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을 입은 누드, 내 마음속 편견을 벗겨내다

    입력 : 2017.08.12 03:11 | 수정 : 2017.08.12 07:11

    [테이트 NUDE] 서울 소마미술관 개막 첫날

    - 세계적 누드 걸작 122점 한자리
    미술 학도부터 80대 어르신까지… 속초서 새벽부터 달려온 관객도
    "사람의 몸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실제 와서 보니 야하지 않네요"

    테이트 명작전 누드 로고 이미지

    전직 항해사였던 이희재(81)씨는 11일 새벽 6시 고속버스로 강원 속초를 출발했다. 서울 소마미술관에서 개막하는 '테이트 명작전'을 보러 작정하고 나선 길. '프시케의 목욕'부터 로댕의 '키스'까지 꼼꼼히 둘러보고 난 이씨는 "로댕도, 마티스도 아닌 바클리 헨드릭스가 그린 흑인 남성 누드(줄스 가족)가 마치 살아 꿈틀거리는 듯 가장 인상 깊었다"고 했다. "친구들은 뭔 누드 전시를 보러 서울까지 가느냐 하던데, 촌스러워서 그래요. 이 좋은 명작들을 내 생애 언제 또 볼 수 있겠어요?"

    세계 최고 수준의 근현대 미술품을 소장한 영국 테이트미술관 걸작들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영국국립미술관 테이트 명작전―누드'가 11일 서울 송파구 소마미술관에서 막을 올렸다. 12월 25일까지 넉 달간 열리는 이번 전시에는 로댕의 대리석 조각상 '키스'를 비롯해 피카소, 마티스, 르누아르, 자코메티, 루이즈 부르주아, 데이비드 호크니 등 세계 미술사를 빛낸 거장 66인의 누드 122점을 선보인다.

    개막 첫날인 11일 소마미술관 앞은 한 시간 전부터 전시를 보러 온 관람객들로 붐볐다. 다섯 살 꼬마부터 초·중생, 문화센터에서 미술 공부하는 중년 여성 그룹, 70대 노부부에 이르기까지 연령대도 다양했다.

    ‘테이트 명작전―누드’가 개막한 11일 소마미술관에서 도슨트의 설명을 들으며 ‘이카루스를 위한 애도’를 감상하고 있는 관람객들. 멀리 그리스시대 최고 궁사였던 ‘테우케르’ 청동상이 보인다.
    ‘테이트 명작전―누드’가 개막한 11일 소마미술관에서 도슨트의 설명을 들으며 ‘이카루스를 위한 애도’를 감상하고 있는 관람객들. 멀리 그리스시대 최고 궁사였던 ‘테우케르’ 청동상이 보인다. /오종찬 기자

    대학생 나지원(25)씨는 "사람의 몸이 이렇듯 아름답다는 걸 전시를 보고 새삼 느꼈다"며 "특히 피카소의 '목걸이를 한 여성 누드'가 이채로웠다"고 했다. 방학 숙제로 미술관 관람기를 쓰러 온 서울 동북중학교 고영권(14)군은 "커다란 창 앞에 고양이와 여인이 그려진 크리스토퍼 네빈슨의 '몽파르나스 스튜디오'가 가장 좋았는데, 사진 작품들은 좀 노골적이라 당황스러웠다"며 웃었다. 같은 학교 김기재(14)군은 "전시가 누드화에 대한 선입견을 버리게 했다. 실제 보니 야하지 않고, 인간의 몸을 예술로 승화시킨 작품들이었다"고 했다. 미술사 공부한 지 10년 됐다는 김정자(70)씨는 "'이카루스를 위한 애도'를 보러 달려왔는데 막상 와보니 만 레이의 '물고기자리', 루시안 프로이드의 '헝겊 뭉치 옆에 선 여인' 같은 걸작들도 있었다"며 반가워했다.

    개막식은 이날 오후 5시에 열렸다. 테이트미술관 캐럴라인 콜리에르(Collier) 총괄디렉터는 "19세기 유럽 화단의 최첨단 유행을 선도했던 프레드릭 레이튼과 존 에버렛 밀레이의 작품으로 시작하는 이번 전시는 테이트에 속한 4개 미술관을 통틀어 누드 명작들로만 엄선한 컬렉션"이라며 "18세기 후반부터 현대까지 누드 변천사를 통해 예술가들이 인간의 몸에 대해 어떤 취향과 태도를 드러냈는지는 물론 그 시대상도 알 수 있는 전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개막식에는 콜리에르 총괄디렉터를 비롯해 엠마 체임버스 테이트미술관 책임 큐레이터, 수 키노시타 주한 영국 부대사, 제임스 최 주한 호주 대사, 미하이 치옴펙 주한 루마니아 대사, 마틴 프라이어 주한 영국문화원장, 바르토메우 마리 국립현대미술관장, 배우 손숙, 장재영 신세계 사장, 김종규 한국박물관협회 명예회장, 김정운 전 명지대 교수, 전시 홍보대사인 발레리나 김주원 성신여대 교수, 발레리노 김용걸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황용필 국민체육진흥공단 소마미술관장과 조선일보 방상훈 사장, 홍준호 발행인 등 200여 명이 참석했다.

    [영국 국립미술관 테이트 명작전―누드]

    장소·기간: 서울 소마미술관. 12월 25일까지

    관람시간: 오전 10시~오후 7시 (10월 30일까지 휴관일 없음)

    입장료: 성인 1만3000원, 청소년(13~18세) 9000원, 어린이 6000원.

    문의: (02)801-7955, www.tateseoul.com

    주최: 조선일보사·국민체육진흥공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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