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먹거리 파동

이번엔 계란과 살충제가 만났다. '친환경' 계란인 줄 굳게 믿고 사 먹었던 국민들은 충격에 빠졌다.
사람에게 먹고사는 문제만큼 엄중한 일도 없건만, '음식 파동'은 잊을 만하면 하나씩 터진다.

  • 구성=뉴스큐레이션팀 정영민

    입력 : 2017.08.23 08:40 | 수정 : 2017.08.23 08:44

    우리나라에선 1962년 1월 처음으로 '식품위생법'이 나왔다.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만들어지거나 오염된 재료로 만든, 이른바 '위해(危害)식품'을 처벌하는 법률이다. 이를 통해 식품 영양의 질적 향상과 국민 건강을 도모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시장에서 파는 간식들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계없음.) /조선DB

    하지만 식품위생법이 있었음에도, 60~70년대는 위해식품이 판을 쳤다. 김장철이면 톱밥에 색깔을 입힌 '톱밥 고춧가루' 기사가 나왔고, 소고기 무게를 늘리기 위해 물을 먹이는 일은 예사였다. 석회로 만든 두부, 조미료 찌꺼기로 만든 간장, 군화용 가죽에 붙은 살점을 뜯어 만든 설렁탕 등은 지금으로선 믿을 수 없지만 실제로 있었던 일이다. 아이들이 수시로 먹던 사탕에는 '롱가리트'라는 표백제 성분이 들어갔다.

    50여 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우리나라는 많은 분야에서 발전을 이뤘지만 식품 안전에서는 조금도 진일보하지 못한 모양새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국민들이 느끼는 충격과 공포는 과거나 현재나 똑같다. 90년대 이후 우리나라를 떠들썩하게 했던 음식 파동 사건들을 모았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1998년 설립돼 2013년에 처(處)로 승격했다. 따라서 2013년 이전의 사건 서술에서는 '식약청'으로, 2013년 이후에는 '식약처'로 쓰고 있음을 밝힌다.

    식품당국이 '살충제 계란'을 폐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5일, 네덜란드와 벨기에에 이어 한국산 계란에서도 살충제 성분인 피프로닐(Fipronil)이 검출됐다. 이후 농림축산식품부와 식약처가 전국 산란계 농가를 전수조사 한 결과 49곳의 농장에서 '살충제 계란'이 검출됐으며, 피프로닐을 비롯해 플루페녹수론, 에톡사졸, 피리다벤, DDT 등 다양한 살충제 성분이 나왔다. 계란에서 살충제가 나온 이유는 여름철에 많이 생기는 진드기 때문으로 밝혀졌다. 보통 공터에서 자라는 닭은 스스로 몸에 붙은 진드기를 떼어내는데, 밀집된 공간에서 자라는 닭은 그럴 수 없기 때문에 살충제를 사용한다는 것이다.

    식약처는 살충제 검출 농장을 구별할 수 있는 일련번호를 공개하는 한편, 이를 제외한 계란에 대해서는 안전하다고 거듭 밝혔다. 특히 살충제가 최대로 검출된 계란이라고 해도, 성인의 경우 하루 126개를 먹어도 위험하지 않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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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년은 닭과 관련된 이슈가 유난히 많았다. 살충제 계란 파동 이전에는 조류인플루엔자(AI)와 부패한 브라질 닭 파동이 있었다. 브라질 닭 파동은 브라질에서 30여 개의 대형 육가공업체가 부패한 닭고기의 냄새를 없애기 위해 사용 금지된 화학물질을 쓴 것이 적발되며 불거졌다. 문제는 이 닭들이 전세계로 수출됐다는 것. 특히 한국은 전체 수입 닭고기 중 브라질산이 86.8%(2016년 기준)를 차지하고 있었다. 전체 국내 닭고기 소비량 중에는 12~13%를 차지한다. 정부는 브라질 당국에서 보내온 자료를 근거로 "국내에는 부패한 닭고기가 수입되지 않은 것을 확인했다"고 했지만 파문은 사그라지지 않았다. 대형마트에서는 브라질산 닭고기 판매를 중단했고, 네티즌들은 '순살치킨과 닭강정에는 대부분 브라질 닭이 쓰인다'는 글을 퍼날랐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어린아이 몸집을 하고 사나운 눈을 가진 '브라질 닭 실물 사진'이 올라왔지만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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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5년 5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백수오 제품 현안보고'에 나온 백수오 제품. /조선DB

    갱년기 여성에게 좋다고 알려져 홈쇼핑 등에서 붐이 일었던 '백수오'가 가짜라는 것이 드러난 사건이다. 백수오의 가짜 의혹은 한국 소비자원이 처음 제기했다. 백수오는 독성이 없다고 알려진 한약재인데, 이를 섭취한 일부 소비자들에게서 부작용이 나타났던 것이다. 이를 의아하게 여긴 소비자원이 32개 백수오 제품의 유전자 검사를 진행했는데, 단 3개의 제품만이 진짜 백수오를 사용했고 나머지는 '이엽우피소'라는 백수오와 비슷한 식물이 혼합되어 있었다. 백수오 제품 대부분을 공급하는 건강식품회사인 내츄럴엔도텍은 즉각 반발했다. 하지만 뒤이어 진행된 식약처의 전수조사 결과, 207개 백수오 제품 가운데 진짜 백수오만을 쓴 것은 단 10개, 5%에 불과했다.

    믿었던 건강식품에 배신 당한 소비자들은 백화점, 홈쇼핑 등을 상대로 집단 환불을 요구했다. 내츄럴엔도텍의 주가는 한 달여 만에 80% 넘게 뚝 떨어졌다. 설상가상으로, 가짜 백수오 파문이 불거졌던 때는 5월이었는데 어버이날 등으로 최대 성수기를 맞아야 할 건강기능식품 시장 전체가 타격을 입었다.

    한편, 백수오 대신 쓰였던 이엽우피소의 유해성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식약처는 '이엽우피소가 허가된 식품 원료는 아니지만 인체에 유해성은 없다'고 했고, 대한한의사협회 측은 '간 독성, 우울증, 구토, 경련, 호흡곤란 등을 일으킨 사례 보고가 있다'며 이에 맞섰다. 이런 가운데 가짜 파동이 있은 지 2년이 지난 올해, 일부 홈쇼핑에서 백수오 판매를 재개했다.


    2010년 10월, 서울 성동구청에서 직원들이 낙지 어민들을 돕기 위해 낙지 시식회를 열었다. /조선 DB

    2010년 추석을 앞둔 9월, 서울시는 돌연 낙지·문어 등 연체류의 머리에 카드뮴(Cadmium)이 기준치 이상으로 검출됐다고 발표했다. 카드뮴은 이타이이타이병과 전립선암 등을 유발하는 중금속 물질이다. 서울시는 식품안전과의 조사 결과, 낙지 머릿속에 있는 내장에서 기준치(1㎏당 2.0㎎)를 14배 정도 초과한 29.3㎎(1㎏당)의 카드뮴이 있었다고 했다. 서울시는 "내장을 좋아하는 한국 사람들의 특성을 고려해 사각지대를 조사했다"며 가급적 낙지 머리를 떼고 먹을 것을 권고했다. 하지만 식약청은 서울시 발표 하루 뒤 정반대의 입장을 내놨다. 낙지의 특정 부위만을 조사한 방법은 잘못됐으며, 낙지 전체 무게에 비례했을 때 카드뮴 함유량은 전혀 유해하지 않다고 했다. 식품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서울시의 자체 발표에 대한 비판이 나왔는데, 일각에선 오세훈 당시 서울시장이 대선을 노리고 성급히 성과를 내려고 한 것이 아니냐는 얘기도 나왔다.

    '낙지머리' 파문은 국내 최대 세발낙지 산지인 전남 신안·무안군 어민들을 화나게 했다. 이들은 직접 버스를 타고 서울로 올라와 강력히 항의했다. 같은 시기 열린 국정감사에서는 국회의원들은 '낙지 먹기 퍼포먼스'가 벌어지기도 했다. 국감에서 동료 의원들의 낙지 공세가 이어졌지만 오세훈 시장은 "머리가 문제지 몸체는 괜찮다"며 끝까지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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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 중국 마트 진열대에서 수거되고 있는 멜라민 분유. (아래) 멜라민이 검출된 해태제과 '미사랑 카스타드' 수거 작업을 하고 있다. /조선DB

    중국에서 시작돼 한국, 일본 등 아시아 국가 전체에 파장을 미쳤던 사건이다. 발단은 중국에서 분유를 주식으로 먹던 영아 6명의 사망이었다. 신장결석이나 신부전증을 앓는 환자까지 포함하면 5만여 명이 넘었다. 원인은 분유 속에 들어 있었던 공업용 화학물질인 멜라민(Melamine). 바닥 타일, 주방기구, 화이트 보드 등을 만들 때 쓰이는 물질인데, 중국의 분유 생산업체들은 우유에 물을 섞은 사실을 숨기기 위해 이 멜라민을 첨가했다. 멜라민을 넣으면 우유 속의 단백질 농도를 높여 '물 탄 우유'임을 숨길 수 있었기 때문이다. 추후 중국의 '멜라민 분유' 생산 관계자들은 모두 사형에 처해졌다.

    우리나라에서는 중국산 분유와 우유, 유당 성분이 포함된 과자에서 멜라민이 검출돼 충격을 안겼다. 특히 '멜라민 과자' 목록에는 롯데제과, 해태제과, 동서식품 등 대형 제과업체들이 포함됐다. 혼란에 빠진 국민들에게 식약청은 '하루허용섭취량'이라는 구체적인 수치를 들어 멜라민 공포를 잠재우고자 했다. 가령, 국내 과자 중 멜라민 수치가 가장 높게 나온 품목이라 해도, 20kg짜리 어린이가 하루 15개 이상 꾸준히 먹어야지 유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에서 문제가 됐던 분유에는 이 과자의 40배에 달하는 멜라민이 포함돼 있었다. 또한 분유는 과자와 달리 주식이며, 신장 기능이 미숙한 영유아들이 섭취해 피해가 더욱 치명적이었다는 분석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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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좌) 2005년 10월, 한 고깃집에 '중국산 김치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안내문이 붙어있다. (우) 식품의약품안전청에서 수거된 김치를 분석하고 있다. /조선DB.

    김장철을 앞둔 2005년 가을, 중국산 수입 김치에서 납과 기생충 알이 검출되더니, 2주 뒤엔 국산 김치에서도 기생충 알이 나왔다. 식약청은 김치 생산업체 502곳을 조사한 결과, 16곳의 영세 업체에서 개·고양이 회충 알, 판독 불가능한 회충 알 등이 나왔다고 밝혔다. 적발된 업체들은 단체 급식과 홈쇼핑, 백화점 등에 포장용 김치를 납품하는 곳이었다.

    이 사건으로 인해 한국을 대표하는 음식인 김치의 위상은 크게 떨어졌다. 일본은 한국산 김치와 고추장, 불고기 양념 등에 대해 통관을 보류하고 전수 검사를 벌였다. 안전하다는 결과가 나왔지만 일본의 한국산 김치에 대한 불신은 해소되지 않았다. 한때 월 900만 달러가 넘던 한국 김치 수출액은 500만 달러 이하로 내려갔다. 그동안 영세한 김치 제조업체들에 대한 위생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지적도 잇따랐다. 중국산 김치 파문이 일기 전까지 식약청은 김치를 검사할 때 기생충 알이나 중금속에 대해서는 검사하지 않았다.

    한편, 일부 전문가들은 "기생충 알은 치명적이지 않은데 국민 감정에 치우쳐 호들갑을 떨고 있다"는 의견을 냈다. 미성숙 기생충 알의 경우 대부분 대변으로 배출되며 성숙한 기생충 알이라도 구충약을 먹으면 해결된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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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좌) '쓰레기 만두' 사건의 패러디물. (우) 시민들이 만두를 발로 밟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조선DB

    2004년 여름은 '쓰레기 만두'라는 다섯 글자 때문에 온 국민이 분노했다. '쓰레기'라 함은, 쓰레기로 버려질 단무지 자투리와 썩은 무를 사용해 만든 만두소를 만두와 호빵 등에 넣었다는 말이었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이들은 '쓰레기' 재료를 잘게 갈아 우물물 등 비위생적인 물에 담가 소금기를 없앤 뒤, 그대로 포장해 만두업체 등에 팔았다.

    만두 제조업체들은 '쓰레기 만두소인 줄 몰랐다'고 주장했지만 식약청은 이 만두소를 사용한 업체 25곳의 명단을 공개했다. 어린아이들의 간식으로 만두를 즐겨 사용했던 시민들은 크게 분노했고, 만두 제품을 발로 밟는 등의 퍼포먼스를 펼쳤다. 만두의 매출은 90% 가까이 떨어졌고 영세 업체들은 도산했으며, 이 과정에서 한 중소기업의 대표가 자살하는 사건도 벌어졌다. 추후 '쓰레기 만두' 명단에 오른 25개 업체들은 해당 제품이 인체에 유해하다는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무혐의 판결을 받았다. 이 중 일부 업체는 '쓰레기 만두소'를 사용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언론과 경찰의 성급한 행동이 또 한 번 도마 위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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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천 연안부두의 한 창고에 보관중인 중국산 꽃게에서 발견된 납. /조선DB

    중국산 꽃게와 복어, 병어 등의 뱃속에서 납덩어리가 대거 발견돼 대한민국이 발칵 뒤집힌 사건이다. 중금속에 속하는 납은 미량이라도 오랫동안 섭취할 경우 납 중독을 일으킬 수 있는 치명적인 물질이다. 이 때문에 당시 납 꽃게를 먹은 임산부가 기형아 출산을 우려해 낙태수술을 받는 일까지 벌어졌다.

    중국산 납 꽃게는 수입 수산물이 들어오던 인천과 부산 등에서 발견됐는데, 일부 납 꽃게는 통관절차를 마치고 유통 직전에 발견되어 더욱 충격을 안겼다. 누가, 어떤 이유로 꽃게에 납을 넣었느냐에 대해선 밝혀지지 않았다. '무게를 늘리기 위해서'라는 의견이 대부분이었지만, 다른 경쟁자를 위험에 빠뜨리기 위한 음모론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중국산 농수산물에 대한 불신이 높아지자 우다웨이 당시 중국대사는 "납 꽃게에 한국인이 개입했을 수도 있다"는 주장도 했다. 납 꽃게 파문이 있고 난 뒤 해양수산부는 중국과 '수산물 위생관리 약정'을 체결하고 금속탐지기 검사 의무화, 이중검사, 수출공장 등록 제도 등을 도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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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8년 검찰은 번데기와 골뱅이 통조림에 부패 방지를 위해 '포르말린'을 첨가한 혐의로 제조업체 대표 4명을 구속했다. 포르말린은 실험용 사체 부패 방지를 위해 사용되는 물질인데, 다량 복용 시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 제조업체는 중국산 번데기 등의 원료에 이미 포르말린이 함유(1㎏당 0.01~0.02㎎)되어 있는 것을 알면서도, 유통기한을 늘리기 위해 또 포르말린을 뿌렸다.

    당시 통조림 제조업체들은 대부분 영세한 규모였는데, '포르말린 파문'으로 인해 대규모 반품 사태를 겪게 된다. 그런데 이 사건은 2년여가 지난 후 법원으로부터 무죄 판결을 받는다. 포르말린은 자연 상태에서도 존재할 수 있으며, 제조업체가 고의로 포르말린을 넣었다고 확신할 근거가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실제 검찰이 조사한 통조림에서 검출된 포르말린의 양은 자연상태의 포고버섯에서 나온 포르말린보다 적었다. 통조림 제조업체들은 법정에서 누명을 벗긴 했지만 이미 여러 업체가 도산한 뒤였다.


    화학·혼합 간장을 진열대에서 아예 치워버린 서울 소공동 롯데쇼핑 식품 매장. /조선DB

    보통 전통 방식으로 메주를 띄워 간장을 만들면 1년 이상이 소요된다. 그런데 화학 반응을 거쳐 간장을 만들면 단 이틀밖에 걸리지 않는다. 이것이 '산분해 간장'이다. 기름을 뺀 탈지 대두를 염산을 이용해 분해하는 방식인데, 이 '산분해 간장'은 1985년과 1996년 두 차례 유해성 논란이 일었다. 탈지 대두의 화학분해 과정에서 나오는 '3-MCPD(3-모노클로로프로판디올)'이란 유해물질 때문이다. 국제식품첨가물전문위원회는 '3-MCPD'를 '불임 및 발암 가능성이 있는 물질'로 규정했으며, 동물 실험에서 신장과 생식기의 기능을 저해하는 결과가 나왔다.

    문제는 시중에 판매되는 '산분해 간장'이 대부분 양조간장과 섞여 '혼합 간장'으로 팔리고 있다는 것이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산분해 간장 99%에 단 1%의 양조간장을 섞어도 '혼합간장'이란 이름으로 판매할 수 있다. 특히 혼합간장은 저렴한 가격 탓에 식당이나 어린이집 등에서 많이 쓰고 있었다. 파문이 불거졌을 당시 보건복지부는 "인체에는 무해하나 바람직하지 않은 물질이므로 생산을 줄여나가도록 한다"는 모호한 입장을 발표했다. 2000년대 들어서도 산분해 간장에 대한 우려가 계속됐지만, 식약처는 뚜렷한 기준이나 대책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우지 라면 사건'을 다룬 1989년 11월 4일자 조선일보.

    90년대에 일어난 일은 아니지만, 한국의 식품 파동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사건이기에 소개한다. 1989년 11월, 서울지방검찰청에 '라면을 미국산 공업용 소 기름(우지·牛脂)으로 튀긴다'는 익명의 투서가 접수됐다. 이에 검찰은 당시 라면업계 1위였던 삼양라면을 비롯, 오뚜기식품, 서울하인즈 등 5개 업체를 적발했다. 적발된 업체들은 "정부의 동물성 지방 보급 권고 때문에 20년간 우지로 라면을 제조해왔다"며 즉각 반발했다. 실제로 해당 업체들이 사용한 우지는 원유 상태에선 비(非) 식용이지만 튀기는 등 가공하면 먹을 수 있는 것으로 분류되었다. 이들의 해명에도 '공업용'이라는 단어에 충격을 받은 국민들은 해당 제품의 전량 수거 및 판매 금지 등을 요구했다.

    '우지 파동'은 라면 업계 전체에 지각변동을 일으켰다. '라면의 원조'로 꼽히던 삼양라면은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았다. 공장이 문을 닫고 60%에 달하던 시장 점유율은 15%까지 떨어졌다. 그 와중에 삼양식품은 자신들의 결백을 입증하기 위해 법정 싸움을 했는데, 8년 뒤인 1997년이 되어서야 대법원으로부터 '삼양식품이 쓴 재료는 식품으로 적합하다'는 무죄 판결을 받는다. 이후 라면업계는 우지가 아닌 팜유와 같은 식물성 기름을 사용하는 것이 대세가 되었다. 오늘날 '우지 파동'은 검찰과 식품 전문가들의 무지, 언론의 과장된 보도가 라면업계 전체에 큰 생채기를 낸 사건으로 평가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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