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160가지 포도로 만든 샴페인, 드셔보셨나요?"

    입력 : 2017.08.19 03:02 | 수정 : 2017.08.21 17:51

    7대째 샴페인 만드는 크루그家
    프랑스 샴페인의 걸작… 귤·꿀 섞인 듯 독특한 맛
    병 돌리기도 손으로 직접… 전통을 고수하는 게 비결

    "앞에 놓인 크루그 그랑 퀴베는 총 160가지 포도주를 블렌딩해 만들었습니다. 크루그 그랑 퀴베 샴페인엔 빈티지(생산 연도)가 없습니다. 최정점의 맛을 지향하기 때문이죠. 제가 마시려고 그렇게 만드는 겁니다(웃음)."

    프랑스 샹파뉴(Champagne) 지방 소도시 랭스(Reims)에 크루그(Krug) 하우스 직원들이 모두 모였다. 이날은 1800년대부터 크루그 가족이 살던 저택을 리모델링해 세계 최초로 공개하는 날이었다. 샴페인을 만든 조셉 크루그의 6대손 올리비에 크루그가 직접 나섰다. 그의 손에는 260년 역사를 자랑하는 와인잔 메이커 리델이 크루그만을 위해 특별 제작한 와인잔 '조셉'이 들려있었다. 샴페인의 은은한 기포 소리가 귓가를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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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루그 하우스의 6대손 올리비에 크루그는 “기독교 신자들이 세례를 받는 것처럼 우리 집안은 태어나자마자 입술에 크루그 샴페인을 묻혀준다. 그래서 첫 샴페인 맛은 기억이 안 난다”며 웃었다. 크루그는 빈티지가 없는 샴페인이지만 병 뒤쪽에 아이디(ID·아래 사진)를 적는다. / 크루그


    와인 마니아들 사이에서 크루그는 '독특한 샴페인'으로 통한다. 대표 샴페인인 그랑 퀴베는 고급 샴페인 중에는 유일하게 빈티지가 없는 데다 여러 가지 포도주를 섞어 만드는 샴페인이기 때문이다. 네이버 와인카페 운영자 정휘웅씨는 "크루그를 마셨다면 샴페인은 다 마신 것"이라며 "견과류와 특유의 귤, 꿀이 섞인 듯한 맛이면서도 입안에서 계속 침이 흐르게 만드는 산미가 독특한 최고의 샴페인"이라고 극찬했다. 최고의 샴페인이라고 불리는 데 대해 올리비에는 "우리 가족이 마시기 위해 만드는 샴페인이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조셉 크루그가 1843년 그랑 퀴베를 처음 만든 이유는 '항상 최고의 샴페인을 마시고 싶어서'였다. 그는 샴페인 마니아였지만 날씨에 따라 매해 들쭉날쭉한 샴페인 맛이 속상했다. 그가 고안해 낸 방법은 여러 가지 포도를 섞어 일정한 맛을 만들어내는 것이었다. 조셉이 처음 그랑 퀴베를 만들었을 땐 30~40가지 포도주를 섞어 발효시켰지만 지금은 매년 120가지 이상 포도주를 섞어 만든다. 어떤 포도주를 어떻게 섞어 만들지를 결정하기 위한 팀도 따로 있다. 올리비에를 포함한 6명의 '테이스팅 팀'이 한 해 프랑스에서 수확되는 400여종의 와인을 시음한다. 6개월에 걸친 맛보기를 통해 신맛, 매운맛 등을 방울방울 섞어 퍼즐처럼 조합해 매해 아주 비슷한 크루그 샴페인의 맛을 구현해낸다고 한다. 올리비에는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Why]

    또 다른 비밀은 이날 공개한 크루그 저택 지하에 숨어있었다. 30도에 가까운 무더운 날씨였지만 돌계단을 따라 내려가니 시원하다 못해 차가운 기운이 지하를 채우고 있었다. 12~13도로 온도와 습도가 자연적으로 유지되고 있다고 했다. 가장 먼저 눈에 띈 건 수십개의 커다란 스테인리스 스틸 통이었다. 위엔 날짜와 암호 같은 숫자가 적혀 있었다. 샴페인을 만들기 위해 확보해 둔 베이스 와인들이었다. 두 번째 방에는 1900년대 초반부터 확보해 둔 와인이 먼지를 뽀얗게 뒤집어쓴 채 저장돼있었다. 세 번째 방엔 750mL짜리 병 수십개가 거꾸로 꼽힌 채 놓여있었다. 다른 데에선 발효 과정에서 기계를 이용하지만 크루그는 모두 손으로 작업한다고 했다. 하루에 아주 조금씩 샴페인 병을 돌려주는 리들링 작업조차 손으로 하고 있었다. 올리비에는 "샴페인을 만드는 데 가장 필요한 건 '인내'"라며 "전통적인 방식을 고집하는 게 독특한 맛을 내는 비법"이라고 설명했다. 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샴페인 중 크루그 하우스가 만드는 샴페인은 전체의 0.1%에 불과하다.

    우리나라에서 크루그는 아직 낯선 샴페인 브랜드이다. 하지만 일본 샴페인 시장에서 크루그의 인기는 다른 샴페인 브랜드를 압도한다. 일본에서 인지도를 어떻게 쌓은 것인지에 대해 올리비에는 "일본 음식과 크루그가 아주 잘 어울린다"며 "한국 음식을 다 섭렵하진 못했지만 어디에나 잘 어울릴 수 있게 만들었다고 자부한다"고 말했다. 그는 크루그의 지향점을 파티에서 마시는 것보다 좋은 음식과 함께 마시는 것이라고 했다. 매년 한 가지 식재료로 세계적인 셰프들에게 크루그 샴페인과 잘 어울리는 메뉴를 만들어달라 부탁하는 것도 그 이유다. 올해의 재료는 버섯이다. 올해는 우리나라에서도 식당 '권숙수'의 권우중 셰프, '정식당'의 임정식 셰프, '레스쁘아'의 임기학 셰프, '라미띠에'의 장명식 셰프가 선정돼 해당 음식점에서 버섯요리와 크루그 그랑 퀴베를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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