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고득점을 기원하며 주요 대학의 배지나 건네는 시대는 지났다. 대학 명칭이 부착된 학잠(학교 점퍼), 과잠(과 점퍼), 야상 등의 대학기념품은 이제 기본이 됐다. 최근 서울 시내 여자대학들을 중심으로 로고와 마스코트, 교화(校花) 등 학교를 상징하는 이미지를 다양한 굿즈(Goodsㆍ상품)로 제작해 판매하는 일명 ‘굿즈 열풍’이 한창이다. 아기자기하고 독특한 디자인으로 구매 욕구를 상승시키는 다양한 종류의 굿즈들이 제작ㆍ판매되면서 학생들의 인기를 얻고 있는 것이다.

‘배꽃’과 곰돌이를 주로 활용하는 이화여대와 눈꽃을 의인화해 표현하는 숙명여대를 비롯해, 덕성여대의 ‘듀롱이’ 그리고 동덕여대의 ‘솜솜이’ 등이 여대 굿즈의 대표적인 상징들이다. 이화여대 졸업생 김모(26)씨가 꼽은 이대 굿즈의 가장 큰 매력은 “예뻐서”다. 그는 대학가에서 부는 굿즈 열풍에 대해 “재학 당시 굿즈를 많이 구입했다. 우선 디자인이 예쁜 게 지갑을 열게 하는 가장 큰 이유인 것 같다”고 생각을 밝혔다.

그러면서 김씨는 “개인적으로 캠퍼스 외의 공간에서 이대 필통을 보고 같은 학교 사람인 걸 알게 돼 친해진 경험이 있다. 교외에서도 같은 학교 사람을 알아볼 수 있다는 것이 장점으로 작용했다”고 밝혔다. 또한 그는 “이대 굿즈는 대놓고 이화여대를 드러내지 않는다. 교화인 배꽃과 곰돌이 등을 이용한 굿즈가 많기 때문에 부담 없이 쓸 수 있는 것도 큰 장점”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김씨는 “이화기념품점 쇼핑몰 홈페이지를 통해 온라인으로 굿즈를 주문하거나, 교내 기념품 매장에서 굿즈를 구입한다. 대량 구입을 하면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까닭에 마음 맞는 학우들을 찾아서 ‘공구’(공동구매)를 하기도 한다”며 구매 풍토를 소개했다.

올 초 숙명여자대학교가 창립 111주년을 맞아 무료 배포한 학교 캐릭터 ‘눈송이’ 카카오톡 이모티콘은 다운로드 5만 건을 기록하며 순식간에 마감이 됐다. 눈송이 캐릭터는 ‘세상을 바꾸는 부드러운 힘’이라는 숙명여대의 슬로건에 맞춰, 늘 깨어있는 학생들을 소리 없이 내리는 눈의 자태로 상징화했다.

숙명여대 재학생 금모(23)씨는 눈송이 굿즈에 대해 “움직임, 의상 등의 디테일을 잘 살린 점이 인기 요인인 것 같다”고 생각을 밝혔다. 이어 그는 “학과별 이미지에 맞게 눈송이의 의상이 달라진다는 점이 독특하다”며 “마음에 드는 학과 의상을 발견하면 전과를 하고 싶다는 생각까지 든다”고 농담을 덧붙였다. 또한 그는 “졸업식에서는 학사복을 입은 눈송이 인형을 파는 독특한 풍습이 있다. 대학 생활 마지막까지 학교를 기억할 수 있는 가장 좋은 기념품이 아닐까 싶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들은 공통적으로 “애교심(愛校心)이 굿즈를 구입하는 원동력이다. 굿즈를 들고 다니면서 느끼는 모교 학생으로서의 자부심은 덤”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 같은 여대 ‘굿즈’의 열풍 뒤엔 각 대학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활동하는 학생들의 힘도 컸다. 교화인 무궁화를 마스코트화한 덕성여대의 ‘듀롱이’ 굿즈와, 목화를 마스코트화한 동덕여대의 ‘솜솜이’ 굿즈의 경우 학교가 아닌 각 학교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학생들이 자체적으로 만든 것이라고 한다.

덕성여대 홍보실 관계자는 “덕성여대 내에는 기념품 숍이 없다. (듀롱이 굿즈는) 학교 측에서 만든 게 아니라 커뮤니티 ‘듈립’의 학생들이 만든 것”이라고 밝혔다. 동덕여대 홍보실 관계자 역시 “솜솜이는 학교 자체적으로 생산해낸 게 아니고 커뮤니티 ‘동감’에서 만든 캐릭터다. 학교 측에서도 활용하기 위해 시도한 적도 있다. 학교를 사랑하는 마음이라고 본다”고 답했다. 학생들이 자체적으로 만든 캐릭터에 학교 측에서도 관심을 보인 것이다.

이 같은 여대 ‘굿즈’ 현상에 대해 문화평론가 진종훈 경기대 교수는 “기존에 있는 브랜드에 대한 클래식한 이미지를 학생 본인들이 향유함으로써 ‘재해석’하려는 현상”이라며 “자기가 직접 학교를 다니면서 느낀 애교심(愛校心)을 널리 알리려는 것”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