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주투쟁위 내부에선 평화적 집회를 바라는 의견이 있었는데, 다른 단체들과 회의를 할 때는 반영되지 않았습니다." 사드 배치 철회 성주투쟁위원회의 김충환 상임위원장은 성주투쟁위 활동을 접는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그는 14일 전화 통화에서 "주민들이 외부 세력의 불법행위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면서 "다른 사드 반대 단체들이 일방적으로 결정한 사안까지 우리가 책임을 질 수는 없었다"고 했다.

경북 성주군에서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배치를 반대했던 6개 단체 중 하나였던 성주투쟁위는 지난 11일 성주군청 앞에서 집회를 열고 6개 단체 회의에서 탈퇴하겠다는 의사를 주민들에게 밝혔다. 김 상임위원장을 비롯한 집행부 18명도 전원 사퇴했다. 이 같은 사실은 14일 공식 확인됐다.

경북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 마을 도로에‘사드 출입금지’라는 문구가 페인트로 쓰인 모습.

현지 주민들로 구성됐고 사드 반대 기구들 가운데 가장 먼저 결성된 성주투쟁위가 빠지면서 남은 단체들의 운동 방향에 변화가 생길 것으로 보인다. 기존 성주투쟁위 소속 주민들이 비상대책위를 출범시켜 새로운 독자 행동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6개 단체는 그동안 이른바 '6주체'라는 이름으로 움직였다. 성주투쟁위 외에 사드배치반대 김천시민대책위원회, 원불교성주성지수호 비상대책위원회, 사드한국배치저지 전국행동, 사드배치반대 대구경북대책위원회, 사드배치저지 부산울산경남대책위원회가 있다. 경찰은 100여개의 사회단체가 참여한 사드한국배치저지 전국행동이 사실상 6개 단체를 장악했던 것으로 본다.

성주투쟁위는 작년 9월 14일 출범했다. 성주 주민들은 국방부가 사드를 성주 성산포대에 배치하겠다고 발표했을 때 비상대책위를 꾸렸고, 국방부가 성주군 초전면 롯데골프장으로 사드 배치 기지를 바꾸자 투쟁위로 조직을 확대했다. 9월 말 무렵부터는 외부 세력과도 연대를 시작했다.

성주투쟁위는 이후 다른 5개 단체와 여러 차례 의견 충돌을 일으켰던 것으로 알려졌다. 성주투쟁위는 초전면 소성리 마을회관 앞에서 주민과 외부 단체 회원이 지나가는 차량을 검문·검색하는 불법행위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표명해 왔다. 서북청년단 등 보수 단체가 집회를 열거나 거리 행진을 할 때 막지 말자는 의견도 제시했다고 한다. 김충환 상임위원장이 이런 목소리를 자주 냈다고 전해졌다.

하지만 성주투쟁위 측의 의견은 6개 단체 회의가 열릴 때마다 번번이 소외됐고, 다수결로 뜻을 모을 때도 밀렸다고 한다. 지난 12일 주한 미8군 사령관이 사드 반입 과정에서 보인 일부 미군의 부적절한 행동에 대해 주민들에게 직접 사과하려던 계획도 성주투쟁위와 다른 단체들 간의 의견 조율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무산됐다고 알려졌다.

성주투쟁위 집행부의 한 관계자는 또 "6주체가 매번 성주특위의 이름으로 집회 신고를 했다. 집회 때 다른 단체에 소속된 사람들이 도로 점거 등 불법행위를 할 때마다 경찰이 우리 쪽으로 소환장을 보내 부담스러웠던 것이 사실"이라고 밝혔다.

성주투쟁위가 빠지자 나머지 단체는 '사드배치철회 성주초전투쟁위원회'라는 조직을 만들었다. 이들은 지난 12일 성주 사드 기지에서 소규모 환경영향평가 현장 확인을 한 국방부와 환경부를 비판하는 보도 자료를 내면서 성주투쟁위의 이름을 뺐다. 남은 단체들은 앞으로 계속 사드 반대 활동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19일 오전엔 소성리 마을회관 앞에서 '제4차 소성리 범국민 평화행동'을 열 예정이다. 전국에서 온 사람들이 참가하는 사드 반대 집회다.

성주투쟁위가 해체됐다는 소식에 소성리 주민 박모(56)씨는 "성주 주민 의견과 달리 반대 단체들이 서로 너무 다른 목소리를 낼 때가 많다"면서 "이들의 투쟁 방향이 진정으로 지역을 위한 일인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시기"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