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깨진 맥주병 1㎝ 쪽지문으로 15년전 미제사건 범인 잡았다

    입력 : 2017.08.12 03:02

    10분이면 지문 검색 '완료'
    지문 자동검색시스템의 진화

    지문에는 사람마다 다른 특징점이 100~200여 개 있다. 감정관은 특징점이 12개 이상 겹치면 동일 지문으로 판단한다.
    지문에는 사람마다 다른 특징점이 100~200여 개 있다. 감정관은 특징점이 12개 이상 겹치면 동일 지문으로 판단한다. /경찰청
    지난 2002년 12월 서울 가리봉동에서 호프집 주인을 살해하고 현금과 신용카드를 훔쳐 달아난 '구로 호프집 여주인 살인사건'은 지난 6월 말 유력 용의자 장모(52)씨가 잡히기 전까지 약 15년 동안 미궁에 빠져 있었다. 범행 당시 CCTV가 많지 않던 때라 현장 주변에 용의자 영상이 없는 데다 용의자가 범행 이후 수건으로 자신의 지문이 남았을 만한 곳을 모두 닦아 단서를 찾기 어려웠다.

    서울경찰청 중요미제사건수사팀은 그러나 당시 현장에서 발견한 '쪽지문(조각 지문)'에 주목했다. 깨진 맥주병에서 용의자 오른손 엄지 지문의 3분의 1 정도인 약 1㎝ 길이 쪽지문을 찾았지만 당시에는 분석할 기술이 부족했다. 수사팀은 증거물관리시스템에 저장돼 있던 쪽지문을 다시 분석해서 지문 주인 후보를 장씨를 비롯한 10명 이내로 줄였다. 2002년에 비해 발전한 지문자동검색시스템(AFIS·아피스) 역할이 컸다. 경찰청 과학수사관리관 김성희 경위는 "시스템의 알고리즘은 큰 차이가 없지만 검색 처리 능력과 지문 스캔 품질이 좋아지면서 감정 기술도 발전했다"며 "처리 속도가 느렸던 과거에는 지문 1개를 분석하는 데 이틀 가까이 걸렸지만 지금은 지문 상태가 좋으면 10분 안에 검색을 마칠 수 있다"고 말했다.

    속도뿐 아니라 지문 분석 능력도 늘었다. 아피스는 지문의 선(융선)이 갈라지거나 끊기는 '특징점'을 기준으로 지문을 비교하고 특징점이 12개 이상 일치할 때 동일 지문으로 판단한다. 미국 연방수사국(FBI)은 8개, 일본은 12개를 기준으로 삼는다. 과학수사관리관에는 총 43명의 지문감정관이 있고 이 중 30명은 이곳에서 10년 이상 근무했다. 노하우가 쌓인 감정관들은 미세한 특징점을 찾아내거나 특징점이 부족한 경우 쪽지문의 나머지 부분을 가상으로 그려 분석하는 방법으로 지문 주인을 찾기도 한다.

    1990년 도입돼 전과자 지문 830만개를 우선 등록했던 아피스에는 현재 내국인 약 4500만명이 주민 등록 때 14개씩 제출한 지문 6억여개가 등록돼 있다.

    2014~16년 연평균 1만7000여건의 사건 현장 지문을 감정해 9800여건의 지문 주인을 찾았다. 지난해 9월부터는 법무부가 보유한 모든 외국인의 지문 정보를 공유하는 시스템을 만들어 외국인 범죄 피의자에 대한 실시간 지문 대조도 하고 있다.

    구로 호프집 여주인 살인사건 해결에는 쪽지문과 함께 발견됐던 족적(발자국)도 결정적 증거로 쓰였다. 족적은 키와 보폭, 연령대까지 추측할 수 있어 용의 대상을 좁히는 간접 증거가 될 수 있다. 국내·외에서 생산되는 신발과 타이어 문양을 데이터베이스로 만든 족·윤적감정시스템(FTIS)이 이런 수사를 돕는다. 당시 사건 현장에서 발견한 구두 발자국을 분석한 결과 뒷굽이 둥근 형태의 키높이 구두로 확인됐다. 경찰이 장씨 집을 압수 수색했더니 비슷한 디자인의 키높이 구두가 여러 켤레 나왔다.

    경찰은 현재 운동화 3만3000여종, 구두 4800여종, 자동차·오토바이 타이어 1300여종을 포함해 총 5만3000여종의 족·윤적 자료를 보유하고 있다. 과학수사관리관 증거분석계 김정희 행정관은 "직접 매장을 찾아 사진을 찍거나 제조사로부터 자료를 받아 신발과 타이어 디자인을 수시로 추가하고 있다"며 "DNA 같은 확실한 증거가 없는 경우 족적을 간접 증거로 활용하고 여죄를 밝히는 데도 참고한다"고 말했다. 2015년 경기 용인시 한 아파트에서 길고양이에게 먹이를 주던 여성이 옥상에서 던진 벽돌에 맞아 사망한 사건에선 옥상에서 발견된 아동용 신발 족적을 분석해 초등학생의 자백을 받아내기도 했다.

    2014년 8월 길거리에서 음란 행위를 한 혐의로 체포돼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김수창(55) 전 제주지검장은 경찰이 현장 족적과 비교하기 위해 신발 제출을 요구했으나 거부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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