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朝鮮칼럼 The Column] 갈팡질팡 안보 정책, 유연함인가 무능인가

  • 김태효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입력 : 2017.08.12 03:17

    "사드 잠정 중단" 했다 번복, 北엔 "대화" 했다 "압박"
    신고리 5·6호기 태도 어정쩡… 오락가락하다 긁어 부스럼
    첫 단추 잘 못 끼웠으면 풀고 옷을 다시 입어야

    김태효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김태효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문재인 정부는 취임 100일째를 닷새 앞둔 지금까지 많은 일을 겪었고 여러 결정을 내렸다. 그런데 주요 안보 사안에 관해 내린 결정들은 하나같이 얼마 지나지 않아 번복되거나 재조정되는 과정을 거쳤다.

    문 대통령은 6월 5일 확대된 환경영향평가 기준을 내세워 사드(THAAD) 배치를 잠정 중단시켰다가 북한의 화성-14형 2차 시험 발사 다음 날인 7월 29일 이를 번복하는 결정을 내렸다. 7월 6일의 베를린 구상을 필두로 잇따른 대북 대화 제의를 해오던 정부는 8월 6일 한·미 정상 간 전화 통화를 계기로 '북한이 못 견딜 때까지 압박'하는 입장으로 돌아섰다. 6월 27일 국무회의 결정으로 신고리 5·6호기 건설을 전격 중단시킨 뒤 국가의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 논쟁과 우려가 커지자 신규 원자력발전소 건설의 영구 중단 여부를 누가 어떻게 어떤 절차를 거쳐 내릴 것인지를 두고 청와대, 공론화위원회, 위탁 평가 업체가 서로 어정쩡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갑자기 내려진 정부의 결정에 국민이 "어?"하고 놀랐다가 이를 보류하거나 조정하는 결정이 내려지면 "응?"하고 의아해하는 패턴이 잇따르고 있다. 중차대한 국가의 대사를 놓고 왜 이런 변덕이 반복되는 걸까. 유연함 때문인가, 아니면 무능함 탓인가. 안보 정책의 지향점이 갈팡질팡하는 1차적 원인은 문 정부가 당초에 제기한 공약에 오류와 허점이 많았음에도 취임 후 이를 그대로 이행하고자 하기 때문이다. 지난 5월의 대통령 선거는 안보 이슈가 주요 쟁점이 아니었다. 유권자들은 박근혜 정부에 대한 반발심과 우파 보수 세력 전반에 대한 거부로 문재인 정부를 택한 것뿐이다. 위에 예로 든 세 가지 사안 모두 가만히 두고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면 최상이었을 것이다.

    사드 배치는 전임 정부 때 이미 결정되고 착수되었으므로 이를 중단시키지 않았더라면 미국의 불쾌함도 중국의 과도한 기대도 자아낼 필요가 없었다. 결과적으로 중국의 경제 보복은 연장되었고 한·중 관계는 악화됐다. 김정은 정권과의 대화를 '선점'하겠다는 집착에서 좀 더 자유로웠다면 평양의 연이은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도발에 당황하고 유화 정책과 압박 모드를 오가면서 우리 국민과 북한을 동시에 당혹스럽게 만들지도 않았을 것이다. 순조롭던 원자력발전소 건설을 방해하지 않았더라면 원자력에너지 수출 시장에서 미국·프랑스·일본과 어깨를 견주는 한국을 스스로 망신시키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셋 모두 어설프게 만져 긁어 부스럼이 났고 자꾸 더 건드리니 문제가 커진 꼴이다.

    첫 단추가 잘못 끼워졌으면 풀고 옷을 다시 입으면 그만인데, 그릇된 정책을 온전히 버리지 못하고 임기응변식 봉합으로 일관했다. 그 이유는 정책 오류에 대한 진지한 성찰 없이 단지 반대 여론을 의식해 이를 등지지 않으려고 포퓰리즘(populism)에 기대기 때문이다. 주요 안보 이슈에 대한 국민 여론의 흐름은 문재인 정부의 입장과는 사뭇 배치된다. 사드 찬성 여론은 꾸준히 높아져 8월 들어 72%를 기록했고, 모든 대북 지원을 중단해야 한다는 입장이 57%를 나타냈다. 그간 잘 모르거나 무관심했던 원자력발전도 필요하다고 보는 국민 숫자가 빠르게 늘고 있다(이상 한국갤럽 여론조사). 대통령 지시가 떨어진 사드 발사대 4기를 성주 기지에 갖다 놓는 간단한 일도 반대 시위꾼들이 무서워 주저하니 온갖 여론을 두루 살피고자 하는 정부의 처지가 딱하다.

    국정(國政)도 사람이 하는 일이니 실수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마냥 시행착오를 겪으며 사회적 갈등을 양산하면 때를 놓치고 국제사회에서 낙오하게 된다. 문재인 정부에 필요한 것은 그릇된 것은 인정하고 이를 과감히 고치는 겸손함이다. 이를 가로막는 최대의 걸림돌은 안보 문제마저 정치적으로 접근하는 자세다. 사드도, 대북 정책도, 원자력도 이명박·박근혜 정부가 한 것은 그냥 다 싫다는 원초적 적개심에서 해방되지 않는 한 옳은 얘기가 귀에 들어오지 않을 것이다.

    국민은 정권과 이념을 떠나 나라의 안보를 안보 그 자체로 엄중히 대하는 정부를 원한다. 작금의 한반도 안보 환경에서는 더더욱 그러하다. 평화는 힘으로 지켜지거늘 안보에 집중하지 않고 평화만 외칠 수는 없다. 어느 군 장성의 공관병에 대한 '갑질' 의혹이 국가 안보의 보루인 군의 명예와 긍지를 실추시킬 정도로 과도하게 다루어지는 것도 경계할 일이다. 임기 초에 국가 공권력을 장악하려는 혈기가 넘쳐 국가 안보를 훼손하는 우를 범하지 않기 바란다. 권력이 있을 때는 어떠한 정책도 추진할 수 있지만 정작 이에 대한 역사적 평가는 그 권력을 내려놓은 한참 뒤에나 내려진다.

    이전 기사 다음 기사
    기사 목록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