심한 악성 댓글을 보고 심각한 충격을 받았다고 토로했다. 그는 그러나 "움츠러들지 않고 오히려 '나 이런 사람이야'라고 당당히 보여줬을 때 사람들이 인정하기 시작했다"며 "뷰티 유튜버로 전향한 이후 여러 활동을 열심히 하다 보니 악플이 줄었다"고 말했다. 이어 "남성들도 꾸미는 것을 전혀 부끄러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사회의 인식 변화와 남성 화장품 시장의 확대 등이 우선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고3 손자도, 30代 삼촌도, 은퇴한 할아버지도… "BB크림·파우더 써봤죠"

    메이크업 아티스트 정샘물 원장은 "남자는 화장을 해서는 안 된다는 관념에 도전하는 남성들이 늘고, 화장한 남자를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시선도 부드러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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