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로] '올림픽 좀비'와 살 수는 없다

    입력 : 2017.08.21 03:15

    평창 올림픽 12개 경기장, 해마다 수십억 적자 뻔해
    일부 시설 매몰 검토도 필요… 3~4년 운영 비용이면 충당

    김동석 스포츠부장
    김동석 스포츠부장

    인천 월미 은하레일은 운명이 기구한 시설이다. 인천 관광을 살린다며 2008년 착공한 은하레일은 850억원을 퍼부었지만 부실공사 때문에 애물단지가 됐다. 한동안 '관광용 레일바이크 개조' '모노레일 변경' 등으로 오락가락하다가 철거론이 거세게 일어나면서 결국 해체되는가 했더니, 월미궤도차량이란 이름으로 또 부활했다. 올해 12월 착공할 예정이란다. 세금 낭비와 정책 실패의 녹슨 기념비 같은 6.1㎞ 은하레일을 보면서 시민들은 '돈 먹는 하마 절대 불사(不死)'를 절감하는 중이다. 은하레일뿐일까. 의정부 경전철처럼 운영 주체를 아예 파산으로 몰아간 시설도 널려 있다.

    이런 시설은 건설 전에는 달콤한 흑자 약속으로 사람들을 기만한다. 애초 예상대로면 지금쯤 지자체의 돈방석이 돼 있어야 마땅하나 의정부 경전철의 실제 이용객은 무참하게도 예상의 15~30%에 불과했다.

    좀비가 꼭 이럴 것이다. 한번 들어서면 죽지 않는다. 다만 어둠 속에서 잠깐 숨죽일 뿐이다. 때가 되면 다시 비틀비틀 일어선다. 당국 누구도 여기에 칼을 들이밀어 해체를 시도하지 않는다.

    이런 면에서 놀라운 건 내년 2월 개막하는 평창올림픽 12개 경기장에 대한 암울한 전망이다. 강원도 추산에 따르면 이 경기장들은 '장밋빛 전망'도 불가능하다. 이미 올림픽 이후 경기장마다 한 해 수억~수십억원의 적자가 예상된다. 어떤 수익 부풀리기의 명수도 손을 쓸 수 없을 만큼 명백한 적자 구조를 안고 태어났다는 얘기다. 실제 운영에 들어가면 손실이 얼마로 늘어날지 짐작하기도 어렵다.

    평창올림픽 아이스하키 경기가 열리는 강원 강릉시 관동 아이스하키센터. /평창 올림픽조직위원회 제공
    스포츠계엔 '평창의 원죄'라는 말이 있다. 비용 절감을 위해 활발하게 진행됐던 국내 분산 개최 논의가 강원도 홀대론과 인분(人糞) 차를 앞세운 현지민들의 서슬 퍼런 반발에 밀려나면서 "그럼, 잘들 해 보소"라는 냉소적 반응을 얻은 걸 꼬집는 말이다. 사후 관리 비용이라도 줄이자는 매몰론(철거론)은 논의 테이블에 제대로 올려 보지도 못했다. 그 결과 신설 6개, 보완 6개, 합계 12개의 올림픽 경기장이 대회 후에도 하나도 빠짐없이 살아남는 걸로 결론났다. 인구 22만명인 강릉시에 2개나 되는 올림픽 아이스하키 경기장이 들어선다. 400m 트랙을 갖춘 강릉 스피드스케이팅센터의 미래는 어떻게 되는 건지 말하는 사람도 없다. 공식 본계약을 체결하고 사후 관리 주체를 확정한 곳은 아직 하나도 없다.

    지금이라도 올림픽 시설 매몰론을 공론화하고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강원도 일각에서도 지금은 "이 시설들을 언제까지 안고 갈 수 있겠느냐"는 자성론이 나온다. 평창올림픽의 유산은 후대에 남겨서 최대한 활용할 방안을 찾되, 견디기 어려운 부담을 주는 시설은 매몰하는 것도 대회를 아름답게 치르는 방법이다.

    남자 아이스하키 경기가 벌어지게 될 신설 강릉하키센터의 경우 운영 비용을 한 해 20억원으로 예상한다. 아마도 매우 너그러운 전제에서 나온 비용일 것이다. 이 센터의 매몰 비용은 50억~70억원이다. 올림픽 이후 3~4년이면 매몰 비용을 충당할 수 있다. 강릉 스피드스케이팅센터는 한 해 운영 비용이 27억원이다. 매몰 비용은 80억~100억원이다. 이곳도 3~4년 운영 비용이면 매몰비가 나온다.

    이런 시설은 완공되고, 일단 존치가 시작되면 자체 생존 논리에 따라 죽지 않는 괴력의 좀비가 된다. 은하레일이 그걸 보여준다. 따라서 존치 여부는 올림픽 이전에 결론을 내리는 것이 옳다. 올림픽을 6개월여 남긴 지금 모두가 성공적인 개최를 말하고 있지만, 올림픽 성공의 시작은 이 시설들의 미래를 결정해 놓는 것일 수 있다. 최소한 "1년 운영해 본 뒤 유지 여부를 결정한다"는 식의 사전 합의라도 해서 여지를 남겨 둘 필요가 있다. 잔치 이후 평창과 강릉, 강원도, 크게는 대한민국이 '올림픽 좀비'와 살아가는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지역정보]
    '괴짜 노인 그럼프'의 세계 여행, 첫 방문지는 '평창'
    이전 기사 다음 기사
    기사 목록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