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소, 오이소

    입력 : 2017.08.25 03:06

    [화마딛고 일어선 대구 서문시장 4지구, 오늘 새 터전에서 가게 열고 새 출발]

    4지구 신축할 때까지 새 둥지서 246개 점포 문 열고 재기 노려
    개장식·다양한 경품 행사 열어

    "형님, 이게 얼마 만인교." "동생도 그동안 우째 지냈노?"

    24일 낮 대구 중구 동산동의 베네시움상가 안 곳곳에선 오랜만에 만난 상인들끼리 인사를 나눴다. 지하 4층, 지상 9층 규모의 건물 정면엔 '그랜드 오픈 2017.8.25 서문시장 4지구 종합 대체 상가 쇼핑몰'이라는 큰 플래카드가 걸렸다. 상가 안은 밝은 조명으로 빛났다. 가지런히 자리 잡은 새 점포 안에는 의류, 침구류 등 갓 포장을 뜯은 신상품들이 쌓여 있었다.

    지난해 11월 30일 서문시장 4지구에 난 불로 679개 점포가 전소(全燒·피해액 1300억원)하면서 삶의 터전을 잃었던 상인들이 9개월 만에 이곳으로 모여 재기를 다지고 있다. 당시 피해를 본 상인들은 투표 끝에 서문시장에서 200여m 건너편에 있는 베네시움을 대체 상가로 결정했다. 지난 2005년 12월 화재로 전소됐던 서문시장 2지구 피해 상인들도 한때 여기서 영업을 한 적이 있다. 그러나 몇 달 만에 상인 대부분이 떠난 이후 상가는 비어 있었다.

    서문시장 상인들이 24일 오후 대구 중구에 있는 베네시움 건물 3층에서 상품인 옷을 들어보이며 웃고 있다. 이들은 지난해 11월 30일 일어난 화재로 서문시장 4지구 상가가 모두 불에 타면서 생활의 터전을 잃었지만, 25일부터 대체 상가인 이곳에서 새출발한다.
    서문시장 상인들이 24일 오후 대구 중구에 있는 베네시움 건물 3층에서 상품인 옷을 들어보이며 웃고 있다. 이들은 지난해 11월 30일 일어난 화재로 서문시장 4지구 상가가 모두 불에 타면서 생활의 터전을 잃었지만, 25일부터 대체 상가인 이곳에서 새출발한다. /김종호 기자
    대구시와 대구 중구청은 56억원을 들여 10년 이상 방치됐던 상가 건물을 전면 개·보수했다. 입주 신청을 받았더니 피해 점포 679곳 중 246곳이 입주를 희망했다. 대구시와 중구청, 베네시움 관리단의 협의에 따라 입주 상인들은 앞으로 2년 6개월 동안 임대료 없이 관리비만 부담하면서 장사를 하게 된다.

    일부 상인은 정식 개장일인 25일을 앞두고 10여 일 전부터 미리 영업에 들어갔다. 지상 1층에서 4층까지는 한복·의류·액세서리·침구류·커튼 등의 점포가 있다. 5~9층은 아직 비어 있다.

    새 출발 하는 상인들의 각오는 서문시장에서 수십 년 동안 쌓은 경력만큼이나 단단하다. 2층에 한복집을 차린 최명희(70)씨는 서문시장을 48년간 지켰다. 화재로 점포가 전소한 경험만 세 번이라고 한다.

    "그래도 버틴 게 장하지요. 작년 4지구에서 화재가 났을 때는 '이제 다 살았구나' 싶기도 했지만 '다시 일어나야지'라고 생각했습니다." 동료 상인 4명과 서문시장 근처에 점포를 얻어 장사를 재개했다가 이번에 베네시움으로 옮겨온 최씨는 "여기서 힘을 얻어 4지구가 재건축되면 그곳으로 다시 들어가는 것이 소원"이라고 말했다.

    2층에서 한복집을 운영하는 김두영(62)씨도 40년간 서문시장에서 장사를 해온 베테랑이다. 화재 사고 이후 쉬다가 다시 가게를 차린 김씨는 "아픈 기억은 잊고 긍정적인 마음가짐으로 노력해 화려하게 재기하겠다"고 말했다. 베네시움 건물 앞으로 도시철도 3호선이 지나고, 인근 네거리엔 2호선과 3호선으로 환승할 수 있는 역사가 있다. 4지구대책위에서 활동했던 3층 숙녀복 매장 주인 윤경숙(55)씨는 "교통 여건이 좋고 대구시와 중구청에서 상가 활성화 방안을 많이 추진하고 있으니 곧 뜨지 않겠느냐"며 기대했다.

    서문시장 4지구 종합 대체 상가 쇼핑몰 지도

    대구시와 중구청은 상가 활성화를 위해 25일 개장식을 열어 상인들에게 힘을 실어 주기로 했다. 또 다양한 경품 행사, 상권 활성화를 위한 광고 등도 준비하고 있다. 추가로 입주를 희망하는 상인들에게는 5층부터 7층까지의 상가를 임대해 줄 계획이다.

    대체 상가에 임시로 둥지를 튼 상인들은 아직 갈 길이 멀다. 불이 난 4지구 건물은 최근 완전히 철거됐다. 대구시와 상인들은 4지구에 상가 건물을 신축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재건축조합 결성부터 상가 건립 형태 등 구체적인 사항을 논의해야 한다. 실제 공사에 들어가기까지 시간이 얼마나 더 걸릴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다.

    서문시장 4지구 대체상가 상인회 오성호(50) 회장은 "입주 상인들이 고객에게 봉사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영업하기로 다짐했기 때문에 반드시 재기에 성공할 것"이라며 "시민들도 저희들에게 용기를 주신다는 마음으로 자주 찾아 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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