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툭하면 늦게 뜨는 국제선 항공기… 까탈스러운 중국 때문?

    입력 : 2017.08.12 03:02

    비행기 이용하는 국민 작년 기준 1억명 돌파… 잦은 늑장 출발 왜?
    1시간 이상 지연 일쑤… 작년 국제선 22만여편 69%가 중국 상공 통과
    中, 날씨 기준 까다롭고 불시에 군사훈련 잦아 그때마다 한두시간 지연
    LCC라 뜨는 순위 밀려? 진에어, 국내선 지연율 2년 연속 1위지만
    대한항공도 10% 안팎… LCC는 직원 수 적어 준비 시간 늦는 경우 많아

    지난 8일 낮 12시 30분 독일 프랑크푸르트로 가는 아시아나항공 541편을 타려고 오전 11시쯤 인천공항에 도착한 무역업체 이사 최모(41)씨는 항공사로부터 출발이 지연됐다는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배정돼 있던 출국 게이트에는 '항공기 스케줄 조정 때문'이라는 한 줄짜리 설명만 적혀있었다. 항공사 안내에 따르면 비행기는 이미 예정됐던 시각보다 2시간 50분 미뤄진 오후 3시 20분에 출발한다고 했다. 최씨가 아시아나항공편을 선택한 이유는 다른 항공사보다 1시간 일찍 출발해 도착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지만 오히려 2시간가량 늦어진 셈이었다. 해당 항공편은 태풍 노루로 취소된 항공편을 메우기 위해 일본 오사카공항에서 예정에 없던 비행을 하느라 지연됐다는 게 항공사 측 설명이었다. 3시 20분이 다 될 무렵 최씨는 또다시 비행기 출발이 미뤄졌다는 통보를 받았다. 결국 35분이 더 지난 오후 3시 55분이 돼서야 해당 항공편은 활주로를 빠져나갔다. 최씨는 "현지 시각 오후 5시쯤 도착해 고객과 만나기로 돼 있었지만 오후 8시 넘어 도착하는 바람에 회의는커녕 저녁 식사도 제대로 못 했다"며 "업무차 한 달 5~6번 정도 비행기를 타는데 출발이 미뤄지는 탓에 곤란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고 말했다.

    국내선 지연율 11.66% 달해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4월부터 6월까지 국내 항공사의 국내선 지연율은 평균 11.66%다. 국내선 출발 시각이 기존 스케줄보다 30분 이상 미뤄졌을 때부터 국토교통부가 항공편 지연으로 집계하고 있다. 곧 10대 중 한 대 넘게 30분 이상 출발이 미뤄졌다는 뜻이다. 정시~30분 이내 출발하는 경우는 제외한 숫자다. 이마저도 지난해 동 기간 21.56%에 달했던 지연율을 크게 낮춘 것이다. 항공사별로 살펴보면 이스타항공이 5.7%로 가장 지연율이 낮았는데 지난해 27.11%에서 대폭 줄어들었다. 작년 지연율 1위였던 진에어가 올해도 18.66%로 또다시 1위를 기록했다. 대형 항공사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도 각각 10.92%, 9.28%로 낮지 않은 지연율을 보였다. 특히 아시아나의 경우 작년 같은 기간 지연율이 24.97%에 달했다.

    국제선은 사정이 좀 나은 편이다. 올해 2분기 평균 지연율은 3.44%로 지난해 같은 기간 지연율(3.57%)에 비해 0.13%포인트 줄었다. 작년에 취항한 저비용 항공사(LCC) 에어서울이 0.41%로 지연율이 가장 낮았고 아시아나항공이 5.41%로 가장 높았다.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과 제주항공(3.23%)에 이어 지연율 3.01%로 국제선 지연율 3위를 기록했다. 국제선은 예정 시각보다 1시간 이상 늦어져야 지연 항공편으로 집계되므로, 실제 이용객이 느끼는 지연율과는 다르다.

    국토부에 따르면 비행기를 이용하는 국민이 지난해 기준 한 해 1억명을 넘어섰다. 국토부는 매년 조금씩 지연율을 줄이고 있다고 하지만 지연이 해소될지는 미지수다. 국제선은 중국이 갑자기 영공 비행을 일시 중단시키는 경우가 많아 항공편 지연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 국내선은 항공사가 비행기 운항 일정을 빡빡하게 운영하는 것이 가장 큰 이유로 꼽히고 있다.

    예고 없는 중국의 이륙 연기 요청

    국제선이 지연되는 가장 큰 이유는 중국 영공 상황이다. 우리나라에서 운영되고 있는 국제 노선은 중국, 일본, 그 밖의 아시아, 미주, 유럽, 오스트레일리아 대륙, 중동·아프리카 등 크게 7가지로 분류한다. 이 중 일본과 미주, 오스트레일리아 대륙행을 제외한 대부분의 항공기가 중국 영공을 거친다. 지난해 우리나라 공항에서 출발한 국제선 항공편은 총 21만9425편으로, 그중 중국을 지나간 노선은 15만1430편이었다. 우리나라를 떠나 해외로 가는 비행기 중 69%가 운항 중 중국 영공을 지나면서 중국 관제탑의 지시를 받아야 한다는 뜻이다. 올해 2분기 연착률이 높은 노선도 중국(6.02%), 중국과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4.55%)와 유럽(6.63%)이었다. 중국을 거치지 않는 일본은 지연율이 1.68%에 그쳤고 미국도 3.73%에 불과했다.

    이렇게 중국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갑작스럽게 중국 측이 출발을 늦추도록 통보하는 경우가 잦다고 한다. 중국이 우리 항공기의 운항을 갑자기 허가하지 않는 경우는 크게 세 가지다. ①중국 내 공항이 바빠서 ②날씨가 조금이라도 안 좋을 경우 ③군사 훈련 등으로 인한 이유 등이다.

    중국 비행기 이용객 수는 지난 2005년부터 지속적으로 늘어왔지만 최근엔 중국 국내 노선 수가 늘어나면서 항공편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 지난해 인천, 김포, 제주 등 우리나라 공항 전체에서 국내·국제선을 모두 포함한 이용객 수가 1억명을 겨우 넘었는데 중국에선 지난 한 해 베이징 국제공항에서만 9000만명이 공항을 이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베이징에서 소화하는 항공편만 하루 5000대가량으로 인천공항의 평균 5배라고 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비행기 출발 시각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갑자기 '60분 지연' '90분 지연'이라고 연락이 오는 경우는 대부분 중국 공항 관제탑에서 우리 항공편을 소화하지 못하는 경우"라며 "최대한 지연을 피하려고 하지만 베이징공항에서 이착륙을 시도하는 항공기 수를 보면 너무나 빽빽해서 오히려 지연시키는 게 나을 정도"라고 말했다.

    태풍과 같은 기상 이변이 있을 경우 항공편 지연을 시키는 게 당연하지만 중국은 우리나라를 비롯해 미국이나 유럽의 날씨 기준보다 훨씬 엄격하게 항공 가능 날씨를 측정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구름 농도가 50% 이하일 때 이착륙 허가를 해준다면 중국의 경우 20% 이하일 때만 이착륙이 가능하도록 기준을 잡는 식이다. 엄격한 날씨 기준은 중국 내에서도 문제로 꼽히고 있다. 중국 항공 당국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항공사의 지연 이유 중 날씨가 전체의 24.34%에 달했다.

    예정에 없던 군사훈련 등도 지연의 큰 문제로 꼽힌다. 중국 공항은 대부분 국가가 운영하고 있어 예고되지 않은 훈련이나 기타 중국 정부 측의 일로 한두 시간 지연되는 일이 생긴다는 게 관계자들 설명이다.

    지연율이 낮은 일본은 약속된 스케줄을 최대한 지키려고 하지만 태풍 등 기상 이유로 지연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동남아 노선은 해당 국가의 공항에 비행기 점검이나 수리 직원이 부족할 경우, 착륙 준비가 덜 된 경우 지연되는 일이 생긴다고 한다.

    착륙 30분 만에 다시 떠야 하는 비행기

    국내 항공편이 지연되는 가장 큰 이유는 항공사들이 비행기를 최대로 운항하려고 무리하게 짠 스케줄 때문으로 지적되고 있다. 지난해 31.24%, 올해 18.66%로 국내선 지연율 1위를 기록한 진에어는 김포에서 제주까지 하루 16회 항공편이 있다. 항공편 간격은 오전 6시 5분부터 15분, 30분, 2시간 간격으로 다양하다.

    지난 8일 진에어 HL8224편은 총 9번 이착륙했다. 오전 7시 20분 제주에서 광주로 떠난 비행기는 오전 8시 5분 광주공항에 착륙했다. 40분이 지난 오전 8시 45분 이 비행기는 광주에서 제주로 출발했다. 오전 9시 30분 제주에 도착하고 한 시간 뒤 이 비행기는 다시 부산으로 떠났다. 비행편 사이 짧으면 30분, 길면 1시간 정도만 비행기가 공항에 서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비행기 점검, 기내 청소, 승무원 준비, 승객 탑승 중 하나라도 문제가 생기면 출발이 늦어지고, 그 뒤로 예정된 항공편 역시 줄줄이 지연되는 셈이다. 이 비행기는 8일 오후 6시 35분 부산에서 제주로 가기로 예정돼 있었지만 출발이 지연돼 원래 도착 시각인 오후 7시 25분을 40분 넘긴 오후 8시 5분에 도착했다. 항공편 지연 때문에 김포공항에 착륙해야 하는 비행기가 인천공항으로 가는 경우도 있다. 김포공항은 이착륙 소음 민원 때문에 밤 11시에 활주로를 전면 폐쇄하기 때문이다.

    일부 이용객은 저비용 항공사가 대형 항공사에 이륙 순위가 밀려 지연율이 높다고 믿기도 한다. 인천공항 한 관계자는 "이륙 준비를 마치는 순서대로 비행기를 띄우는 게 전 세계 공항의 원칙"이라며 "저비용 항공사라서 순서가 밀리는 것이 아니라 직원 수가 적어 준비 시간이 대형 항공사보다 오래 걸리기 때문에 이륙이 늦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국토부 항공산업과 홍승희 사무관은 "항공사 비행 스케줄을 현실적으로 조정하는 방법 등으로 국내 지연율을 줄이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국내선 이용객이 점점 늘어나고 있어 최대한 승객을 유치하려는 항공사 측과 조율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또 "비행기 대수를 늘리면 쉽게 해결되는 일이지만 경제적 여건상 비행기 대수를 늘리기 어렵다는 게 항공사들 입장"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4~6월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항공기 지연·결항으로 인한 피해가 76건에 달했다. 국내선은 2시간 이상~3시간 이내 지연됐을 때 해당 구간 운임의 20%, 3시간 이상일 경우 30%를 배상받을 수 있다. 국제선은 2~4시간은 운임의 10%, 4~12시간은 20%, 12시간 이상 지연됐을 땐 30%를 배상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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