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새 정부 '내로남불' 코드 인사, 마지막까지 박기영 사태

      입력 : 2017.08.12 03:20

      박기영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이 11일 임명 나흘 만에 결국 사퇴했다. 여론이 악화하자 버티지 못한 것이다. 문재인 정부 1기 내각 인사 중 세 번째 낙마다. 이번 사태 핵심은 자격 미달인 사람을 문재인 대통령이 논란이 있을 줄 알고도 임명했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노무현 청와대에서 문 대통령과 함께 근무했다는 인연밖에는 찾을 수 없다. 문 대통령은 취임 첫날 "대탕평의 자세로 정부를 구성하겠다"고 했는데 실제 내각 및 청와대 인사 내용을 보면 결과는 정반대인 적나라한 코드 인사다.

      장·차관과 청와대 비서관급 이상 119명 중 대선 캠프 출신이거나 노무현 정부 청와대·인수위 등에서 활동한 인사가 모두 59명이었다. 전체의 절반이다. 장관급 24명 중에는 14명(58%)이 캠프 또는 노무현 청와대 출신이다. 차관급 42명 중에는 10명이었다. 청와대 비서관급 이상 53명 중에는 35명(66%)에 달했다. '노무현 정부 2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캠프 출신이나 과거 청와대에서 함께 일한 사람들을 발탁할 수 있지만 어느 정도여야 한다. 주요 고위직 절반이 그렇다면 누가 봐도 지나친 '코드 인사'다. 민주당은 야당 시절 전 정부 인사에 대해 '수첩 인사'라는 말까지 동원해 코드 인사를 비판했었다. 하지만 정권을 잡은 뒤에는 똑같이 코드 인사를 하고 있다. 필요한 인재인지를 보지 않고 '우리 편이냐'를 먼저 따지면 정부가 아니라 정당이다. '내 편'이기만 하면 어떤 흠결도 괜찮다는 잣대가 결국 '박기영 사태'를 부른 것이다.

      문 대통령이 공약했던 공직 배제 5대 원칙도 첫 인사부터 폐기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인사청문회 대상인 22명 장관 중 14명(64%)이 5대 원칙 중 하나 이상에서 의혹이 제기돼 논란을 불렀다. 위장전입, 세금 탈루, 부동산 투기 의혹은 각각 9명에게 제기됐다. 논문 표절도 8명이 논란이 됐다. 중대한 대국민 약속 위반인데도 대통령의 명백한 사과 한 번 없이 넘어가고 있다. 특히 자신도 표절을 한 입장에서 다른 사람을 향해 '표절했으니 물러나라'고 해 사퇴시켰던 김상곤 교육부장관과 매월 3000만원의 '자문료'를 받은 송영무 국방장관은 납득할 수 없는 밀어붙이기 인사였다. 앞으로도 문제다. 5대 원칙에 대한 구체적 기준을 만들겠다고 하고선 지금까지 방침을 내놓지 않고 있다.

      청와대 비서관 53명 중 전대협 또는 대학 총학생회장 출신이 10명에 달하는 것은 전무후무할 특이 현상이다. 이들이 사실상 문 대통령을 둘러싸고 정부의 핵심 그룹을 형성한 것으로 보인다. 새 정부 장관급 24명 중 6명이 시민단체 출신이다. 차관급에도 3명이 있다. 놀라운 일이다. 비(非)정부적 성격을 생명으로 하는 시민단체가 장관 배출 코스가 됐다는 것은 우리 사회 시민단체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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