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곤 교육부 장관이 그제 "정부 재정 지원 사업을 통해 국립대 총장 간선제를 유도하는 방식을 폐기하겠다"고 밝혔다. 41개 국립대 총장 선출 방식이 직선제에서 간선제로 바뀐 것이 지난 2012년이다. 직선제 폐해가 워낙 컸기 때문이다. 선거 때마다 총장 후보들은 교직원 임금 인상, 강의 시간 감축 같은 선심 공약에 몰두했고 선거가 과열되면서 학내 파벌이 심각해졌다. 교수들은 연구보다 선거에 매달려 "대학이 선거판 됐다"는 비판이 나왔다. 총장은 공약 지키느라 개혁보다 복지에 신경을 더 써야 했다. 이런 풍토에서 대학 경쟁력이 나올 리 없었다.
그래서 알 만한 세계적 대학 중 총장을 교수나 직원들이 투표로 뽑는 곳은 없다. '총장 물색 위원회'가 인재를 찾아 나선다. 총장 임기도 단임으로 끝나는 경우가 별로 없이 10년 이상 자리에 앉아 개혁을 진두지휘한다. 직선제 총장 시스템에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우리의 경우 1980년대 후반 민주화 열풍을 업고 대학들이 총장 직선제를 도입했지만 사립대부터 이 제도를 버렸다. 대학 경쟁력을 해쳤기 때문이다. 국립대들도 5년 전 간선제로 바꾸었는데, 정권이 바뀌면서 다시 과거로 돌아가려고 한다. 이제 곧 사립대에도 직선제 바람이 불 것이다.
지난 정부의 잘못이 컸다. 코드에 맞지 않는 인사가 총장 후보로 올랐다고 임명하지 않고 총장 자리를 공석(空席)으로 내버려뒀다. 그렇다면 정부가 총장 선출에 부당하게 간섭하지 못하도록 제도를 개선하면 된다. 직선제로 되돌아가 대학을 정치판, 선거판으로 만들 일이 아니다. 대학은 연구, 교육하는 곳이지 정치하는 곳이 아니다. 대학 총장은 교수의 연구를 북돋워야 하는 사람이지 교수의 환심을 사는 사람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