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트'에서 해방된 男子들

    입력 : 2017.08.23 03:02

    [바지, 벨트와 이별하다]

    스타일 지키며 편안함을 강조… 끈·버클 이용해 허리 치수 조절
    캐주얼·정장에 두루 어울려 인기

    한국 남자들에게 바지와 벨트란 함께 있을 때 비로소 완전체가 되는 바늘과 실 같은 관계였다. 교복을 입던 학창 시절 벨트를 하지 않은 남학생들은 학생주임 선생님에게 불려가곤 했다. 군대에서도 벨트는 '삼선 일치'(상·하의와 허리띠 선이 일자로 이어져야 한다는 규칙)를 완성하는 화룡점정이었다.

    굳건했던 벨트의 지위가 최근 들어 흔들리고 있다. 벨트를 하지 않고 바지를 입는 멋쟁이 남자들이 늘어나는 중이다. 단지 허리가 꼭 맞거나 귀찮아서가 아니다. 입는 사람도 보는 사람도 편안하게 옷을 입고, 벨트가 사라진 바지 허리를 스타일 포인트로 활용하려는 움직임이다.

    이런 흐름은 여름에 더욱 뚜렷하다. 여름은 벨트의 금속 버클이 맨살에 닿아 가려움증을 일으키는 계절. 웃옷이 가벼워지면서 허리춤이 밖으로 드러나는 시기이기도 하다. 벨트를 매지 않도록 디자인된 바지들이 최근 크게 주목받고 있다.

    ①허리에 달린 끈을 리본처럼 묶도록 만들어진 바지. 버클로 졸라매는 벨트보다 여유롭고 홀가분해 보인다. ②허리에 들어간 끈으로 여미는 바지. 운동복처럼 발목까지 고무줄을 넣지 않고 일반 바지처럼 만들었다.
    ①허리에 달린 끈을 리본처럼 묶도록 만들어진 바지. 버클로 졸라매는 벨트보다 여유롭고 홀가분해 보인다. ②허리에 들어간 끈으로 여미는 바지. 운동복처럼 발목까지 고무줄을 넣지 않고 일반 바지처럼 만들었다. /라르디니·엠포리오 아르마니

    우선 허리를 끈으로 여미는 바지가 있다. 허리선 안쪽에 끈이 들어간 디자인이 대표적. 원래는 트레이닝복에서나 볼 수 있는 형태였지만, 최근 패션 전반에서 스포츠 스타일이 강세를 보이면서 캐주얼 차림에도 익숙한 디자인이 됐다. 엠포리오 아르마니, 알렉산더 왕 같은 유명 디자이너 브랜드도 이런 스타일의 바지를 내놓고 있다. 면이나 리넨(마) 소재를 고르면 '추리닝'처럼 후줄근한 느낌을 주지 않는다. 재킷에도 잘 어울려 멋스러우면서도 편안해 보인다. 허리끈을 겉으로 드러내고 질끈 동여매는 바지도 있다. 허리춤에 만들어지는 큼지막한 매듭이 시선을 끈다.

    버클 등을 이용해 허리 치수를 조절하는 디자인도 나왔다. 별도의 조임 장치를 다는 것은 원래 턱시도 바지나 청바지, 작업복 등에 제한적으로 쓰이던 방식. 그러나 조임쇠 자체가 독특한 장식처럼 여겨지면서 일상복에도 널리 쓰이는 추세다.

    최근에는 '구르카(Gurkha) 팬츠'가 강세다. 양쪽 허릿단에서 길게 이어진 띠를 반대편 옆구리 쪽으로 교차시켜 버클을 채운다. 영국 군복에서 유래했다고 알려졌다. 모델 배정남이 자주 입어 '배정남 바지'라는 별명도 얻었다. 턱시도용 커머번드(복대)를 두른 듯 독특한 허리선이 연출돼 캐주얼과 정장에 두루 어울린다. 띠가 허리를 탄탄하게 감싸고, 바지 앞쪽엔 움직이기 편하도록 두 줄의 주름을 넣은 것이 특징. 밑위가 길어지고 통은 넓어지는 최근 바지 유행과도 일맥상통한다. 유행에 민감한 편집숍들을 중심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남성복 편집숍 '라마르쉐' 장재욱 대표는 "올여름에 준비한 1차 물량이 매진돼 다른 원단으로 추가 생산했다"고 말했다.

    벨트의 대용품인 서스펜더(멜빵)도 주목받고 있다. 원래 멜빵은 조끼와 궁합이 좋은 액세서리다. 벨트를 하고 그 위에 조끼를 입으면 허리 부분이 불룩해지는데, 멜빵은 이를 방지해준다. 조끼를 갖춰 입는 남자들이 줄면서 자취를 감췄다가 최근 복고풍 유행을 타고 다시 등장하고 있다. 신사용 멜빵 브랜드 '앨버트 서스턴' 제품을 수입하는 란스미어 관계자는 "최근 매출이 매년 20% 정도씩 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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