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삼성헬스앱엔 하루 20만보 걷는 철각 있다는데…

    입력 : 2017.08.19 03:02

    '글로벌 도전' 앱사용자 순위서 1위者, 한달 만에 620만보 기록
    "인간이 이렇게 걷기는 불가능 개·고양이에 착용했을 수도"

    삼성헬스 앱 글로벌 도전 7월 순위.
    삼성헬스 앱 글로벌 도전 7월 순위. 1위는 한 달 동안 620만1219보를 걸은 것으로 기록됐다. 전문가들은 스마트시계나 밴드 등을 통해 걸음 수를 조작했다고 의심한다. /전현석 기자
    하루에 20만보(步)씩 걷는 철각(鐵脚)이 있을까. 스마트폰 앱 기록으로는 존재한다. 운동 시간, 심박수, 칼로리 소모 등을 알려주는 삼성헬스 앱은 지난 6월부터 '글로벌 도전' 서비스를 시작했다. 전 세계 앱 사용자들끼리 한 달간 스마트폰이나 스마트밴드 등 웨어러블 기기에 기록되는 걸음 수로 순위를 정하는 일종의 게임이다. 지난달엔 77만명이 참가해 아이디 'Naberg'가 1위를 기록했다. 7월 한 달간 620만1219보를 걸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루 평균 20만보씩 매일 걸어야 기록할 수 있는 수치다. 한 걸음에 1m씩 움직였다 해도 하루 200㎞ 거리를 이동한 셈이다. 8월에는 16일 오후 6시 현재 'Mr Boki'가 1위로, 하루 평균 25만보 이상을 걸은 것으로 나타났다.

    인제대 의대 심혈관대사질환센터장 한진 교수는 "인간이 이렇게 걷는 건 불가능하다"고 했다. 일반 성인은 보통 1시간에 7000보를 걷는다고 한다. 이때 소모되는 열량은 개인별로 다르지만 약 150~200kcal다. 이를 기준으로 하루 24시간 걷는다고 가정하면 16만8000보를 기록하고, 3600~4800kcal를 소모하게 된다. 한 교수는 "하루에 20만보씩 걸으면 관절 상해, 다리 근육 피로, 심장 과부하 등을 초래해 건강을 해칠 것"이라고 했다. 한 육상단 감독은 "경보와 마라톤 선수가 강훈련을 할 때 하루 5만~10만보를 기록하기도 한다"면서도 "하루 20만보 걷거나 뛰는 선수는 본 적이 없다"고 했다. 삼성전자 측도 하루 20만보를 걷는 건 불가능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앱 사용자가 개나 고양이 등 동물에게 스마트 기기를 착용시켜 걸음 수를 허위로 증가시킬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실제 활동성이 좋은 개에 스마트 시계를 착용시켜 실험해 봤다. 포메라니안(두살)의 경우 1시간 동안 1185보 걷는 것으로 기록됐다. 골든리트리버(세 살)는 1542보였다. 개 두 마리 모두 이보다 훨씬 많이 걷는 것처럼 보였지만 스마트시계에 기록된 걸음 수는 적었다. 스마트 기기 전문가들은 "스마트폰이나 스마트밴드 등의 걸음 수 측정은 인간 걸음걸이 패턴을 인식할 수 있도록 발전돼 왔기 때문에 동물에 착용시키면 오차가 있을 수 있다"고 했다. 동물 행동학을 연구한 '그녀의동물병원' 설채현 원장은 "개는 보통 하루 12시간 이상 잠을 잔다"며 "개 걸음이 온전히 다 기록된다고 해도 하루 20만보 걸음은 힘들어 보인다"고 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일부 스마트시계는 걷지 않고 박수만 쳐도 이를 걷는 것으로 인식해 걸음 수로 기록하기도 한다"고 했다. 팔을 세게 흔들어도 마찬가지였다. 박수 치는 것처럼 작은 충격을 반복적으로 주거나 팔을 흔드는 것과 같은 움직임을 가진 기계에 스마트 시계를 장착하면 걸음 수를 증가시킬 수 있다는 얘기다. 회사원 이모(42)씨는 "삼성헬스 앱으로 친구와 많이 걷기 내기를 했는데, 질 것 같아서 스마트 시계를 차고 박수를 쳐서 걸음 수를 속인 적이 있다"고 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삼성헬스 앱 사용자들은 한 달 평균 15만보를 걷는데, 글로벌 도전 참가자들은 그보다 40% 이상 더 걷는 것으로 조사됐다"며 "걸음 수를 속이는 사용자들이 일부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운동을 도와주는 것은 분명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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