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시각] 해외여행이 더 싸다니

    입력 : 2017.08.12 03:14

    양승주 사회부 기자
    양승주 사회부 기자

    여름휴가 때 일본 하코다테(函館)에 다녀왔다. 홍콩·나폴리와 함께 '세계 3대'로 꼽힌다는 하코다테 야경을 보려고 전망대로 가는 케이블카를 탔다. 고도가 올라가며 유리창 너머로 시내 전망이 한눈에 들어오자 곳곳에서 탄성이 터졌다. "와, 예쁘다!" 한국말이 들려 돌아보니 여고생 둘이 야경을 배경으로 '셀카'를 찍고 있었다. "가족들 없이 둘이서만 온 거냐"고 물어보니 "한 달 동안 아르바이트해 모은 돈으로 왔다"고 했다. 고등학생도 자기 힘으로 돈 벌어 일본에 여행 올 수 있다는 사실에 새삼 놀랐다.

    놀라움은 곧 '충분히 그럴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바뀌었다. 하코다테의 명물 햄버거집 '러키 피에로'에서 햄버거와 우롱차 1잔, 그리고 머그컵에 가득 담긴 감자튀김이 나오는 세트 메뉴 가격은 약 6600원(650엔)이었다. 영화 '러브레터' 배경이 된 하치만자카 언덕, 일본 최초의 서양식 성곽으로 둘러싸여 있는 고료카쿠공원 등 하코다테의 명소를 도는 시내 트램은 600엔짜리 표를 사면 온종일 무제한으로 타고 내릴 수 있다. 식비·교통비와 쇼핑 경비 등으로 하루 1만엔 정도는 들 거라 예상했는데 호텔에 돌아오면 늘 돈이 남아 있었다. 30만원쯤 하는 저비용 항공사의 왕복 비행기표 값과 숙박비까지 합쳐도 3박 4일 여행에 들인 돈은 100만원 남짓이었다.

    단지 싸기만 한 것도 아니었다. 하루 11만원 주고 묵은 3성급 호텔에선 직원이 여권을 확인하더니 한국말로 "하코다테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하고 인사를 건넸다. 가방도 방까지 들어서 옮겨줬다. 동네 작은 선술집에서도 "간코쿠(한국)"라고 말하면 한국어로 된 메뉴판을 줬다. 관광객에 대한 의례적 친절일 수도 있지만, '적은 돈 쓰고도 대접받는다'는 생각이 여행 내내 들었다.

    최근 국내 여행과 해외여행 물가를 비교하는 기사를 쓰면서 주변 여러 지인에게 '여행담'을 청했다. 국내 여행을 다녀온 지인들이 공통으로 입에 올리는 말은 "돈 쓰고도 기분 나빴다"는 것이었다. 지난달 속초를 다녀온 한 친구는 "둘이서 먹을 10만원짜리 회를 시켰는데 천사채만 한가득이고 회는 몇 점뿐이었다"며 "주인에게 따지니 '주변 다른 식당도 다 똑같이 판다'"며 되레 화를 냈다고 했다. 지난 주말 부산에 간 또 다른 친구는 "몇 달 전 15만원 주고 묵은 숙소가 성수기라고 딱 두 배인 30만원을 달라더라"고 했다. 휴가철 '바가지요금'에 '자릿세'나 튜브·파라솔 등을 빌리는 각종 '대여료'를 덤으로 내고 나면 속은 것 같은 기분이 든다는 사람이 많다.

    열심히 일한 만큼 잘 쉬고 싶다는 욕구는 갈수록 커지는데, 국내 관광지는 여전히 '한철 장사'에만 골몰하고 있다. 그사이 경쟁적으로 값을 낮추는 저비용 항공사, 예약 대행 사이트에서 10분이면 끝나는 해외 호텔 예약, 한국보다 저렴해진 물가까지. 해외여행 문턱은 날로 낮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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