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리불순·발진 유발?…식약처, '릴리안 생리대' 조사 착수

    입력 : 2017.08.19 11:53 | 수정 : 2017.08.21 12:30

    "특정 생리대 쓰고 생리문제 생겼다" 여성들 주장에
    식약처, 제품 검사 착수
    검출된 화합물질과 증상 인과관계 검증하기로
    회사측 "생리대 관련 휘발성물질 기준 없어"

    특정 생리대를 쓰고부터 생리양이 줄어들고 생리불순, 생리통 등 각종 증상에 시달렸다는 여성들의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는 가운데, 식품의약품안전처가 해당 제품 검사에 착수한다. 생리대 품질관리기준 강화도 검토한다. 최근 주식회사 깨끗한 나라의 ‘릴리안’ 생리대를 사용한 뒤 부작용을 겪었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등 여성들 사이에 불안감이 확산되자 보건 당국이 사태 수습에 나선 것이다.

    제조사에서는 “기준에 맞게 생산한 제품으로, 안전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몇 달 전 시민단체와 대학 연구진이 진행한 ‘생리대 방출물질 검출 시험’에서 해당 생리대를 포함한 생리대 10여종에서 독성이 포함된 총휘발성유기화합물질(TVOC)이 검출돼 식약처의 생리대 품질관리기준을 강화해야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조선DB

    18일 강주혜 식약처 연구관(대변인실)은 본지와의 전화인터뷰에서 “식약처는 최근 생리대 부작용 사태를 파악하고 8월 내에 해당 물품을 수거하고 9월에 검사에 착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시민단체와 대학 연구진이 실험한) 생리대 TVOC 검출 결과를 접수하고 TVOC가 국내 생리대에서 실제로 검출되고 있는지, 이들 물질이 여성들이 호소하는 증상과 인과관계가 있는지 등에 대한 연구사업을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식약처는 인과관계가 검증되는 대로 품질관리기준을 강화할 예정이다.

    릴리안 생리대 부작용 사태는 과연 검출된 유해물질과 정말 관련이 있을까. 본지는 식약처와 해당 제조사, 생리대 품질 실험을 한 연구진 등을 취재해 논란을 짚어봤다. ‘생리대 방출물질 검출 시험’을 진행한 김만구 강원대 환경융합학부 교수, 고금숙 여성환경연대 환경건강팀장, 강주혜 식약처 연구관, 박인성 깨끗한나라 마케팅팀장을 전화 또는 대면 취재해 현 사태에 대한 의견을 들어봤다.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Q&A로 내용을 풀었다.


    #’릴리안 부작용’이 뭐길래
    ‘릴리안 생리대’에 대한 부작용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은 1년 전부터다. 20~30대 여성이 주축인 다음과 네이버 카페 등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깨끗한 나라의 생리대 브랜드 릴리안 생리대를 쓸 때 생리양이 너무 줄어서 걱정했는데 다른 생리대로 바꾸자마자 양이 확 늘어서 너무 당황했다”는 내용의 글이 게시됐다. 또 “릴리안을 쓰고 나서 3개월간 생리가 나오지 않았다”는 등의 고민을 토로하는 글도 심심찮게 등장했다.

    올 3월 여성환경연대가 주최한 ‘여성건강을 위한 안전한 월경용품 토론회’에서 김만구 강원대 환경융합학부 교수의 ‘생리대 방출물질 검출 시험’ 결과가 발표되면서 논란은 더욱 커졌다. 김 교수팀은 국내에서 유통되고 있는 생리대 10여종에서 독성이 포함된 총휘발성유기화합물질(TVOC)이 검출됐다는 자체 실험 결과를 내놨다.

    김 교수 연구팀은 국내에서 판매량이 높은 일회용 중형 생리대 5종과 팬티라이너 5종, 면 생리대 1종 등 총 11개 제품이 체온과 같은 환경의 20L 챔버(밀폐 공간) 안에서 어떤 화학물질을 방출하는 지 실험했다. 그 결과, 이들에서 약 200종의 TVOC가 방출됐고, 이중에는 벤젠·톨루엔·스티렌 같은 독성 화학물질도 20종이나 포함돼 있었다. 이들 휘발성 물질의 농도는 제품별로 최대 10배 가까이 차이가 났다.

    논란을 의식해 연구팀이 10종의 이름을 공개하지 않았는데, 릴리안 부작용을 호소했던 여성들 사이에선 심증이 더욱 굳어져갔다. 깨끗한 나라 측은 “릴리안은 식약처의 관리 기준을 통과한 안전한 제품”이라며 전제품의 전성분을 공개하고 나섰지만 여성 소비자들의 불안은 가라앉지 않았다.
    릴리안 생리대 사용 후 부작용을 호소하는 게시물들이 줄지어 올라왔다/다음 카페 '여성시대' 게시판 캡처

    #릴리안에서 유해물질이 검출됐다?
    최근 김 교수는 본지와의 전화인터뷰를 통해 올해 3월 진행한 ‘생리대 방출물질 검출 시험’에서 독성이 포함된 TVOC가 검출된 생리대 10여종 중 2개 제품이 릴리안 제품이라는 사실을 밝혔다. 당시 검출된 TVOC에는 아세톤, 스티렌, 톨루엔, 벤젠, 메틸벤젠 등의 독성물질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 교수는 “당시 총휘발성유기화합물질(TVOC)이 가장 많이 검출된 제품이 릴리안 생리대와 팬티라이너였다”고 말했다. 릴리안 생리대에서 검출된 TVOC는 평균의 1.5배, 최저 검출 제품의 2.7배였고, 릴리안 팬티라이너에서는 최저 검출 제품의 9.7배에 달하는 TVOC가 나왔다. 김 교수는 “특히 향(香) 성분이 릴리안에서 가장 많이 나왔다”면서 “릴리안 생리대와 팬티라이너에서 벤젠류(벤젠고리가 들어간 방향족류)가 검출됐는데 이는 향을 내는데 쓰이는 성분”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향 성분이 인체에 무조건 유해하다고 볼 수는 없지만, 질 점막에 영향을 미치는지 아직 연구된 바가 없기 때문에 완전히 안전하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덧붙였다.

    여성환경연대 관계자는 “실험에서 검출된 독성물질 중 톨루엔 성분은 생식기능의 교란을 가져올 수 있는 성분으로 알려졌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검출된 TVOC에서 인체에 유해한 독성물질이 포함된 것은 맞지만 해당 성분이 릴리안 생리대 사용으로 겪고 있는 생리불순, 생리양 감소, 생리통 등의 부작용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는지는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며 “관리감독 책임이 있는 식약처에서 나서서 해당 성분에 대한 검증을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강주혜 식약처 연구관은 TVOC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이 아직 검증되지 않았기 때문에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연구관은 “TVOC가 국내 생리대에서 나왔다는 연구는 있지만 실제로 TVOC가 검출이 됐는지 식약처에서 파악하고 있는 중이다”라고 설명했다. 강 연구관에 따르면 식약처는 미국 여성단체에서 생리대 TVOC 검출을 주장하는 등 국내외에서 TVOC가 생리대에서 검출됐다는 소식을 접수하고 지난 해 10월부터 TVOC 연구사업에 착수했다. 우선 TVOC가 실제 국내 생리대에서 검출되고 있는지, TVOC의 양이 얼마나 되는지, TVOC가 생리불순, 생리통 등 부작용에 영향을 주는지 등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내년에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총휘발성유기화합물질(TVOC), 생리대에서 나와도 되는건가?
    생리대를 출시하기 위해서는 식약처의 안전성, 유효성, 품질관리기준 심사를 거쳐야 한다. 현재 식약처의 품질관리기준 항목에 TVOC 유무는 빠져있다. 식약처는 품질관리기준을 심사할 때 생리대 모양과 색소, 산알카리 여부, 형광증백제와 포름알데하이드가 포함되지 않았는지 등을 본다. 이 중 포름알데하이드가 유일한 VOC(유기화합물)에 해당할 뿐, 이번에 검출된 나머지 물질은 기준 자체가 없는 셈이다. “기준에 맞게 생산했다”는 회사측 설명이 일리 있는 대목이다.

    식약처는 TVOC의 생식기능에 미치는 영향이 검증되지 않았기 때문에 품질관리기준 항목에 포함시키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강 연구관은 “김 교수의 시험결과에서 나온 TVOC는 생리대를 속옷에 부착하는 뒷면 부분이나 ‘날개’ 부분에 사용되는 접착제에서 주로 나오는 것으로 보인다”며 “접착제는 피부에 직접적으로 닿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또 김 교수의 시험결과 중형 생리대에서 검출된 TVOC 양은 평균 4185나노그램(ng)으로 이는 매우 적은 양이라고 했다.

    #해외에도 생리대 TVOC 검출 기준이 없나
    식약처와 김 교수 모두 해외 역시 생리대 속 TVOC 검출 여부를 관리하는 곳은 없다고 밝혔다. 해외 여성단체에서 TVOC 관리를 요구하는 경우는 종종 있었지만, 실제로 관리당국이 TVOC 관리 기준을 마련한 곳은 아직 없다는 것이다.

    #릴리안 ‘팬티라이너’에서 최저치보다 10배 많은 TVOC가 검출됐는데…
    식약처에 따르면 팬티라이너는 생리혈 처리 용품으로 분류되지 않는 ‘공산품’에 해당하기 때문에 식약처 관리 대상이 아니다. 하지만 생리기간 전후 소량의 생리혈을 처리하기 위해 생리혈 흡수 기능을 갖춘 팬티라이너는 ‘의약외품’으로 분류돼 식약처가 관리를 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생리대 제조업체에서 만드는 대부분의 팬티라이너는 의약외품으로 분류돼 식약처의 관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 연구관은 “현재 팬티라이너는 공산품으로 분류돼있으나 생리혈 흡수 기능이 있는 일부는 의약외품으로 분류돼 식약처가 관리하고 있다”며 “팬티라이너는 내년부터 위생용품으로 분류돼 식약처에서 전체적으로 관리한다”고 밝혔다.

    #깨끗한 나라의 입장은
    회사 측은 릴리안 부작용을 호소하는 여론이 커지자 지난 11일 홈페이지를 통해 “릴리안은 식약처의 관리 기준을 통과한 안전한 제품”이라며 전제품의 전성분을 공개했다. 깨끗한 나라는 온라인에서 제기된 부작용 논란에 대해 인과관계를 밝히기 위한 과정을 밟고 있다는 입장이다. 박인성 깨끗한나라 마케팅팀장은 “최근 제기된 이슈가 과학적인 근거가 있는 게 아닌 추측성 내용인데 기정사실인양 몰아가고 있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며 “회사 입장에서는 (논란에 대한)인과관계를 밝히기 위해 테스트를 준비하는 등 소비자들에게 진정성 있게 대응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안전한 생리대는 없다?
    릴리안 사태 이후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어떤 생리대를 써야할지 고민이다”라는 내용의 글이 줄지어 올라왔다. 특정 생리대 뿐만 아니라 국내에서 유통되고 있는 생리대 전반에 대한 안전을 신뢰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고금숙 여성참여연대 환경건강팀장은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제품 뿐만 아니라 국내에서 유통되고 있는 생리대 10여종에서 유해물질이 발견됐다”며 “이러한 결과를 기업에 통보해도 별다른 개선이 없었기 때문에 식약처에서 나서서 품질관리기준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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