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록펠러와 케네디家를 수퍼 부자로 만든 패밀리 오피스

  • 함현일 美시비타스 애널리스트

    입력 : 2017.08.13 06:40

    [함현일의 미국&부동산] ③부동산 시장의 큰손 ‘패밀리 오피스’

    미국 투자회사에서 일하기 시작하면서 여러 회사 자료들을 한국어로 번역하는 일을 한 적이 있다. 그때 처음 이 단어를 접했다. 어려운 단어의 조합은 아니어서 쉽게 알 것 같은데도 생소했다. 바로 ‘패밀리오피스’(Family Office)다. 한국어로 직역해 보면 ‘가족 사무실’이다. 웬지 구멍가게 느낌이 강하다.

    하지만 시사상식 사전의 정의는 사뭇 거창하다. “부호가 자신의 자산 운용을 위해 설립한 개인 운용사다. 석유왕으로 유명한 록펠러가 처음 사용한 용어로 가문의 재산을 체계적으로 관리해 가문의 부(富)가 3대를 넘어 지속되도록 만드는 것이 목적인 운용사다.”

    한마디로 개인이나 가족의 부를 관리하는 회사다. 그것도 자산 1억 달러(약 1140억원) 이상인 슈퍼 리치들을 위해서 말이다. 이 회사들은 미국의 부동산 시장을 움직이는 주요 투자 그룹 중 하나다. 그만큼 금융이나 부동산 시장에 일한다면 반드시 알고 있어야만 하는 존재다.

    ■‘신탁’을 통한 부의 세습

    패밀리 오피스는 어떤 형태로 부를 유지할까. 바로 ‘신탁’(Trust)을 통해서다. 신탁의 장점은 부도로 돈을 몽땅 날릴 일이 없고, 상속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전문가에 의해 운용된다. 그래서 후손들이 신탁이 보호하는 부의 혜택을 누리며 계속 부자의 후손으로 살 수 있게 된다. 후손 입장에서는 상속처럼 한번에 목돈을 만지거나 직접 소유할 수는 없지만, 돈줄이 마르지 않는 샘을 얻게 되는 것이다. 당연한 얘기지만 미국에는 이 신탁을 전문적으로 만들어주는 변호사도 있고, 이 신탁을 괸리하는 전문 회사도 있다. 이 회사를 보통 ‘패밀리 오피스’라고 부르는 것이다.

    비운의 가문으로 불리는 케네디가의 3형제가 1960년 메사추세츠주 하이애니스 포트에서 포즈를 취한 모습. 왼쪽부터 존, 로버트, 에드워드 케네디.

    비운의 가문인 미국 케네디가(家)도 패밀리 오피스를 통해 부를 존속시키고 있다. 존 F. 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의 아버지 조셉 케네디가 1927년 설립한 패밀리 오피스에 의해 여전히 미국 내 부자 가문으로 꼽히고 있다. 가문의 자산은 약 10억 달러에 달한다.

    요즘은 신탁액을 낮춰 여러 가문의 부를 관리하는 멀티 패밀리 오피스 전문 운용 회사까지 등장했다. 가입 문턱이 자산 1억달러에서 2000만달러까지 낮아져 더 많은 부자들이 패밀리 오피스를 갖게 된 것이다.

    ■“투자스타일은 단순하게 좋은 딜 선호”

    일반인에게는 거리가 먼 패밀리 오피스 얘기를 하는 이유는 부동산 시장에서 차지하는 이들의 영향력이 갈수록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과 유럽에서는 큰 손 중의 큰 손으로 꼽힌다. IT(정보기술)와 셰일 가스 등을 통한 신흥 부자들의 출현과 함께 그 수와 자산이 커지면서 주요 헤지펀드의 영향력을 앞서가고 있다.

    부동산 프라이빗 에쿼티 시장을 다루는 전문잡지 PERE에 따르면 미국 내에는 약 3000개의 패밀리 오피스가 있다. 전 세계적으로는 6000개에 이르고 총자산 가치는 30조달러(약 3400조원)에 이른다고 한다. 이는 미국과 EU(유럽연합)의 GDP(국내총생산)를 합한 것과 맞먹는 액수다. 그야말로 ‘억’ 소리가 아니라 ‘조’ 소리가 난다. 그만큼 패밀리 오피스가 세계 투자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은 엄청나다. 지난해 유럽 내 상업 부동산 딜의10%가 패밀리 오피스를 통해 이뤄졌다.

    미국 텍사스주의 셰일가스전에서 근로자가 시추하고 있다. 텍사스에서는 셰일가스로 돈을 번 신흥 부자들이 많다. /블룸버그

    내가 속한 텍사스주 달라스시에서도 패밀리 오피스의 힘은 막강하다. 요즘 미국 내 주요 신흥 패밀리 오피스들은 셰일가스를 통해 부를 축적한 부자들에 의해 설립되고 있다. 그리고 그 중심지가 텍사스다. 달라스 다운타운의 주요 오피스들도 패밀리 오피스에 의해 개발되고, 관련 회사들이 입주한 경우가 여럿이다. 신규 대형 부동산 딜에 어떤 패밀리가 자기 지분 대부분을 댄다는 얘기가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주요 개발회사는 이런 얘기를 일부러 흘리기도 한다. 그만큼 든든한 후원자가 있다는 의미로 해석되는 탓이다. 패밀리 오피스가 직접 개발에 나서는 경우도 많다. 달라스의 프로축구 경기장 등의 개발에도 미국 내 주요 패밀리 오피스 중의 하나가 나섰다. 최근에는 직접 지분을 투자해 개발회사를 만들기도 한다. 이런 패밀리 오피스의 경우 가문의 이름이 하나의 브랜드로 통한다.

    그만큼 요즘은 패밀리 오피스들의 투자 기호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해졌다. 패밀리 오피스 매니저들은 “패밀리 오피스들은 복잡한 국제 투자 환경에서도 이해하기 쉽고 자기들이 잘 아는 시장의 ‘단순히 좋은 딜’을 선호한다”고 밝혔다. 패밀리 오피스들의 투자가 신흥 개발도상국보다 미국이나 유럽의 게이트웨이 도시에 몰리는 이유가 여기 있다.

    ■“아시아에서는 생소하지만 뜰 비즈니스”

    사실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에서는 패밀리 오피스 개념이 낯설다. 아무래도 부자들의 역사가 짧고 신탁 제도가 잘 갖춰지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3대를 넘기지 못하는 부자가 많다. 하지만 이른 시일 안에 패밀리 오피스와 관련한 비즈니스가 뜰 가능성이 크다. 벌써 몇몇 소매 금융회사들은 패밀리 오피스와 비슷한 가문관리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한국 유명 로펌들은 패밀리 오피스를 위한 법률 서비스 전담팀을 꾸리고있다.

    하지만 아직 제도 등이 미비해 갈 길이 멀다. 언젠가 한국에서도 대표적인 패밀리 오피스의 부동산 투자 동향이 주목받는 시대가 오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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