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국무총리가 류영진 식약처장의 '총리가 내게 짜증을 냈다'는 발언에 대해 "짜증이 아니라 질책"이라고 24일 말했다.
이 총리는 이날 오전 서울 총리공관에서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 등 신임 차관급 공직자 16명에 대한 임명장을 수여하는 자리에서 이렇게 말했다. 류 처장 본인은 내주 세종 공관에서 임명식이 예정돼있어 이날 자리에는 참석하지 않았다.
이 총리는 이날 차관급 기관장 등에게 당부하는 취지의 인사말에서 "공직자는 일반 국민의 4대 의무(국방·근로·교육·납세) 의무 외에 '설명의 의무'까지 5대 의무가 있다"고 운을 뗐다.
이어 "이번 계란 파동도 관리 책임을 충분히 못했다는 것 못지 않게 설명의 의무를 적절히 못했다는 것이 더 많은 질책을 받고 있다"며 "이것은 짜증이 아니라 질책입니다"라고 말했다. 좌중엔 폭소가 터졌다.
류 처장은 지난 22일 국회 농수산위 전체회의에 출석해 살충제 달걀 파동과 관련된 정책 발표 혼선 책임이 몰린 대해 시종일관 억울하다는 입장을 표하면서 "국무회의에서 총리가 짜증을 냈다"고 표현해 또 한번 논란을 일으켰다. 앞서 이 총리가 지난 17일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자신에게 "제대로 답하지 못할 거면 언론 브리핑 하지 말라"고 질책한 것을 '짜증'으로 표현한 것이다.
이 총리는 이어 "설명의 의무를 다하려면 3가지가 필요하다"면서 사회적 감수성, 정성과 정량, 준비 등의 항목으로 설명했다. 이 때도 "이번 계란 파동을 예로 들어서, 여기 안 오신 어떤 분(류 처장)한테 미안한데…"라며 "'하루에 2.6개씩 죽을 때까지 먹어도 괜찮다'고 했는데 어떤 계란을 그렇게 먹어도 괜찮다는 것인지, 말이 안되지 않느냐"라고 꼬집기도 했다.
기자·대변인 출신인 이 총리는 또 "어떤 질문이 나올 것이고, 이렇게 말하면 어떻게 반문할 것인지도 본능적으로 알아야 한다. 그런 준비가 갖춰져야 기자들 앞에 나설 수 있는 것"이라며 "그런데 덤벙덤벙 나섰다가는 완전히 망한다"고도 했다.
이 총리는 마지막으로 "공직자들의 설명 역량 부족을 통절하게 절감한다"며 "그렇다고 일부러 거짓말 하자는 얘기는 아니다. 진실을 말하되 국민의 의심이나 불신을 한방에 최소화할 수 있는 강렬한 메시지를 쉬운 말로 어떻게 할 것인지가 설명의 관건"이라고 말했다.
헌법상 국무위원 해임 건의를 할 수 있는 이 총리가 이렇게 공개적으로 류 처장의 업무·소통 능력 등을 문제 삼은 것을 두고 사실상 문 대통령에게 해임 건의를 한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고 있다. 이 총리는 지난 21일 국회 답변에서도 야당이 류 처장 사퇴를 거론하자 "류 처장의 업무 파악이 늦어질 경우 거취를 고민하겠다"고 밝혔다.
관가에서도 기관장이 '직속 상사'인 총리에게 공개적으로 이런 질책을 연이어 들을 정도면, 사실상 부처 통솔 등 업무를 정상적으로 수행하기가 어려울 것'이란 말도 나오고 있다.
다만 류 처장은 부산에서 약사로 일하며 오랫동안 문 대통령의 정치 활동을 도와온 '대선 공신'이어서 이 총리가 나설 문제가 아니라는 분석도 나온다. 문 대통령은 계란 파동과 관련해 부처 간 혼선 등을 지적할 뿐, 류 처장 개인에 대해선 직접 언급을 삼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