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방통위원장·고용장관, 일제히 'MBC 경영진 때리기'

    입력 : 2017.08.12 03:12

    "사장·방문진 이사 임기 보장된 것 아니다" 해임 가능성 거론
    野 "공영방송 장악 의도… 청와대가 기획한 것 아니냐" 반발

    - 'MBC 블랙리스트' 정체 의문
    與 'MBC 블랙리스트'를 근거로 "MB·朴정권서 공영방송 망가져"
    작성자로 알려진 기자 "어이없다… 회사 차원 아닌 사적으로 쓴 문건"

    여권(與圈)이 11일 MBC 등 공영방송 압박을 본격화하고 나섰다. 민주당은 최근 언론노조가 공개한 'MBC 블랙리스트'를 근거로 "방송 개혁을 문재인 정부 최우선 과제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은 이날 MBC 사장 해임 가능성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야당은 "개혁을 내세워 공영방송을 장악하려 한다"며 "MBC 블랙리스트도 정권 차원에서 기획된 것 같다"고 했다.

    추미애 민주당 대표는 이날 당 회의에서 "MBC 카메라 기자들 성향 분석표(이른바 MBC 블랙리스트)는 가히 충격 그 자체"라며 "회사 측이 정치적 성향과 파업 참여 여부 등으로 기자를 분류한 뒤 '격리' '방출' '관찰' 등의 딱지를 붙였고, 그 리스트대로 인사 조치가 이뤄졌다"고 했다. 관계 당국의 진상 규명도 촉구했다. 민주당은 김장겸 MBC 사장과 MBC 대주주이자 관리·감독 기구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고영주 이사장의 자진 사퇴를 요구해왔다. MBC 사장은 방문진 이사회의 다수결로 해임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재 방문진 이사 9명 중 6명이 자유한국당 등 지난 정권 쪽에서 추천한 인사다.

    이에 대해 이효성 위원장은 이날 2020년 2월까지 임기가 보장된 MBC 사장 해임 가능성을 내비쳤다. 이 위원장은 국회에서 추 대표와 우원식 원내대표를 만난 뒤 "MBC 사장과 방문진 이사의 임기는 법적으로 보장돼 있지만, 다른 한 측면에서 보면 무조건 꼭 그렇게 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방통위가 방문진 이사를 임명하도록 돼 있는 만큼 해임도 할 수 있는 것으로 (대법원 판례를 통해) 해석된다"고 말했다. 그는 "논의를 오래 끌 수 없을 것 같다"고도 했다. 방문진 이사들을 교체하고, 이어 MBC 사장을 해임하는 수순을 밟겠다는 얘기다.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도 이날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최근 알려진 '블랙리스트'는 명백한 불법행위이자 부당 노동행위"라며 "(고용노동부의) 특별근로감독에서 불법행위가 발견되면 (MBC 경영진을) 고소·고발 조치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 같은 현 집권 세력의 압박은 법적으로나 사실관계상으로 문제가 있다. 우선 현 방문진 이사 임기는 내년 8월까지다. 해임하는 것은 법적 근거가 분명치 않다. 당장 이효성 위원장 본인이 지난 2008년 이명박 정부가 임기가 남은 정연주 당시 KBS 사장을 해임하려 하자 '임기는 보장돼야 한다'고 한 바 있다. 방송법에는 'KBS 사장은 이사회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한다'고 돼있다. 이를 두고 이 위원장은 "법을 만들(2000년) 당시 KBS의 독립성을 위해 사장 임명은 이사회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면(任免)'에서 '임명'하도록 했다"면서 "방송 독립성을 위해 획기적인 법안을 만들었고… 지난 10여 년 동안 공정하고 독립적으로 유지될 수 있었는데 이것이 거꾸로 가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방송법에서 '임면'이 아니라 '임명'이라고 한 것은 임기 보장을 위해 그렇게 만들었다고 주장했던 것이다.

    또 여권이 내세운 'MBC 블랙리스트'가 회사 차원에서 만들어진 게 아니라 현직 기자 K씨가 개인적으로 만들었다는 사실도 이날 밝혀졌다. K씨는 페이스북 글에서 "2012년 파업 당시 언론노조원 중에서도 특히 비겁한 행동을 보이는 박쥐들과 힘없는 사원들은 가혹하게 대하면서도 정작 힘 있는 보직 간부들 앞에서는 고개 조아리는 이들을 반드시 기억하고자 해당 문건을 만들었다"며 "개인적으로 만든 문건이 4년이 지난 지금 블랙리스트로 얘기되는 상황이 어이가 없다"고 했다. K씨가 속해 있는 MBC노동조합(제3노조)은 "사적 문건을 마치 사측의 지시를 받고 작성한 양 날조·선동한 언론노조는 책임져야 한다"고 했다.

    이와 관련 한국당 방송장악저지투쟁위원회는 이날 성명을 내고 "문재인 정부는 지금이라도 방송 장악 시도를 중단해야 한다"고 했다. 한국당 강효상 대변인은 "청와대가 MBC를 흔들기 위해 치밀한 사전 각본을 갖고 있는 게 아닌지 의심을 떨쳐버릴 수 없다"며 "청와대가 기획하고, 언론노조가 행동에 나선 것 아니냐"고 했다. 바른정당 이종철 대변인은 "어떤 정권에도 흔들림 없는 방송을 만들려면 방송을 방송으로 독립해 둬야지, 임면권을 과도하게 활용해 어떻게 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정권 입맛에 맞는 방송을 만들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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