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시각] 이런 公共 앱에 1000억을?

    입력 : 2017.08.23 03:14

    임경업 산업2부 기자
    임경업 산업2부 기자

    '1억원을 상금으로 걸고 공모전을 했으면 수십 배 품질의 앱(응용 프로그램)이 나왔을 것.' '세금이 부족한 게 아니라 허투루 쓰이고 있음을 증명해 준 사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공공 기관들이 앞다퉈 쏟아낸 공공(公共) 앱이 수백억원의 혈세만 낭비하고 있다는 본지 보도〈21일자 A1·3면〉를 읽은 독자들 반응이다. 조선닷컴과 네이버 뉴스에는 공공 앱을 비판하는 댓글이 1000개 넘게 달렸다. 페이스북·트위터 등 소셜 미디어에서도 해당 기사가 500회 이상 공유됐다.

    작년 10월 기준 1235개의 공공 앱을 만드는 데 세금 1000억원이 들었지만, 이용자 수가 2000명도 안 되는 앱이 전체의 절반 이상이라는 사실에 수많은 독자가 기막혀했다. 독자들은 '한마디로 이걸 만든 공무원들도 안 쓴다는 얘기' '공공 앱이 너무 불편하게 만들어져 인터넷 검색이 훨씬 쉬웠다' '앱의 품질이 컴퓨터공학과 4학년 과제 수준' '서민의 혈세를 공무원 실적 올리려고 썼다' 등의 댓글을 올렸다. 공공 앱 때문에 정부의 공무원 증원 계획마저 욕을 먹었다. 어떤 독자는 '앞으로 5년간 공무원을 81만명 더 늘리면 도대체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겠다'고 했다.

    후속 보도를 요구하는 제보도 이어졌다. 한 벤처 기업인은 "최근 지자체 한 곳에서 1억7000만원짜리 공공 앱 입찰 공고를 냈다"면서 "비슷한 앱을 우린 1800만원에 만들었는데, 어떻게 하면 1억7000만원으로 만들 수 있느냐"고 했다. 그는 "일반 기업이 이렇게 앱을 만들면 당장 사표를 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심지어 공공 앱 개발에 참가했던 개발자들도 "공무원 문화를 제대로 체험했다"며 혀를 찼다. 한 개발자는 "공무원들은 개발 이후엔 앱 운영에 전혀 신경 쓰지 않고, 1년이 지나면 다른 사람이 그 자리에 온다"고 했다. 다른 개발자는 "최근엔 공무원들이 앱이 아니라 모바일 웹 사이트를 주문한다"며 "앱은 다운로드 실적이 공개되지만 웹 사이트는 그렇지 않으니, 실패한 흔적이 남지 않는다"고 말했다.

    공공 앱 제작은 스마트폰 시대에 맞춰 정부와 지자체가 대국민 서비스를 강화하자는 '좋은' 취지로 시작됐다. 하지만 간과한 게 하나 있다. 누구든 앱을 만드는 것은 자유이지만 이를 확산시키는 데는 철저히 시장 원리가 작동한다는 것이다. 구글 앱 장터만 해도 하루에 수천건씩 새로운 앱이 등장한다. 게다가 인터넷과 모바일이 국경이라는 장벽을 허문 덕분에 모든 앱이 글로벌 시장에서 비교된다. 한껏 눈이 높아진 네티즌에게 비(非)전문가들이 아마추어 습작 수준의 앱을 내놨다간 망신만 당할 게 뻔했다.

    이번 정부 정책의 면면을 보면 필연적으로 거대 정부를 지향하고 있다. 더 많은 공무원이, 더 넓은 분야에서, 더 깊숙이 시장에 개입할 것이라는 이야기다. 하지만 의욕만 앞세워 아마추어적으로 접근했다가는 세금 낭비 공공 앱의 재탕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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