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고 앞둔 이재용 재판] 핵심은 뇌물 혐의...정황증거 논란

조선비즈
  • 최순웅 기자
    입력 2017.08.16 11:38 | 수정 2017.08.16 11:44

    검찰이 이재용 삼성전자(005930)부회장에 대해 징역 12년의 중형을 구형한 가운데 법조계에선 재판부가 뇌물 혐의를 인정하느냐에 따라 다른 혐의의 유무죄도 결정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된다.

    뇌물 공여 혐의는 징역 5년 이하로 재산국외도피 등의 혐의(도피액이 50억원 이상일 경우 징역 10년 이상)의 형량보다 적지만 이 부회장 재판의 핵심은 뇌물 혐의이며 이 혐의에 대한 재판부의 판단에 따라 재산국외도피 등 다른 혐의에도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뇌물 혐의가 무죄일 경우 다른 혐의도 도미노 무죄로 나올 가능성도 있다는 얘기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비선실세’ 최순실씨에게 433억원(약속금액 포함)의 뇌물을 제공한 혐의로 이 부회장에 대해 뇌물공여,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특경가법상) 횡령, 특경가법상 재산국외도피, 범죄수익은닉 규제법 위반,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 5가지의 혐의를 적용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조선DB
    ◆ 특검 “경영권 승계 위한 뇌물” vs 이재용 “승계 시도 조차 없었다”

    특검은 지난 7일 결심 공판에서 재산국외도피 혐의의 형량이 10년 이상임을 들어 징역 12년을 구형했지만 준비기일을 포함한 55회의 공판에선 뇌물공여 혐의의 대가성에 대해 주로 다퉜다. 형법상 뇌물 공여 혐의는 대가를 바라고 뇌물을 약속하거나 지급한 행위임이 증명돼야 하기 때문이다.

    대가성이 입증되면 특검 입장에선 이 부회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과 독대 자리에서 최씨에 대한 지원을 대가로 경영권 승계의 편의를 봐줬다는 논리가 완성된다. 뇌물을 준 것은 대가를 바라고 한 것이기 때문에 순수한 스포츠 지원이었다는 삼성 측 논리도 깰 수 있어 특경가법상 횡령 혐의 등의 입증으로 연결될 수 있다.

    박 특검은 구형 전 논고문에서도 “삼성으로선 이건희 회장의 갑작스러운 와병으로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와 삼성계열사에 대한 지배력의 안정적 확보는 시급한 지상과제였다”며 “집권 후반기 최순실의 요청에 대해 대통령이 자금을 지원할 필요와 접합돼 정경유착의 고리가 형성됐다”고 강조했다. 삼성의 최씨 모녀 지원은 정부가 삼성을 도울 것을 바라고 지급한 대가성 있는 뇌물이라는 취지다.

    그러나 이 부회장은 지난 2일 피고인 신문에서 특검팀의 “경영권 승계 목적으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 진행됐다”는 지적에 “그럴 필요가 없었고, 생각해 본적도 없다”고 강하게 반박했다. 그는 “(이건희 회장이 와병 중인데 경영권 승계 작업 등은) 아들로서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했다”며 승계 작업 자체를 부인했다. 이건희 회장이 와병 중인데다 계열사들이 실적이 좋은데 경영권 승계를 진행해 조직 체제를 흔들 이유가 없었다는 취지였다. 이 부회장은 최후 변론에서도 “제 사익이나 개인을 위해 대통령에게 부탁한다든지 대통령에게 기대한 적이 결코 없다”며 대가성을 부인했다.

    이 부회장 측 변호인단은 특검이 대가성을 밝힐 직접적인 증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도를 넘은 의미 부여’로 재판부가 예단할 수 있는 주장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변호인단은 “특검의 주장은 법률가로서 가져야 할 법적 논증보단 ‘대중에 호소하는 오류’, 20여년 전 에버랜드 사건과 연결시키는 ‘논점 일탈의 오류’를 범했다”고 강조했다.

    특검은 직접 증거 없이 ‘안종범 수첩’, ‘대통령 말씀자료’ 등 간접 증거로 맞섰다. 하지만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은 “박 전 대통령이 삼성 합병과 관련해 지시하지 않았다”며 특검에 불리한 증언을 했다. 안 전 수석의 수첩 63권에는 ‘정유라’, ’삼성 합병’, ’최순실’ 등 직접적 문구가 적혀 있지 않았다.

    변호인단은 “특검은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이 독대에서 나눈 대화가 특정되지 않았음에도 공소장에는 직접인용 부호를 써 대가성 있는 청탁이 있었던 것처럼 서술했고, 공소 사실 중 독대한 시점이 오전임에도 특검의 입맛에 맞게 오후로 작성했다”고 지적했다. 변호인단의 주장이 받아들여져 특검은 독대 시점에 대해 공소장을 변경해야 했다.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정황 증거라 해도 신빙성을 가지려면 시점, 내용 등이 정확해야 하는데 특검이 명분만 앞세우다 보니 허점을 보였다”고 평가했다.

    박영수 특별검사 /연합뉴스
    ◆ “뇌물 혐의 무죄면 도미노 무죄 가능성”

    박영수 특검은 결심 공판에서 이번 사건을 “계열사 자금을 횡령해 뇌물을 준 사건”이라고 규정한 뒤 "뇌물을 주기 위해 돈을 해외로 불법 반출했고 범행 은폐를 위해 범죄 수익을 은닉했다”고 했다. 사실관계는 하나지만 여러 혐의가 연쇄적으로 연결된 구조라는 설명이다.

    특검은 이 부회장이 경영권 승계 등의 목적으로 대가성 있는 뇌물을 건네기 위해 이사회를 거치지 않고 298억여원의 계열사 돈을 목적에 맞지 않게 사용했고, 이중 78억원을 범죄수익을 숨기기 위해 최씨가 운영하고 있는 독일 법인으로 송금했다고 했다.

    이런 주장대로 라면 최씨 측에 넘어간 돈이 뇌물이 아니라면 특경가법상 횡령, 재산국외도피 혐의 등에 대해 이 부회장에게 유리하게 판단될 가능성도 커진다. 횡령죄는 계열사 돈이 목적에 맞지 않게 사용됐어야 성립하는데 특검은 ‘경영권 승계’ 등 이 부회장의 사익을 목적으로, 삼성 측은 ‘순수한 승마 지원’에 목적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재판부가 순수한 승마 지원이라고 보게 되면 본인의 이익을 위해 재산을 국외로 보내는 국외재산 도피 혐의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특수통 출신 한 변호사는 “재판부가 뇌물공여 혐의를 무죄로 보게 되면, 특검이 계열사의 이익이 아닌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최씨 모녀를 지원했다며 적용한 횡령 혐의도 무죄로 볼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했다. 이 변호사는 "뇌물과 횡령이 인정되지 않으면 형량이 가장 센 재산국외도피 혐의도 각 계열사 사장의 책임 또는 최 실장의 책임하에 이뤄진 것이 돼 이 부회장은 면죄부를 받을 수 있게 된다"고 덧붙였다. 재산국외도피 혐의는 고의성이 입증돼야 하는 등 법리가 까다롭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이 부회장 측은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이 권한 내에서 판단해 결정한 것"이라며 이 부회장의 뇌물공여 혐의는 물론 모든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최지성 전 미래전략실 실장(부회장)은 최순실씨 모녀에 대한 지원의 최종 보고 윗선은 본인이라고 진술했다.

    반면 대가성이 인정되지 않아 뇌물 혐의가 인정되지 않아도 계열사 돈이 목적에 맞지 않게 사용되는 것을 이 부회장이 알았다고 판단할 경우 횡령 혐의를 유죄로 판단할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검사장 출신 한 변호사는 “뇌물은 대가성에 대한 판단이고, 횡령은 회사 자금을 개인의 목적으로 사용했는지에 대한 판단이어서 재판부가 분리해 판단할 가능성이 없진 않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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