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가 중국·부탄 국경에 군대 보냈는데도… 속만 끓이는 중국

    입력 : 2017.08.12 03:25 | 수정 : 2017.08.12 07:18

    [중국이 실효 지배중인 둥랑 지역서… 中·인도 두달째 군사 대치]

    인도 "우리 전략 요충지 가까워" 주민까지 철수시킨 뒤 전쟁 태세
    中 "불장난 말라"경고는 했지만 인도 경제·주변국 시선 의식
    무력 대응도, 타협도 못하고 끙끙

    중국·인도·부탄 3국 접경지대인 히말라야 고원 둥랑(洞朗·부탄명 도클람)에서 중국군의 도로 공사를 둘러싸고 벌어진 중국군과 인도군의 대치가 두 달 가까이 이어지면서 군사적 긴장이 일촉즉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중국은 인도군을 쓸어버리겠다고 호언하고 있고, 인도도 증원군을 파견하고 민간인 소개에 나섰다

    일본 교도통신과 홍콩 동망(東網)은 11일 인도 현지 TV 방송을 인용해 "중국과 부탄 국경에서 긴장 격화와 전투 발발 등에 대비해 인도군이 인근 주민 수백명에게 '집을 떠나 안전한 곳으로 이동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전했다. 소개령이 내려진 마을은 인도 동부 시킴주 나탕으로 중국과 인도가 대치하고 있는 곳에서 약 35km 떨어져 있다.

    중국과 인도는 최근 히말라야 고원의 접경(接境)지대에서 두 달 가까이 군사적으로 대치하며 국경분쟁을 벌이고 있다. 사진은 지난 2008년 7월 인도 북동부 시킴주(州) 국경지대에서 근무 중인 중국 군인(왼쪽)과 인도 군인의 모습.
    중국과 인도는 최근 히말라야 고원의 접경(接境)지대에서 두 달 가까이 군사적으로 대치하며 국경분쟁을 벌이고 있다. 사진은 지난 2008년 7월 인도 북동부 시킴주(州) 국경지대에서 근무 중인 중국 군인(왼쪽)과 인도 군인의 모습. /AFP 연합뉴스
    주민들이 떠난 뒤 마을에는 1000명이 넘는 인도 증원군이 도착했다. 인도 언론들은 "언제라도 개전(開戰)할 수 있다는 신호를 보낸 것"이라고 했다. 인도 정부는 인도군에 10일 정도 기간의 단기전을 치르기 위한 전투태세를 갖추도록 명령한 상태이다.

    둥랑의 군사 대치는 지난 6월 중순 시작됐다. 6월 16일 중국군이 인도 국경 방향으로 도로를 내는 공사를 시작하자 이틀 뒤 무장한 인도군 270여명이 불도저 2대를 끌고 국경을 넘어 공사 진행을 막았다. 중국 정부는 이를 영토 침입 행위로 간주하고 "인도군이 철수하지 않으면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연일 경고하고 있다. 중국군은 이곳에서 가까운 티베트에서 신형 전차와 다연장 로켓 등을 동원한 대규모 군사훈련을 하며 무력시위도 벌였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10일 "인도가 불장난하다 스스로 타죽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인도는 병력을 50명으로 줄이고 불도저 2대 중 1대를 철수시켰지만 여전히 물러나지 않고 버티고 있다.

    인도가 이처럼 강하게 나오는 것은 중국군의 도로공사가 인도에 심각한 전략적 위협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군이 도로를 남쪽으로 연장하려는 둥랑은 '닭의 목'이라고 불리는 인도의 전략 요충지 실리구리 회랑(Siliguri Corridor)을 지척에 둔 곳이다. 실리구리 회랑은 인도 본토와 북동부 영토를 잇는 지역으로 가장 좁은 곳은 폭이 17㎞에 불과하다. 유사시 중국군이 실리구리 회랑을 점령하면 인도 영토는 동서로 두 토막이 나게 된다.

    중국, 인도 접경지대 분쟁 지도

    둥랑은 중국과 부탄이 영토 분쟁을 벌이는 곳으로 인도와 직접 관계는 없다. 지금은 중국군이 실효적으로 지배하고 있다. 인도는 병력 투입의 근거로 부탄과 맺은 안보 동맹을 들고 있다. 부탄은 인도와 위기 시 도움을 받는 안보 동맹을 맺고 인도군의 영구 주둔을 허용하고 있다. 중국과는 외교 관계가 없다. 부탄 외교부는 "부탄과 중국은 국경 문제가 타결될 때까지 국경 지역의 현 상태를 바꾸는 일방적인 조치를 하지 않기로 협약을 맺었는데, 중국이 이를 위반했다"고 반발했다.

    중국은 인도에 대해 강도 높은 경고를 쏟아내면서도 정작 인도군의 '침입'을 두 달째 지켜볼 뿐 무력 사용은 주저하고 있다. 한반도와 남중국해에서 미국과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상황에서 핵보유국인 인도와 전쟁까지 가는 상황을 우려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양국의 밀접한 경제 관계도 중국을 망설이게 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경쟁 포화 상태에 내몰린 중국 기업들이 거대한 인도 시장에서 새 성장 동력을 찾고 있는 상황에서 전쟁이 나면 양국 경제 관계가 치명상을 입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인도에서는 이번 대치 사태로 반중(反中) 감정이 고조되면서 중국산 제품과 기업에 대한 불매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현재의 중국은 1962년 중·인 전쟁 때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인도와 경제적으로 얽혀 있어 전쟁을 일으킬 수 없다"고 했다. 네팔 등 중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나라들이나 중국과 지척인 방글라데시 같은 나라들이 중국의 행보를 주시하고 있는 점도 부담이다.

    그렇다고 중국이 '우리 땅'이라고 주장하는 곳을 침입해 공사 중단을 요구하는 인도와 타협을 하기도 쉽지 않다는 게 중국의 고민이다. 미국의 소리(VOA)방송은 "19차 당 대회를 앞두고 대내외적으로 강력한 리더십을 과시하려는 중국 지도부는 인도와 타협하는 것을 체면을 구기는 일로 볼 것"이라고 했다. 중국으로선 싸울 수도 그렇다고 타협할 수도 없는 불전불화(不戰不和)의 딜레마에 빠진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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