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조선] 여자목수

    입력 : 2017.08.27 06:45

    남자들이 장악하고 있는 목수란 직업에서 당당히 자신의 이름을 내걸고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세 명의 여자 목수를 만나보았다.


    온리우드 스튜디오
    이혜미

    한국 무용을 전공한 무용수였다. 어릴 적부터 무용이란 한 분야만 해오던 것에 갈증을 느껴 새로운 것을 찾다가 우연히 만난 목수 일을 업으로 삼게 됐다. 아카데미에서 체계적으로 목공 수업을 듣고 개인 작업 활동을 하다 최근 ‘자신의 이름을 걸고 책임진다’는 뜻의 가구 공방 온리우드 스튜디오(www.onrheewood.com, @onrheewood)를 오픈했다.

    Q. 목수가 된 계기는?
    어릴 적부터 한국 무용을 했다. 너무 한 가지 일만 하다 보니 지겨운 것도 있었고 새로운 일을 하고 싶다는 갈망이 컸다. 그러다 우연히 목공을 접했고 무용가와 목수의 작업 과정이 비슷하다는 걸 느꼈다. 무용도 안무를 창작하고 그걸 몸으로 표현해 결과물을 내는데, 목수 역시 내가 원하는 걸 설계하고 나무로 제작해 결과물을 만들어낸다. 표현하는 매개체가 몸이냐 나무냐 그 차이지 창작물을 만드는 과정은 똑 닮았다. 그래서 좀 더 익숙하게 목수의 일에 도전할 수 있었던 거 같다.

    Q. 목공 기술은 어떻게 배웠나?
    가구 공방 아카데미에서 1년 전문가 과정을 거쳤다. 가구를 배우다 보면 더 욕심이 나는 부분들이 생긴다. 디자인적으로 폭이 넓어지려면 기술이 어느 정도 뒷받침돼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야 나무로 표현할 수 있는 게 더 많아진다. 그래서 수공구를 가르치는 공방을 더 다니며 기술적인 부분을 배우고 개인 작업도 계속하다 올해 2월 온리우드 스튜디오라는 가구 공방을 오픈하게 됐다.

    Q. 여자 목수로서 어려운 점은 없나?
    체력적으로 힘든 건 사실이다. 공방을 다닐 때 같이 작업하던 남자들은 나무도 한 번에 많은 양을 나르고 쉴 틈 없이 계속 작업만 했다. 그런 그들을 무작정 따라 하니 힘도 부치고 무리하다 다치기도 했다. 그러다 그들보다 체격도 왜소하고 키도 작으니 그 사람들 한 번에 옮기는 거 나는 두세 번에 나눠 옮기면 된다는 생각을 했다. 무리하지 않고 나에게 맞게 하면 작업은 어려울 게 없다. 시간이 지나면 요령도 생기고 여자여서 힘든 건 없다. 작업이 힘든 건 남자들도 마찬가지다.

    Q. 나만의 차별점이 있다면?
    가구 디자인의 출발점은 바로 나다. 어릴 때부터 예민한 탓에 불편한 것이 항상 많았다. ‘이건 이래서 불편하고, 저건 저래서 불편하고, 이런 것들은 디자인이 이랬으면 좋았을 텐데…’라는 아쉬움이 항상 들었다. 그런 것들을 관찰하고 고민해서 보안하고 여기에 구조적인 디자인을 더해 가구를 제작한다. 보통 공방들은 상담을 통한 주문 제작으로 가구를 판매한다. 하지만 그렇게 주문 제작을 통해 제품을 만들다 보면 내가 원하는 의도에서 벗어나게 되고 그냥 가구 만드는 노동자가 된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그게 썩 마음에 들지 않는다. 조금 길이 멀고 어렵더라도 내 디자인, 의도가 들어간 내 제품을 만들어 선보이고 싶다.

    Q. 목수가 되고 싶은 독자에게 조언한다면?
    처음부터 기계들을 완벽하게 갖춘 그럴싸한 공방을 운영하기란 쉽지 않다. 우선 아카데미 같은 곳에서 목공 수업을 제대로 듣는 것이 첫 번째다. 그리고 가구 디자인부터 제작, 판매까지 모든 과정을 해봐야 목수를 업으로 해도 좋을지, 취미로 좋을지가 판단이 서게 된다. 막연히 1년 정도 해본다고 내 공방을 운영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충분한 시간을 가져야 한다. 소정의 비용을 내고 한 달에 몇 명씩 공동으로 공방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열쇠 공방이라는 곳도 있다. 아카데미를 졸업하고 나서 좀 더 작업 공간이 필요하면 그런 곳에서 작업을 해보는 것도 좋다.


    비플러스엠
    고혜림

    송송 커플을 탄생시킨 드라마 <태양의 후예> 속 송혜교의 집으로 나온 곳이 바로 가구 디자인을 전공한 고혜림 대표의 원목가구 브랜드 비플러스엠(www.bplusm.co.kr, @hyrim.ko)의 쇼룸이다. 좋은 자재와 심플한 디자인에 충실한 생활 가구를 선보이고 있으며, ‘당신의 공간은 안녕하십니까?’라는 주제로 많은 사람들에게 공간에 대한 중요성을 알리는 클래스도 운영하고 있다.

    Q. 가구를 제작하게 된 계기는?
    공간에 대한 관심은 어릴 적부터 굉장히 많았다. 7살 때쯤에도 집 근처에 새로 지은 집이 있으면 동생 손을 잡고 무작정 찾아가 집을 보여달라고 할 정도였다. 어릴 적부터 좋은 집, 예쁜 집을 짓고 싶다는 열망이 컸고 그게 직업으로 이어졌다. 그래서 대학에서 가구 디자인을 전공하고 졸업 후 가구 공방에 취직해 경험을 쌓았다. 처음에는 가구 마감 작업, 디자인, 주문을 받는 일 등을 했다. 남자들의 세계였지만 너무 일이 재미있어서 힘든지 몰랐다. 그렇게 1년 넘게 가구 공방에서 일을 하다가 독립해 내 이름을 내건 가구 브랜드를 론칭하기 위해 조그마한 작업실을 오픈하게 됐다.

    Q. 비플러스엠은 무슨 뜻인가?
    Basic+Material, 기본적인 디자인과 기본적인 소재가 중요하다는 뜻을 담았다. 가구 디자인에 있어 제일 중요한 건 사람이다. 삶의 주기에 따라 라이프스타일이 바뀌고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기준이 달라진다. 나이, 기분, 상황 등에 따라 가구를 보는 관점이 달라지는 것이다. 때문에 다양한 취향과 관점을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아주 기본적인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여러 기능적인 것을 추가하는 것이 아니라 아주 기본적인 것을 만들고 대신 그걸 어떻게 잘 사용하는지 가이드를 알려주는 게 중요하다. 그 시작은 식탁, 책상, 화장대 등 가구에 이름을 붙이지 않는 일이다. 거기에서 선입견이 시작된다. 식탁은 공부하는 책상이 될 수도 있고 일을 하는 작업대가 될 수도 있다. 가장 기본적인 디자인은 이 모든 걸 충족시킨다.

    Q. 디자인, 제작, 판매 등 목수의 일이 다양하다.
    목수가 단순히 가구만 제작하는 일을 하는 것이 아니다. 가구 디자인부터 제작, 판매, 마케팅 등 다양한 일을 해야 하나의 브랜드가 완성된다. 목수라는 직업은 체력적으로 남자에 비해 여자가 불리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반대로 여자이기 때문에 잘할 수 있는 요소가 있다. 디자인부터 가구 제작, 마케팅, 판매 등 이 모든 걸 혼자서 다 해내려고 하는 건 욕심이다.

    이 모든 부분을 다 하려고 하면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 이건 남자가 해도 힘든 일이다. 분명 이 과정에서 내가 조금 더 잘하는 부분이 있다. 그걸 찾아서 다른 부분은 보완하는 방법으로 하는 게 더 현명하다. 가구 만드는 일에 소질이 있다면 제작을, 설계에 자신이 있다면 디자인을 하는 등 내가 잘하는 쪽에 집중을 하고 다른 부분은 더 잘하는 사람과 협업하는 식으로 하는 게 더 좋을 듯하다.

    Q. 앞으로의 계획은?
    비플러스엠만의 색깔과 취향이 묻어나는 가구 제작과 ‘당신의 공간은 안녕하십니까?’를 주제로 한 라이프스타일링 클래스는 꾸준히, 열심히 할 거다. 그리고 비플러스엠 스타일을 좋아하는 분들을 위해 비플러스엠과 잘 어울리는 생활 소품, 옷, 음식 등을 한 번에 다 보여줄 수 있는 프로젝트 또한 구상 중이다. 많은 분들과 함께 취향을 공유하는 그런 새로운 공간을 만들고 싶다.


    로즈앤오방
    김수희

    대학에서 건축학을 전공하고 건축설계사무소에서 건축설계사로 일하다 돌연 목수로 직업을 전향했다. 판매를 목적으로 한 실용 가구보다 자신의 아이덴티티가 묻어난 작품을 주로 제작한다. 자신의 이름을 내건 가구공방 로즈앤오방(www.rose-ovang.com, @rose_ovang) 오픈을 준비하고 있다.

    Q. 목수가 된 계기는?
    목공예를 오랫동안 하신 아버지의 영향도 있었던 거 같다. 그리고 어릴 적부터 공간, 집을 유난히 좋아했다. 그래서 건축학과에 입학했고 건축설계사무소에서 일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건축은 자신만의 결과물이나 창작물이 아니다. 팀 작업이다. 그게 아쉬웠다. 내 작업을 하고 싶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었고 과감히 회사를 그만두고 목수가 되기로 결심했다. 우선 공방에서 기본적인 스킬을 배웠다. 가구라는 건 형태나 기능에 따라 너무 많은 디테일이 있기 때문에 처음부터 모든 기술을 다 배워서 시작할 필요는 없다. 그때그때 잘하는 사람에게 묻거나 인터넷, 책을 통해 배울 수도 있다.

    Q. 건축과 가구가 많이 다른가?
    대부분 건축과 가구가 떨어져 있다고 생각하는데, 건축의 거장을 보면 항상 가구 작업을 했다. 건축은 공간에 대한 생각이다 보니 안에 담는 가구와 연관이 안 될 수가 없다. 근대 건축의 거장 르 코르뷔지에 역시 가구 분야에서 활발히 활동했다. 그의 작품을 보면 영감을 받는 데 한계가 없었다. 모든 것에서 영감을 받았고 여기에 사회적 요구와 인문학적인 흐름을 읽고 잘 녹여냈다. 나 역시 비슷한 길을 가고 싶다. 때문에 단순히 사용성에만 집중된 가구는 만들지 않는다. 이미 시중에는 잘 만들어진 가구들이 수없이 많다. 내 생각이나 철학이 담긴 가구, 눈으로 보는 가구, 만지는 가구, 느끼는 가구를 만드는 게 목표다.

    Q. 체력적으로 힘이 들지는 않나?
    물론 가구를 만드는 일이 자수와 꽃꽂이를 하는 것보다는 체력 소모가 많다. 하지만 가구를 만드는 것은 단순히 힘으로 하는 일이 아니기 때문에 그 시기를 넘어서면 요령이 생긴다. 큰 나무를 옮기고 재단을 하는 일은 남자도 힘들어한다. 여자여서 힘든 게 아니다.

    Q. ‘목수는 남자’라는 선입견이 있다.
    말 그대로 선입견이다. 집에 대한 관심이 늘고 남과 다른 나만의 공간을 꾸미고자 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기성 가구보다 작가의 작품을 찾는 이들도 늘어났다. 개인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여자들이 더 섬세한 면을 가지고 있다. 그런 부분을 잘 살리면 남자들이 장악하는 가구 시장에서 핵심적인 요소가 될 수 있을 거 같다. 그래서 더 작품을 해야 한다. 차별화, 정체성을 갖기 위해서다.

    Q. 여자 목수가 되고 싶은 이들을 위해 조언한다면?
    대형 가구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고, 작은 소품 그리고 커트러리만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다. 주변에 휘둘리지 않고 본인의 취향에 맞게 분야를 정해서 한 가지에 집중하는 것도 좋을 듯하다. 가구를 만드는 데에는 숙련된 테크닉도 필요하지만 그보다 먼저 구상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지금 계획하고 있는 흔들의자의 경우 구상만 세 달이 걸렸다. 설계를 잘해야 모든 과정이 잘 돌아간다. 내가 만들고자 하는 것에 대해 고민하고 또 고민해서 설계를 잘하는 연습을 꾸준히 해보는 것도 좋은 목수가 되는 방법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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