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희의 날씨 레터] 대화의 온도

  • 이진희 TV조선 기상캐스터

    입력 : 2017.08.12 03:02

    기분 나쁜 말은 화나고 열나게해… '고운 말' 나누면 더위도 물러가요

    이진희 TV조선 기상캐스터
    이진희 TV조선 기상캐스터

    지난 7일은 '입추'였습니다. 가을이 시작된다는 절기이지만 경남 지역이 39도 가까이 오르는 등 폭염이 절정을 보였어요. 한낮의 열기가 밤에도 머물면서 열대야가 예상됐지요. 그런데 기상정보에서 이 말을 전했다가 엄청나게 항의를 받았습니다. 그날 방송이 포털사이트 메인에 올라 댓글이 많았는데 "열대야는 무슨 소리!" "절기에 맞게 선선한 바람이 분다" 같은 내용으로 가득해 깜짝 놀랐습니다.

    곧장 밖으로 나가 날씨를 살폈어요. 전날까지만 해도 열기와 습기로 뭉쳐 있던 밤공기가 정말 하루 만에 느슨해졌더군요. '입추'를 기념하듯 시원한 바람이 스며들어 있었어요. 그래도 예보는 틀리지 않았습니다. 밤사이 기온이 25도 이상 올라가는 '열대야 현상'이 곳곳에서 나타났지요. 최근 숨 막히게 더웠던 터라 약간의 바람도 체감온도를 크게 떨어뜨렸나 봐요. 많은 분이 열대야가 물러난 것 같은 느낌을 받으셨다고 하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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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같은 기온이라도 햇살과 바람, 습도 등의 차이에 따라 체감(體感) 더위는 다릅니다. 그 변수 중에 '말'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입추 날 밤 걸려온 전화 덕분이었죠. 신혼인 친구가 부부싸움을 했다네요. 아내는 더위가 한풀 꺾인 것 같다며 잘 때 선풍기로 충분하다 했는데, 남편은 꼭 에어컨을 틀어야 한다고 서로 고집하다 목소리가 커진 겁니다. "왜 네 생각만 하니?" 한마디에 불이 붙었답니다. 평소 같았으면 그냥 넘겼을 말인데, 날이 더우니까 더 참을 수가 없었다고요. 제가 열심히 맞장구치니 친구 마음이 풀리는 듯했습니다. "날씨가 문제구나. 괜히 내가 미안해지네. 싸워서 더 더워졌을 테니 에어컨 조금 틀고 자"라고 마지막 인사를 건넸지요. 친구는 웃으면서 전화를 끊었습니다.

    대화에도 이렇게 온도가 있어서 몸과 마음을 들었다 놓았다 합니다. 제목에 본능적으로 끌려 열심히 읽은 책 '언어의 온도'에도 같은 얘기가 있더군요. 어쩌면 날씨보다 더 크게 감정에 영향을 주는 것이 '언어'인데 내 말의 온도보다 한낮 최고기온만 신경 쓰고 있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이번 주말도 무더위에 열대야가 이어지네요. 사랑하는 사람들과 좋은 대화 하며 건강하게 보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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