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교사의 자살… "성추행당했다" 부풀린 진술이 부른 비극

    입력 : 2017.08.12 03:10 | 수정 : 2017.08.12 07:15

    [전교생 19명뿐인 중학교에서 넉달 간 무슨 일이?]

    "허벅지 만졌다" 진술 나오자 학교, 교육청에 '피해자 7명' 신고
    조사 시작 직후 학생·학부모들 "사실이 아니다" 탄원서 제출
    유족 "강압적 조사… 누명 쓴 것", 교육청 "성희롱·체벌 맞다"

    지난 5일 전북 부안의 중학교 수학 교사 송모(54)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송씨는 학생 상대 성추문으로 전북교육청에서 징계를 받을 예정이었다. 송씨 사건은 지난 4월 학생 일부가 성추행당했다며 학교에 신고하면서 처음 불거졌다. 경찰과 교육청이 조사에 나섰다. 그런데 그에게 '성추행 피해'를 당했다던 학생들은 얼마 뒤 사실이 아니라는 탄원서 등을 경찰과 교육청에 제출했다.

    경찰은 내사를 중단해 송씨는 처벌을 면했다. 하지만 교육청은 조사를 계속했고 "피해자들이 인지하지 못하는 성희롱은 있었다"고 하고 있다. 송씨 유족은 "교육청이 강압적으로 조사해 누명을 씌웠다"고 반발하고 있다.

    경찰·교육청에 접수된 성추행 신고

    "교사(송씨)가 성추행을 했다"는 신고가 전북 부안경찰서와 전북교육청에 접수된 것은 4월 19일이었다. 피해자는 전교생이 19명인 부안의 한 중학교 여학생 7명이라고 했다. 이 학교의 학교 폭력 전담 교사인 김모 교사가 학생들의 '피해 진술'을 들은 뒤 이 내용을 근거로 신고한 것이다.

    한 학생은 "선생님(송씨)이 폭언을 하고 허벅지를 만졌다"고 부모에게 말했다. 다른 학생은 "선생님(송씨)이 손목을 잡아당기고 손을 잡았다"고 했다. 성난 학부모들은 교장을 찾아가 항의했다. 학교 폭력 전담 교사 김씨는 학생들에게 "이유를 막론하고 송씨와 신체가 닿은 일이 있었다면 모두 쓰라"고 했다. 학생들이 써낸 진술서에는 '송 선생님이 어깨·허벅지·볼 등을 주무르고 만졌다'는 내용 등이 들어갔다고 한다. 김씨는 경찰과 교육청에 송씨를 신고하면서 조사 결과도 넘겼다.

    전북교육청은 송씨의 출근을 정지시키고 직위 해제 처분을 내렸다. 교육청 산하 학생인권교육센터(이하 인권센터)에서 조사를 시작했다.

    그런데 며칠 후 반전이 일어났다. 맨 처음 송씨에게 피해를 당했다고 한 학생이 '사실이 아니었다'고 털어놓은 것이다. 이 학생이 성추행당했다고 한 것은 송씨에게 서운한 감정이 있었기 때문이다. 성추행 신고 하루 전날 국어 교사의 지시로 1학년 학생들이 야간 자율 학습 전에 귀가했다. 이 학교 2~3학년 학생들은 야간 자율 학습 담당 교사였던 송씨가 1학년들만 예뻐해서 일찍 집에 보낸 것으로 생각했다. 특히 이 학생은 휴대전화 문제로 송씨에게 혼이 나자 성추행 이야기를 지어냈다는 것이다.

    이후 '나도 사실은…'하는 학생들의 진술이 잇따랐다. 송씨가 손목을 잡아당기고 손을 잡았다고 했던 학생은 "선생님께 반지 사이즈를 재 달라고 부탁했더니 실로 손가락을 감아 길이를 재 준 것"이라고 했다. 송씨가 자신의 허벅지를 주물렀다고 했던 학생은 '수업 중 다리를 떠니 선생님이 복 떨어진다며 무릎을 툭 친 것'이라고 했다.

    피해를 봤다던 학생과 학부모들은 교육청에 '성추행은 없었으며 송 선생님을 처벌하지 마라'는 탄원서를 제출했다. 성추행 피해자로 지목된 학생 7명 모두 "진술서에 적은 내용이 본래 의도나 상황과 다르게 전달됐다"고 했다. 몇몇은 "다른 일 때문에 송 선생님한테 서운한 나머지 성추행당했다고 거짓말했다"고 했다. A4 용지 수십장 분량의 탄원서가 제출됐다.

    경찰 내사 종결, 교육청 조사 계속

    피해 학생과 학부모들이 진술을 바꾸고 탄원서를 내자 전북지방경찰청은 내사를 중단했다. 이들이 피해 사실을 말하지 않기 때문에 조사 자체가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교육청 산하 인권센터는 달랐다. 인권센터는 지난달 17일 징계를 위해 송씨 사건을 전북교육청 감사담당관에 넘겼다. '발바닥을 나무 막대기로 때리는 체벌' '모 학생의 허벅지 또는 무릎에 접촉한 적이 있음' 등의 내용을 담았다. 인권센터 관계자는 "학생들이 성적 자존감이 낮아 (수치심을) 느끼지 못하거나 지역사회가 진술을 강요할 수도 있는데, 탄원서 때문에 기존 진술을 모두 무효로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송씨는 9월 1일자로 전보 발령난 뒤 새로 부임한 학교에서 징계받을 예정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유족과 교육청 측 진실 공방

    유족은 송씨의 성추행 혐의 자체가 누명이라고 주장한다. 예를 들면 혐의 중엔 학생들은 탄원서와 송씨에게 보낸 카카오톡 메시지에서 이를 언급하며 "잘못 썼다"고 용서를 빌었다. 송씨는 "그렇게 말해줘서 고맙고 힘이 난다"고 답장했다고 한다.

    유족은 "교육청 측이 기존 진술서 내용만을 가지고 학생들에게 유도 질문을 하는 등 무리하게 조사를 벌였다"고 했다. 송씨는 인권센터 조사에서 "학생들과 신체 접촉은 있었으나 딴짓 하는 아이에게 집중하라고 어깨를 가볍게 친 것 등이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인권센터 관계자는 "성희롱과 체벌 등 인권침해는 분명히 있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피해 학생이 부인하더라도 성적 수치심 및 모욕감을 줬다고 판단할 수 있다"고 했다. 인권센터는 "송씨의 인권침해 행위를 입증할 수 있는 증거가 많다"며 "유족이 고소하면 수사기관에서 모든 것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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