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m 지그재그로 관광객 덮쳐… 세살배기까지 들이받았다

    입력 : 2017.08.19 03:02

    [바르셀로나서 IS 차량 테러… 안전지대 스페인마저 뚫려]

    매일 수십만명 찾는 명소… 휴가 온 34개국 시민들 피해
    모로코 국적 10代 범행 유력

    8시간 뒤 해안 도시서 2차 테러… 행인 1명 사망, 용의자 5명 사살

    17일(현지 시각) 오후 5시쯤 스페인 바르셀로나 구(舊)도심 람블라스 거리를 달리던 흰색 밴 차량 한 대가 갑자기 인도(人道) 위로 올라왔다. 이어 카탈루냐 광장에서 해변가 콜럼버스 기념탑을 향해 500m를 전속력으로 달렸다. 초저녁 산보를 나온 시민과 관광객들이 차량에 부딪혀 인형처럼 쓰러졌다고 목격자들은 전했다. 아이와 함께 나온 여성들은 공포에 질린 얼굴로 피할 곳을 찾아 이리저리 뛰어다녔다고 했다. 한 목격자가 온라인에 올린 동영상에는 유모차, 의자, 테이블, 파라솔이 나뒹굴고 피투성이가 된 부상자들이 길바닥에 누워있는 모습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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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일(현지 시각) 스페인 제1 관광 도시 바르셀로나 구(舊)도심의 번화가인 람블라스 거리에서 흰색 밴이 보행자 도로를 질주하며 군중을 덮치자 놀란 시민과 관광객들이 황급히 대피하고 있다. 이번 연쇄 차량 테러로 최소 14명이 숨지고 100여 명이 다쳤다. /AP 연합뉴스
    현장 목격자들은 뉴욕타임스(NYT)에 "운전자는 사람들을 최대한 많이 치기 위해 사람들을 쫓아 지그재그로 운전했다"고 했다. 목격자 아이작은 텔레그래프에 "승합차가 시속 80㎞ 정도 속도로 사람들을 치고 갔다. 옥수수밭을 질주하는 것처럼 보였다"고 했다.

    로이터는 "관광객 수백명이 소지품을 모두 버리고 한꺼번에 도망치면서 일대가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다"며 "희생자 중에는 세 살짜리 아이도 있다"고 보도했다. 용의자는 람블라스 거리 보케리아 시장 인근에 차량을 세우고 달아났다.

    경찰은 현재 4명을 체포해 조사 중이다. 이 중 드리스 우카비르(28)의 신분증이 바르셀로나에서 차량을 빌리는 데 사용된 것으로 밝혔다. 이 남성은 바르셀로나 북부 리폴에 있는 경찰서로 찾아와 자신의 신분증이 도난당했다고 신고했다가 체포됐다. 그는 경찰에서 "내 동생이 내 신분증으로 렌터카 업체에서 밴을 빌렸다"고 진술했다고 호주 뉴스닷컴이 보도했다. 경찰은 이 남성의 동생인 무사 우카비르(18)를 차량 운전 용의자로 보고 뒤를 쫓고 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은 전했다. 그의 소셜미디어에는 "이교도 살인"이라는 글이 올라와 있다. 이 형제의 국적은 모로코다.

    바르셀로나 차량 테러 용의자로 지목된 모로코 출신 우카비르 형제.
    모로코 국적 형제, 용의자로 지목 - 바르셀로나 차량 테러 용의자로 지목된 모로코 출신 우카비르 형제. 왼쪽은 형 드리스, 오른쪽은 동생 무사. /트위터
    또 다른 한 명은 모로코 북동부 스페인령 항구도시 멜리야 출신 스페인 국적 남성으로 알카나르 폭발 사건 연루 혐의로 체포됐다. 18일 리폴에서는 모로코 국적의 남성 용의자 2명이 붙잡혔다.

    바르셀로나의 람블라스 거리는 악사들이 공연하고 관광객들이 노천 식당에서 식사를 하거나 쇼핑을 즐기는 번화가로, 하루에만 수십만명이 찾는 명소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는 "람블라스 거리엔 언제나 사람들이 많아 테러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점을 테러리스트가 노린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바르셀로나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인 18일 오전 1시쯤 이곳에서 남서쪽으로 약 100㎞ 떨어진 해안 도시 캄브릴스에서도 차량 돌진 테러가 발생해 여성 1명이 숨지고 경찰 1명을 포함해 6명이 다쳤다. 경찰은 진압 과정에서 용의자 5명을 사살했다. 이들은 자살 폭탄 테러를 위해 허리에 폭발물 벨트를 두르고 있었지만 가짜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경찰은 밝혔다. 경찰은 "이번 사건은 바르셀로나 차량 돌진 테러 이후 몇 시간 만에 발생한 2차 테러로 추정된다"고 했다.

    앞서 지난 16일에는 바르셀로나에서 남서쪽으로 200㎞ 떨어진 알카나르의 한 주택에서 폭발 사고가 발생해 1명이 숨졌다. 경찰은 테러범들이 이곳에서 폭발물 실험을 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당국은 세 사건이 서로 관련된 것으로 보고 있다. IS는 자신들의 선전 매체인 아마크 뉴스 통신을 통해 "바르셀로나 테러 수행자는 IS의 전사들이다. 이들은 연합군을 겨냥하라는 우리의 요청에 따라 테러를 실행했다"고 주장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캄브릴스 테러
    유럽에서는 지난 수년간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의 '소프트 타깃(불특정 민간인)'을 노린 차량 테러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해 7월 프랑스 남부 해안 도시 니스에서 트럭이 군중을 향해 돌진해 84명이 목숨을 잃은 데 이어 같은 해 12월에는 독일 베를린에서 트럭이 크리스마스 시장으로 뛰어들어 12명이 숨졌다.

    스페인은 2004년 알카에다의 마드리드 테러 이후 대대적인 지하디스트(이슬람성전주의자) 소탕 작전을 벌여 그동안 테러를 성공적으로 막아왔다. 하지만 이번에 스페인마저 차량 테러를 당하면서 더 이상 테러 안전지대로 볼 수 없게 됐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차량 테러에는 특별한 기술이 필요 없고 차량을 구하는 데도 어려움이 없다"며 "이들은 혼자 테러를 계획하고 실행하는 일명 '외로운 늑대'인 경우가 많아 사전에 막기가 어렵다"고 했다.

    스페인에서는 추모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18일 카탈루냐 광장에서는 펠리페 6세 국왕 등이 참석한 가운데 추모식이 열렸다. 참석자들은 "나는 두렵지 않다"고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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