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엽답게… 은퇴투어 첫날에도 홈런

    입력 : 2017.08.12 03:05

    [대전서 첫 행사… 마지막 타석서 장외 홈런 터뜨려]

    - '거창한 이벤트' 대신 '소박한 축하'
    어린이 위한 팬 사인회 열고 한화 선수들에게 '1루' 선물 받아
    송진우, 보문산 소나무 분재 전달… 로사리오는 헬멧 벗고 경의 표시

    11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열린 삼성과 한화의 대결. 그라운드엔 경기 직전 치러진 이승엽(41·삼성) 은퇴 투어 행사의 여운이 남아 있었다. 하지만 정작 행사의 주인공인 이승엽의 눈빛은 매서웠다. 이승엽은 경기 전 "은퇴 행사보다 경기가 더 중요하다. 팬들께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한 선수로 기억되고 싶다"고 했다.

    이승엽은 세 번째 타석까지 볼넷―안타―뜬공에 그쳤다. 팀이 2―8로 뒤진 9회말 그가 선두 타자로 마지막 타석에 서자 관중석에선 삼성과 한화 팬을 가리지 않고 "이승엽 홈런"을 외쳤다. 이승엽은 기(氣)를 듬뿍 받은 듯 상대 투수 박상원의 5구째 145㎞짜리 직구에 방망이를 힘차게 돌렸다. 타구는 130m를 날아 우측 관중석을 넘는 장외 솔로 홈런이 됐다. 그의 시즌 19번째 대포였다. 경기는 삼성의 3대8 패배로 끝났지만 이승엽은 마지막까지 노력하겠다는 팬들과의 약속을 지켰다. 이승엽은 그런 선수였다.

    ‘국민 타자’ 이승엽(삼성)이 전국 각 구장의 팬들과 작별을 고하는 ‘은퇴투어’를 11일 한화 이글스의 홈 구장인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시작했다. 그는 국내에서 삼성의 푸른 유니폼 하나만 입었지만, 특정 팀의 스타라기보다는 전 국민의 히어로였다. 이승엽이 은퇴투어 행사에서 자신의 활약상을 담은 동영상을 보는 모습.
    ‘국민 타자’ 이승엽(삼성)이 전국 각 구장의 팬들과 작별을 고하는 ‘은퇴투어’를 11일 한화 이글스의 홈 구장인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시작했다. 그는 국내에서 삼성의 푸른 유니폼 하나만 입었지만, 특정 팀의 스타라기보다는 전 국민의 히어로였다. 이승엽이 은퇴투어 행사에서 자신의 활약상을 담은 동영상을 보는 모습. /연합뉴스

    이날 경기는 KBO(한국야구위원회)와 각 구단이 올해를 끝으로 은퇴를 선언한 이승엽을 위해 마련한 은퇴 투어의 시작이었다. KBO는 거창한 행사를 하려 했지만, 평생을 승부사로 살아온 이승엽은 '조촐한 행사'를 원했다. 그는 "프로는 이기기 위해 경기장에 온다. 이벤트가 경기보다 관심을 끄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그는 어린이 팬 사인회만큼은 흔쾌히 받아들였다.

    이날 대전엔 경기 시작 2시간 전만 해도 천둥 번개를 동반한 폭우가 쏟아져 이승엽의 은퇴 투어는 미뤄질 것처럼 보였다. 오후 5시 반 언제 그랬냐는 듯 비가 멎었다. 쏟아진 비 탓에 제대로 몸을 풀지 못했던 그는 연신 방망이를 휘두르며 구슬땀을 흘렸다.

    프로야구 36년 역사상 처음 열리는 은퇴 투어였음에도 그는 평소와 다름 없이 차분했다. 경기 전 이승엽은 "은퇴 투어라고 특별히 부담이 커지는 건 아니다. 매 경기 잘하고 싶은 마음은 똑같다"며 "그런데 그게 잘 안 돼서 은퇴하려는 것"이라고 했다.

    경기 시작 전 전광판엔 이승엽이 프로 23년간 펼친 활약상을 담은 기념 영상이 나오고 있었다. 송광민·김태균·이용규·배영수 등 한화의 주요 선수들이 나와 이승엽이 숱하게 밟아온 대전구장의 1루 베이스를 선물했다. 이들이 축하하는 사이 1루 더그아웃에선 KBO 통산 최다승 투수 송진우(51) 전 한화 투수코치가 깜짝 등장했다. 예정에 없던 '투·타 레전드'의 만남에 관중석에선 환호성이 터졌다.

     양복 차림의 송진우 전 한화 투수코치가 이승엽에게 보문산 소나무 분재를 전달했다. 배영수(왼쪽 둘째) 김태균(오른쪽) 등도 자리를 함께하며 아쉬움을 전했다.
    양복 차림의 송진우 전 한화 투수코치가 이승엽에게 보문산 소나무 분재를 전달했다. 배영수(왼쪽 둘째) 김태균(오른쪽) 등도 자리를 함께하며 아쉬움을 전했다. /연합뉴스

    송진우는 한화 측이 마련한 보문산 소나무 분재를 이승엽에게 전달했다. 한화 관계자는 "대전구장 홈 플레이트에서 보문산 정상에 공이 닿으려면 2600m를 날아야 하는데 이는 115m짜리 홈런 23개와 같은 거리"라며 "비(非)한화 선수 중 총 비거리로 보문산 정상에 닿을 만큼 대전에서 많은 홈런을 친 선수는 이승엽뿐"이라고 설명했다. 이승엽은 이날 홈런까지 대전구장에서 29개의 홈런을 기록했다.

    이날 한화 선발로 나섰던 카를로스 비야누에바(34·도미니카공화국)는 "이승엽은 겸손하고 친절하며 리그의 모든 선수, 코칭 스태프, 팬을 존중할 줄 아는 선수"라며 "이승엽과 뛰어 영광이다"고 했다. 한화 외국인 타자 윌린 로사리오(28·도미니카 공화국)는 1회 첫 타석에 들어서기 전 이승엽을 향해 헬멧을 벗어 인사하며 예우했다.

    수원에선 최하위 KT가 9회 터진 이해창의 역전 끝내기 2타점 2루타에 힘입어 선두 KIA에 9대8로 역전승했다. KT는 올해 KIA와 5승5패로 대등한 경기를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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