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쇼핑몰들이 유아용 킥보드와 전쟁 벌이는 까닭

    입력 : 2017.08.12 03:02

    '킥 하는' 꼬마손님들로 골머리

    동네에선 차량 때문에 위험… 부모들 "그나마 안전한 공간"
    쇼핑몰, 타지 말란 방송하지만 아이 둔 가정 제재 쉽지 않아
    '킥보드 금지文' 붙인 박물관 "안전도 문제지만 소장품 훼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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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한성백제박물관 바닥에 붙은 킥보드 금지 안내문. / 한성백제박물관
    지난달 신모(29)씨는 서울 중구 한 대형마트를 찾았다가 봉변을 당했다. 앉아서 운동화 끈을 묶고 있는 그에게 너덧 살짜리 남자아이가 킥보드를 타고 그대로 돌진한 것. 신씨는 "아무리 작은 아이라지만 앉아있는 상태에서 부딪히자 중심을 잃고 엉덩방아를 찧었다"며 "부모가 멀리서 소리쳐 제지했지만 이미 아이와 부딪히고 난 후였다"고 했다. 기분이 상한 그는 쇼핑을 그만두고 집으로 왔다.

    유아용 킥보드가 유행하면서 대형마트나 아웃렛 등 쇼핑몰들이 킥보드를 타는 꼬마 손님들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지난 5일 경기권의 한 아웃렛은 무더위를 피해 '몰캉스(쇼핑몰+바캉스)'를 즐기는 가족 단위 손님들로 붐볐다. 사람들 사이를 누비며 킥보드를 타고 다니는 아이들이 심심찮게 보였다. 아웃렛 관리요원은 "한동안은 바퀴 달린 신발 때문에 문제였는데 요즘은 킥보드 때문에 전쟁"이라며 "가끔 제지해도 손님이 '우리 애는 알아서 할게요' '위험하지 않게 태울게요'라고 하면 더 말릴 도리가 없다"고 했다. 일부 대형마트는 매장에서 킥보드를 타지 말라는 안내방송을 내보내거나 아예 장난감 매장 한편에 킥보드를 탈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놓고 있다. 그러나 아이를 둔 가정이 주 고객인 쇼핑몰 입장에서 이들을 강력하게 제재하기란 쉽지 않다.

    아이와 함께 쇼핑몰로 '킥보드 나들이'를 오는 부모들에게도 이유는 있다. 한 아이 엄마는 "처음엔 아파트 단지에서 타게 했는데 택배나 이삿짐 차량이 들어올 때가 있어 위험해 보였다"며 "아이가 졸라 킥보드를 사주긴 했지만 막상 맘 놓고 탈 수 있는 안전한 공간은 거의 없었다"고 했다. 집에서 타게 하기엔 좁고 밖에서 타게 하자니 불안한 부모들이 대안으로 쇼핑몰을 찾는 것이다. 직장인 우모(43)씨는 "지하 주차장에서 운전하다가 킥보드 타던 아이를 발견해 급정거한 적이 있다. 사각지대라 아이가 잘 보이지 않아서 가슴을 쓸어내렸다"며 "차라리 쇼핑몰처럼 차가 없는 공간에서 타는 게 서로를 위해 낫다"고 했다.

    '킥 하는' 꼬마손님들로 골머리
    대형마트에서 한 꼬마가 킥보드를 타고 달리고 있다. 꼬마를 피해 한 손님이 옆으로 지나가고 있다. / 유튜브
    킥보드를 타던 아이가 사고를 당하는 일은 종종 일어나고 있다. 지난달 경기 양주의 한 아파트 단지에선 킥보드를 탄 채 아버지와 숨바꼭질을 하던 세 살배기 아이가 차에 치여 숨졌다. 차량 운전자는 경찰에서 "아이를 미처 발견하지 못했다"고 진술했다. 앞서 2015년 부산에서도 킥보드를 타고 길을 건너던 네 살 아이가 승합차에 치여 숨지는 일이 있었다.

    그러나 킥보드 매출은 오히려 늘고 있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이번 달 킥보드 매출액이 작년보다 약 5% 늘었다"고 했다. 국내에서 유아용 킥보드를 파는 브랜드만 십수 군데. 이 중 상당수가 "높이 조절이 가능해 15개월만 돼도 무리 없이 탈 수 있다"고 광고하면서 킥보드 타는 아이들 연령대도 낮아지고 있다. 지난달 초 열린 한 유아용품 박람회에선 킥보드 판매 부스에 부모들이 몰렸다고 한다.

    소아과 병원, 박물관, 키즈카페 역시 킥보드 탄 꼬마들이 몰리는 장소다.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내 한성백제박물관은 지난달 내부 곳곳에 킥보드를 타지 말라는 안내문을 붙였다. 이 박물관 관계자는 "하루에도 몇 명씩 킥보드 타는 아이들이 나타난다"며 "안전 문제도 있지만 소장품이 훼손될까 봐 안내문을 붙였다. 입구에 킥보드를 보관하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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