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여론조사 업체가 결정하는 국가 에너지 대계

      입력 : 2017.08.12 03:18

      신고리 5·6호기 공론 조사의 전 과정 설계를 사실상 여론조사 용역업체가 맡게 된다고 한다. 국무조정실이 용역업체 선정을 위해 공고한 내용을 보면 입찰에 참여할 여론조사 업체들에 시민참여단 구성, 토론회 진행, 최종 결과 분석 방안을 제시하도록 요청하고 있다. 검증위원회와 자문단 구성, 토론 의제 선정 방법, 시민참여단에 제공할 정보의 신뢰성 확보 방안 등도 용역 범위에 포함됐다.

      공론화는 설계에 따라 결론이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에 대해선 찬반이 비슷하지만, 원자력발전의 이용을 놓고는 찬성이 반대의 두 배 가까이 나온다.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은 탈(脫)원전 방침과 떼어놓을 수 없는 문제인데도 토론을 신고리 5·6호 문제에 국한시키느냐, 원전에 대한 찬반으로 넓히느냐에 따라 상반된 결론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인지 국무조정실은 공론화 쟁점이 신고리 5·6호기 공사 중단 여부에서 원전 찬반으로 번질 경우 대응 방안도 제시하도록 요구했다. 탈원전 논란은 불리하다고 보고 그걸 막으려는 꼼수로 보여진다.

      공론화는 건설 중단, 또는 계속 외의 제3의 대안을 제시하느냐에 따라 논의 흐름이 달라질 수 있다. 지금으로선 이 문제도 여론조사 업체에 달려 있다고 봐야 한다. 일각에선 2조6000억원의 피해가 발생하는 신고리 5·6호 중도포기는 시민참여단 단순 과반수 찬성으로 결정할 수 없고 적어도 3분의 2 이상 찬성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이 문제도 여론조사 업체가 결정할지 모른다.

      애당초 국가 에너지 전략에 관한 중대사를 법률적 대표성을 지닌 정부와 국회가 결정하지 않고 시민들 토론에 맡긴 것부터가 무책임한 일이었다. 그런데 알고 보니 공론화위원회는 별로 하는 게 없고 여론조사 업체가 어떻게 끌고나가느냐에 따라 결론이 좌지우지되게 돼 있다는 것이다. 이럴 거면 정부가 뭐하러 있는 것인지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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