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美·北간 오가는 건 말싸움… 이 상황 개입이 의미 있겠나"

    입력 : 2017.08.12 03:09 | 수정 : 2017.08.12 07:07

    정의용 안보실장, 맥매스터 美안보보좌관과 40분 통화
    "양국 안보와 국민 안전 위해 단계별 조치 투명하게 공조"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허버트 맥매스터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11일 전화 통화를 갖고 북한 도발에 대한 군사적 조치를 포함한 '단계별 조치'를 논의했다. 이날 논의에는 북한과의 전쟁을 전제로 하는 '예방적 타격'은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도 대북(對北) 메시지를 내지 않았다. 청와대 관계자는 "지금 북·미 간에 오가는 것이 말싸움, 직접 미사일을 쏘거나 하는 것이 아닌 상황"이라며 "(그런 상황에서) 우리 대통령이 개입하는 것이 안보에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인지에 대해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 안전 위한 단계별 조치 논의"

    정 안보실장과 맥매스터 보좌관은 이날 오전 8시부터 40분 동안 통화했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두 사람은 북한의 도발과 긴장 고조 행위에 따른 최근의 한반도 및 주변 안보 상황 대응 방안을 협의했다"며 "양측은 양국의 안보와 국민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취해 나갈 '단계별 조치'에 대해 긴밀하고 투명하게 공조한다는 약속을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번 통화는 우리 측 요청에 따라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통화 사실을 공개한 것은 '북·미 간 긴장이 고조되는데 왜 우리 정부가 아무것도 하지 않느냐'는 지적이 있어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리기 위한 목적도 있다"고 말했다.

    軍 주요 지휘관 화상회의 - 송영무(앞줄 왼쪽에서 셋째) 국방장관이 11일 충남 계룡대 육군본부 지휘통제실에서 열린 전군 주요 지휘관 화상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왕근 공군참모총장, 김용우 육군참모총장, 송 장관, 엄현성 해군참모총장.
    軍 주요 지휘관 화상회의 - 송영무(앞줄 왼쪽에서 셋째) 국방장관이 11일 충남 계룡대 육군본부 지휘통제실에서 열린 전군 주요 지휘관 화상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왕근 공군참모총장, 김용우 육군참모총장, 송 장관, 엄현성 해군참모총장. /국방일보

    청와대는 논의된 단계별 조치의 구체적 내용에 대해선 "어떤 말도 덧붙일 수 없다"며 함구했다. 이와 관련, 정부 관계자들은 비공식적으로 "군사적 조치를 포함한 '모든 조치'를 의미한다"며 "북한의 미사일 도발, 국지 도발 등 다양한 도발에 대해 한·미가 연합 작전으로 대응하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한 관계자는 "북한이 미사일 발사가 아닌 연평도 포격이나 천안함 폭침 같은 국지 도발을 할 경우 이에 상응하는 '응징 조치'도 단계별 조치에 포함된다"고 말했다. 현재 한·미 간에 논의되는 단계별 조치로는 연합 훈련 강도 조절, 항모와 전략폭격기 등 미 전략 자산의 한반도 전개, 북한의 군사 도발에 대한 '응징 조치' 등이 포함된다는 것이 우리 측 관계자들 얘기다.

    그러나 한·미 간의 안보 현안을 다뤘던 전직 당국자들은 이날 발표에 대해 "한국만이 아닌 '양국 국민의 안전'이라는 표현과 '투명하게'라는 표현이 신경 쓰인다"고 했다. 한 전직 외교관은 "통상 한국민의 안전을 염려하는 것이 보통인데, 미국 국민까지 포함됐다"며 "본토의 미국민을 두고 한 얘기이든 한국 내 미국민의 안전을 얘기한 것이든 어느 쪽이라도 미국이 지금 상황을 심각하게 보고 보다 강한 대응을 준비 중이라는 걸 알 수 있다"고 했다. 또 '투명하게'라는 부분에 대해선 "미국이 한국 모르는 사이에 어떤 군사적 결정을 할 경우를 염려한 표현으로 보인다"며 "(군사 동맹 사이인) 한·미 간에 '투명하게 하라'는 말을 하는 것은 썩 좋은 상황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도 했다.

    ◇北·美 말싸움에 개입 안 하겠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금은 대화할 때가 아니다"고 지난 7일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하며 밝힌 이후 북한에 대해 직접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이날도 문 대통령은 공개 일정을 잡지 않고 비공개회의에만 참석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지금 북·미 간에 미사일을 직접 쏘거나 하는 것이 아닌 말싸움을 하는 상황에서 우리 대통령이 개입하는 것이 안보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깊게 생각해봐야 한다"며 "대한민국 대통령은 북한과 미국의 의도가 뭔지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말보다는 신중한 판단과 행동이 필요한 때라는 취지였다.

    문 대통령은 다음 주 8·15 경축사를 통해 현 상황에 대한 입장을 밝힐 계획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의 메시지는 가장 엄중한 시기에 가장 효과적 방법으로 전달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문 대통령과 청와대 주류(主流) 참모들이 강조해왔던 '남북 대화' 제안보다는 '한반도에서 평화가 최우선'이라는 원론적 입장을 피력하는 선에 머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화의 문을 열어 놓겠지만 지금 상황에서 그것이 어떤 동력을 얻을지는 부정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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