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읽기] 경제 제재로 김정은 권력 내부 분열 유도해야

  • 조동호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

    입력 : 2017.08.14 03:12

    中의 원유는 北 생명줄일까
    90% 준 고난의 행군 때도 원유 의존 비중 낮은 덕에 치명적 타격은 안 받고 극복
    경제 제재로 내부균열 유도해 핵·미사일 해결 길 모색해야

    조동호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
    조동호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

    한반도 위로 불안한 말들이 떠다닌다. 북한은 괌 미군 기지를 포위 사격하겠다고 위협하고, 미국은 '종말과 파멸'을 거론한다. "중국이 북한에 보내는 원유를 끊으면 되잖아요?" 한 학생이 묻는다. 하긴 많은 사람이 원유를 북한의 '생명줄'이라고 한다. 원유 공급만 중단하면 북한이 굴복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논리적으론 타당해 보이지만, 현실적으론 한계가 있다.

    따져보면, 그 질문은 세 가지로 구성되어 있다. '중국'이라는 주체와 '원유'라는 대상, 그리고 '중단'이라는 조치이다. 하나씩 생각해보자.

    우선 중국. 과연 중국이 원유 공급을 중단할 수 있을까? '순망치한(脣亡齒寒)의 동맹' 관계를 파기하지 않는 한, 중국이 그런 결정을 하는 상황을 상상하기란 불가능하다. 아무리 미국이 무역이라는 경제 카드로 중국을 압박한다고 해도 북한을 버리고 미국과 손잡는 외교 카드를 선택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혹시 북한이 중국에까지 핵공격을 위협하며 이판사판으로 대든다면 모를까.

    그럼, 원유는 북한 경제에 얼마나 의미가 있을까? 통계청 자료를 보면, 1980~2015년 북한의 에너지 공급에서 원유 비중은 전 기간 내내 5~10% 수준에 불과하다. 자력갱생을 해야 했고, 에너지 수입을 위한 외화도 부족했던 탓이다. 그래서 자급이 가능한 석탄과 수력이 에너지 공급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북한의 운송 체계가 자동차 대신 전철 위주로 되어 있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중단은 어떨까? 일부 중단으론 효과가 없다. 1990년 북한의 원유 도입량은 1850만 배럴이었다가 고난의 행군을 겪은 1999년에는 230만 배럴로 무려 90% 가까이 줄었지만, 그래도 북한 경제는 살아남았다. 그렇다고 장기간의 완전 중단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애꿎은 절대다수의 북한 주민만 치명적인 피해를 볼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의 유엔 결의 2371호가 북한 무역 전체를 금지하지 않고 특정 품목만 제한한 것도 마찬가지 우려에서다.

    북한 조선중앙TV는 7월29일 낮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직접 지켜보는 가운데 전날 밤 실시된 대륙간 탄도미사일급 '화성-14'형 미사일 2차 시험발사 영상을 공개했다. /연합뉴스
    따라서 경제제재만으로 북한의 핵과 미사일을 포기시키기란 쉽지 않다. 사실 북한에 진정한 '생명줄'은 원유가 아니라 핵과 미사일이기 때문이다. 김정일이 탈냉전의 시대에 생존 수단으로 선택한 것이 핵이었다. 김정은은 아예 헌법에 핵보유국이라고 명기했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에도 힘을 쏟았다. 이제는 핵탄두를 미사일에 실어 미국 본토를 타격하겠다는 엄포까지 한다. 핵에다 미사일까지 있으니 "우리의 체제를 보장하라"는 메시지이다. 이런 상황에서 무작정 제재만 강화한다면 오히려 북한은 살기 위해 더욱 핵과 미사일에 매달릴 것이다. 그렇다고 전쟁으로 해결할 수는 없다. 그래서도 안 된다.

    결국 북한 핵·미사일 문제의 해결은 외부의 압력 자체가 아니라 그 압력이 가져올 내부 균열에서 찾아야 한다. 경제제재는 김정은 체제의 구심력을 강화할 수 있지만 권력에 대한 원심력 역시 촉발하게 된다. '선물 정치'의 대상을 축소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북한 체제에서 김정은의 선물은 곧 권력이며 개인의 정체성을 규정하는 원형이다. 김정은의 선물 대상 리스트에서 제외된 권력 엘리트는 단순한 경제적 상실감을 넘어 자기 자신이 부정당하는 정체성의 위협을 느끼게 되며 훼손된 정체성을 회복하고자 하게 된다. 비유컨대 권력을 지키려는 차지철과 권력에서 밀려난 김재규가 생길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시장화의 확대 역시 필연적으로 정치권력과 경제권력의 이해를 벌려놓게 된다. 제재에 저항해서 체제를 유지하자는 그룹과 제재에 순응해 이윤을 보존하자는 그룹이 나누어져야 핵·미사일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열린다.

    그렇게 권력의 분화, 인식의 변화가 만들어져야 한다. 살겠다고 개발한 핵과 미사일이 오히려 제대로 사는 데에 걸림돌이 된다고 느껴야 한다. 당연히 경제제재도 그렇게 디자인되어야 한다. 단순히 중국의 참여라든가 원유의 포함 여부만 가지고 논란을 벌일 일이 아니라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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