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테일추적>변호사 수임료 300만원, 변호사들이 적다고 하는 이유는

입력 2017.08.23 11:50

경력 15년차 변호사 A씨는 최근 음주운전으로 구속된 형사사건의 항소심을 330만원(부가세 포함)을 받고 수임했다. 그가 ‘마지노선’이라 부르던 ‘400만원’ 선이 무너진 것이다. 그는 “10년 전만 해도 500만원 이하로는 사건을 맡지 않았다. 300만원이면 거의 공짜로 하는 사건”이라고 했다.
변호사 수임료가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대한변협은 지난 10일~17일 협회창립 이후 처음으로 전 회원을 대상으로 사건당 평균 수임료를 조사했다. 응답자 809명 중 47%(380명)가 수임료로 ‘300만원이상~500만원 미만’을 받는다고 답했다. ‘500만원~1000만원’은 32.3%로 2위를 차지했다.
이 조사에서는 개업 10년 이상인 회원들을 대상으로 ‘10년 전인 2007년경 수임료는 얼마였는가’도 물었다. ‘500만원~1000만원’이 39.9%(85명, 213명 응답)로 가장 많았다. ‘5년전 수임료’를 묻는 질문에도 역시 1위는 500~1000만원(38.8%)이었다. 물론 이 시기에는 2위(300만원~500만원)와의 격차가 0.5%까지 줄어들었다.
변협 관계자는 “2002년부터 ‘사법시험 합격자 1000명’시대가 10년 가까이 지속되고, 2012년부터 법학전문대학원 출신 변호사들도 한해 1500명씩 배출되면서 일어난 현상”이라고 했다. 과거에는 알음알음 찾아간 변호사에게 ‘제발 사건을 맡아 달라’고 매달리는 당사자들도 있었다고 한다. 주변에 아는 변호사도 없어 또다시 변호사를 수소문하기도 어려운 상황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등록 변호사 숫자는 총 2만 2000여명에 달한다. 5년전에 비해 1만여명이 늘어났다. 포털사이트에 ‘성범죄’’이혼’검색만 해도 수십개 법무법인 이름이 뜬다. 오래 영업을 해온 변호사로서도 ‘얼마 이하로는 안돼’라고 버티가가 어려워진 상황이다.
변협은 이번 자료를 ‘민사사건의 상고심 변론에 필수적으로 변호사를 선임’하도록 하는 입법에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변협 관계자는 “그간 ‘수임료가 비싸다’는 이유로 이 입법에 반대하는 여론이 있었지만, 그렇지 않다는 게 실증됐다”고 했다.

300만원도 비싸다 vs. 300만원으로는 적자
10년 전, 5년 전에 비해 ‘수임료가 높아지기는커녕 낮아졌다’고 울상이지만, 법률 소비자들은 또 다른 생각이다.
법률서비스를 이용한 사람들 중에는 여전히 ‘300만원도 비싸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변호사가 한 게 없다. 연락도 잘 안 된다” “아무개 변호사 믿고 찾아갔더니 잘 알지도 못하는 고용변호사를 시키더라”는 불만이 터져나온다. 행정사협회는 “변호사 5분의 1가격이면 행정심판 사건을 대리할 수 있다”며 “행정사도 소송대리권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변호사 업무의 원가는?
변호사 수임료가 비싸다고 생각하는 이유 중에는 “종이 외에 달리 원가가 들어가는 게 없다”는 생각도 있다.
변호사들은 “실제는 의뢰인들 생각과 다르다”고 말한다. 7년차 변호사는 “한 달 고정지출만 400~500만원”이라고 말한다.
“서초동에서 개업할 경우 임대료, 직원 월급 등 사무실 유지비용이 최소 200만원이다. 직원 한 명을 여러 변호사들이 공동으로 고용하는 식으로 비용을 줄여도 이 정도다. 건강·고용보험 등 4대보험 부담액도 월 100만원에 달한다. 밥값, 교통비 등도 물론 개별 부담이다. 그래서 한 달에 300만원짜리 사건을 한 건 수임하면 적자(赤字)고, 두 건 수임하더라도 비용을 제하면 손에 쥐는 돈이 100~200만원이라는 것이다. 지난해 변호사 1인당 월평균 사건 수임 건수는 1.69건이었다. 변협 관계자는 “빚을 내 사무실을 유지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한다.
‘적정 수임료’가 어느 수준인지는 법조계에서도 쉽게 합의를 도출할 수 없는 문제다. 지난해 최유정 변호사의 100억 수임료가 법조인들에게도 충격을 주면서 ‘수임료 상한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지만 더 이상 논의가 진전되지는 않았다. 한 원로 법조인은 “사건 성격상 결과가 어느 정도 예견된 경우도 많다. 그래서 변호사 업무 성과를 객관적으로 평가하기 어렵다“고 했다. /양은경 법조전문기자·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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