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난화에 민감한 핀란드… 친환경 녹색당서도 "反원전은 사치"

    입력 : 2017.08.21 03:03

    [전력의 3분의 1을 원전에 의존하는 핀란드·스웨덴의 선택]

    - 핀란드 "탄소 배출 제로 추진"
    화석연료 줄이려 원전 드라이브… 내년 5호기 완공, 6호기 착공
    건설 예정지 주민의 68% "찬성"

    - 스웨덴, 첫 탈원전 선언국이지만…
    수력·풍력 등 전력 60% 넘어도 전기료 인상·경쟁력 상실 피하려
    원전 총 12기 중 10기 여전히 가동

    "이산화탄소 제거가 급선무이다. 가장 중요한 목표는 화석 연료를 없애는 일이다. 원자력 발전에 반대하는 건 사치이다."

    핀란드 지방선거 때인 지난 4월 녹색당 과학기술분과 부위원장인 야케 마켈라(Jakke Makela) 등 4명의 후보가 이런 내용의 성명을 발표해 화제를 일으켰다. 녹색당의 상징과도 같은 '반(反)원전' 당론에 정면으로 반기를 들면서 추가 원전 건설을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헬싱키와 투르쿠 시의원 후보로 출마한 이들은 모두 당선됐다. 헬싱키 시의원에 처음 도전한 아테 하르얀네(Atte Harjanne·32) 기후연구소 연구원은 원전 건설을 공개 지지한 이후 지지율이 크게 뛰어올라 초선에 성공했다. 녹색당 역시 이번 지방선거에서 사상 최고인 12.5%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헬싱키 시의회에선 85석 중 21석을 차지해 국민연합당(25석)의 뒤를 이어 제2당이 됐다. 정치평론가 얀네 코르호넨은 "이들은 녹색당의 오랜 관행을 벗어나 용기 있게 현실을 인정했다"며 "기후 변화에 대처하려면 원자력과 재생에너지를 같이 발전시키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하는 시민들로부터 큰 지지를 얻었다"고 밝혔다.

    ◇핀란드 원전 드라이브…"원전으로 탄소 제로 만든다"

    북극에 가까운 북유럽의 핀란드는 지구 온난화의 영향을 직접 체감하고 있어 환경 보호에 민감하다. 이런 핀란드가 '친환경 에너지'로 찾은 것이 원전이다.

    핀란드는 연간 전력 생산의 34%를 원전 4곳에서 얻는다. 5번째 원전 '올킬루오토 3호기'가 내년 초 완공될 예정이고, 6번째 원전 '한히키비 1호기'도 내년에 착공한다. 곧 허가 기한(40년)이 끝나는 올킬루오토 1·2호기도 20년 수명 연장을 추진 중이다.

    핀란드 서해안에서 건설 중인 원자력발전소 올킬루오토 3호기의 모습. 내년 초 완공 예정인 올킬루오토 3호기는 핀란드 전력 수요량의 10%를 책임질 전망이다. 현재 핀란드는 연간 전력 생산량의 34%를 원전 4곳에서 얻고 있다.
    핀란드 서해안에서 건설 중인 원자력발전소 올킬루오토 3호기의 모습. 내년 초 완공 예정인 올킬루오토 3호기는 핀란드 전력 수요량의 10%를 책임질 전망이다. 현재 핀란드는 연간 전력 생산량의 34%를 원전 4곳에서 얻고 있다. /TVO 제공

    핀란드 정부는 올해 초 '2045년까지 탄소 배출 제로(O)'를 에너지 정책 목표로 정하면서 주요 실행 전략으로 '원자력 에너지 확대'를 내세웠다. 화석 연료 사용을 줄이기 위해 원전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것이다. 핀란드 경제고용부 관계자는 "가동 중인 원전 4기 덕분에 연간 2000만t의 탄소 배출을 막고 있으며, 내년부터 새 원전 1기가 가동되면 1000만t을 추가로 감축할 수 있다"며 "원전은 경제적이면서도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친환경 에너지"라고 말했다.

    국민도 원전의 안전성을 신뢰하고 있다. 6번째 원전 부지로 선정된 북서부 피하요키에서는 주민 68%가 원전 건설에 찬성했다. 주민 마티 오흐보(42)씨는 "오랫동안 원전을 안전하게 운영해온 정부와 원전 기업에 믿음이 있다"고 했다.

    핀란드는 올킬루오토 원전 근처에 세계에서 처음으로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리장 온칼로(Onkalo)도 건설하고 있다. 2023년 완공되면 앞으로 100년간 사용후핵연료 1만2000t을 저장할 수 있다.

    ◇신재생 에너지, 대체 에너지 못 돼

    핀란드와 스웨덴의 에너지원별 발전 비중 그래프
    핀란드는 수력 발전 비중이 25%로 노르웨이(96%)나 스웨덴(47%)보다 훨씬 낮다. 강보다 호수가 많고 지형이 평탄해 수력 발전의 효율성이 떨어진다. 바람도 적어 풍력 발전 비중이 4% 정도에 그친다. 겨울이면 칠흑 같은 어둠이 이어져 태양광 발전을 에너지원으로 삼기도 힘든 상황이다.

    그러다 보니 핀란드에서는 폐목재인 우드펠릿이나 펄프 찌꺼기인 흑액(black liquor)을 연소시키는 바이오매스 발전이 신재생에너지의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문제는 연료로 쓰이는 우드펠릿이 연소 과정에서 석탄보다 20배 이상 많은 질소산화물을 배출한다는 점이다. 질소산화물은 미세 먼지의 원인 물질이다. 에너지 전문가인 페트루스 펜나넨 박사는 "대규모로 숲을 파괴하고 실내 공기를 오염시키는 바이오매스는 화석 연료를 대체하는 에너지원으로 보기 힘들다"고 밝혔다.

    ◇세계 최초 탈원전 선언 국가 스웨덴도 여전히 10기 가동

    이웃 나라 스웨덴도 연간 전력 생산의 34%를 원전에 의존하고 있다. 1980년 세계 최초로 '탈원전'을 선언하면서 당시 원전 12기 중 2기는 폐쇄했지만 나머지 10기는 여전히 가동되고 있다. 수력(47%)과 풍력(10%), 신재생에너지(6%)를 더하면 전체 전력 생산량의 60%가 넘지만, 여전히 원자력 에너지를 완전히 대체할 수준에는 이르지 못하고 있다. 원전을 폐쇄하면 전기 요금 인상으로 주력 산업인 제조업이 경쟁력을 상실할 것이라는 산업계의 우려도 컸다.

    스웨덴 의회는 지난해 노후 원전을 폐쇄하게 되면 그에 상응하는 신규 원자로를 건설한다는 원칙에 합의했다. 원전 조기 폐쇄를 유도하기 위해 원전 운영사에 부과해오던 원전세(effect tax)도 단계적으로 폐지하기로 했다. 스웨덴 정부는 수력, 풍력, 바이오매스 등 재생에너지 비율을 100%로 끌어올릴 때까지는 안정적인 전기 생산을 위해 원자력 발전을 병행하겠다는 입장이다.



    [나라정보]
    친서구적 국민감정이 강한 핀란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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