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까지 버티던 박기영, 親文까지 반발하자 하차

    입력 : 2017.08.12 03:11

    임명 나흘만에 자진 사퇴
    '功과 過 함께 있다'던 청와대, 여론 압박에 사퇴 권유한 듯

    박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학기술혁신본부장(차관급)이 11일 자진해서 사퇴했다. 황우석 논문 조작 사태 당시 연구 윤리와 연구비 관리 부실 논란에 휘말렸던 인물에게 국가 연구개발 예산 20조원을 맡길 수 없다는 비판이 과학계는 물론, 현 정부에 우호적인 시민단체들에서도 터져 나오면서 결국 임명 4일 만에 물러났다.

    박 본부장은 이날 오후 늦게 배포한 '사퇴의 글'에서 "국민에게 큰 실망과 지속적인 논란을 안겨 드려 정중하게 사과드린다"며 "저의 사퇴가 과학기술계의 화합과 발전의 계기가 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박 본부장은 "황우석 교수 연구 조작의 모든 책임이 저에게 쏟아지는 것은 너무나 가혹한 일"이라며 사퇴의 글 대부분을 자신을 둘러싼 논란에 대한 해명으로 채웠다.

    박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이 11일 오후 정부과천청사를 나서고 있다. 박 본부장은 이날 퇴근 이후 자진해서 사퇴했다.
    박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이 11일 오후 정부과천청사를 나서고 있다. 박 본부장은 이날 퇴근 이후 자진해서 사퇴했다. /연합뉴스

    박 본부장은 임명 직후부터 거센 사퇴 압박을 받아왔지만 지난 10일 기자회견에서 사과의 뜻을 밝히면서도 자진 사퇴는 하지 않겠다고 했고, 청와대도 "과(過)가 적지 않지만 박 본부장이 과학·기술 발전에 기여한 공도 함께 평가받아야 한다"며 그를 감쌌다.

    하지만 박 본부장에 대한 반대 여론이 과학계와 시민단체, 야(野) 3당뿐만 아니라 여당 내에서도 커지기 시작했다. 민주당 친문(親文)계인 손혜원 의원은 페이스북 글에서 '과학계가 이렇게 반대한다면 문제가 있는 것'이라며 '(문재인 대통령이) 여론을 충분히 들으시고 지혜로운 결정을 하실 거라 믿는다'고 했다.

    핵심 지지층에서도 박 본부장에 대한 비토 여론이 커지자 전날만 해도 "철회는 없다"던 청와대 입장이 이날 "사퇴는 검토하고 있지만, 본인이 자진 사퇴할 뜻이 있는 것인지는 알 수 없다"로 바뀌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청와대가 사실상 간접적으로 박 본부장이 사퇴해야 한다는 의견을 전달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이날 박 본부장이 사퇴한 직후 청와대는 박수현 대변인 명의의 서면 브리핑을 내고 "박 본부장의 자진 사퇴에 대해 본인의 의사를 존중하기로 했다"며 "청와대는 더 낮은 자세로 국민의 목소리를 경청하도록 노력하겠다"고 짧게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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