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 태양보다 10배 뜨거운 '인공 태양'… 에너지의 미래로 떠오르다

    입력 : 2017.08.12 03:02 | 수정 : 2017.08.12 07:19

    글로벌 핵융합 개발 속도전

    중국, 5000만도 플라스마 100초 이상 유지 기록
    한국은 지난해 70초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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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료:국가핵융합연구소 / 그래픽=김충민 기자
    지난달 3일 중국과학원은 안후이(安徽)성 허페이(合肥)시에 있는 '핵융합 유도 토카막 실험장치'(EAST)에서 섭씨 5000만도의 초고온 플라스마(plasma·원자핵과 전자가 분리된 상태)를 만들어 101.2초 동안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실험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기존 기록인 한국 국가핵융합연구소의 70초를 뛰어넘는 세계 최장(最長) 기록을 세운 것이다. 중국은 지난해 11월 60초를 기록한 데 이어 세계에서 처음으로 100초 벽을 넘었다.

    핵융합 발전(發電)은 태양이 에너지를 내는 원리를 이용해 전기를 만드는 것으로, 원료가 사실상 무한에 가깝고 환경오염이 없어서 '꿈의 에너지'로 불린다. 쑹원타오 중국과학원 플라스마물리연구소 부소장은 "핵융합 연쇄 반응이 안정적으로 일어나 에너지 생산이 가능하도록 플라스마 연소 지속 시간을 1000초 이상 유지하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중국은 이번 실험 성공으로 핵융합의 상용화 가능성에 대해서도 큰 자신감을 보였다. 한국과 미국, 유럽은 중국의 성과에 자극을 받아 다시 연구 속도를 높이고 있다. 과연 누가 먼저 핵융합 상용화에 성공할 수 있을까.

    태양보다 10배 뜨거운 1억5000만도에 도전

    태양처럼 스스로 빛을 내는 별들은 핵융합 반응을 통해 에너지를 만들어낸다. 태양 내부에선 1500만도에 이르는 초고온에서 수소와 같은 가벼운 원자들이 융합하면 무거운 헬륨 원자핵으로 바뀐다. 이 과정에서 감소되는 질량만큼 엄청난 에너지가 발생한다. 각국이 개발 중인 핵융합 장치는 태양이 빛과 열을 내는 원리를 따르고 있어 '인공(人工) 태양'이라고 불린다. 핵융합은 우라늄이 핵분열할 때 나오는 에너지를 사용하는 원자력발전과 달리 방사성폐기물이 발생하지 않는다. 석탄이나 액화천연가스(LNG)를 태우는 화석연료 발전처럼 온실가스 배출 걱정도 없다.

    하지만 태양의 핵융합을 지구에서 구현하는 건 쉽지 않다. 핵융합을 일으키는 플라스마가 안정적으로 유지되려면 중력이 강력하거나 아니면 온도가 높아야 한다. 일단 지구는 태양보다 크기가 훨씬 작아 그만큼 중력도 약하다. 대신 과학자들은 태양보다 훨씬 높은 1억5000만도의 초고온 상태를 만드는 방식을 택했다. 현재 한국은 약 7000만도, 중국은 5000만도까지 구현했다.

    핵융합 개발 초기에는 고온 확보 기술이 가장 중요했다. 하지만 어느 정도 초고온에 근접하면서 최근엔 뜨거워진 플라스마를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는 '안정성' 기술 구현이 중요해졌다. 1억도 이상의 고온을 오래 유지해야 실제 에너지 발전에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초고온 불꽃인 플라스마는 온도가 높아질수록 급속하게 불안정해진다. 과학자들은 플라스마 유지를 위해 자석을 이용했다. 플라스마 입자들은 전기를 띠고 있기 때문에 핵융합로 내부에 강력한 자기장을 발생시켜 내부에 가둘 수 있다.

    미국·유럽 등 핵융합 선두 주자들은 일반 자석을 이용해 자기장을 만들었는데 자석이 뜨거워지는 부작용이 생겼다. 이 문제로 다른 곳보다 훨씬 높은 온도에는 도달했지만 그 상태를 수 초 정도밖에 유지하지 못하고 있다. 반면 한국·중국 등 신흥 핵융합 강국은 전기저항이 없는 초전도자석을 이용해 문제점을 극복하고 있다. 두 국가는 최근 2~3년 사이 플라스마 유지 시간 경쟁에서 앞다퉈 신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실제 상용화까지는 30년 이상 걸릴 듯

    전문가들은 최근 연구 성과에도 실제 핵융합으로 에너지 생산을 하려면 2050년 이후에나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현재 세계에서 가동되는 핵융합로는 모두 연구용이다. 미국·일본·유럽 등 7개국은 핵융합의 상용화 가능성을 알아보기 위해 18조원을 투입해 프랑스 남부에 세계 최고 규모의 '국제핵융합실험로(ITER)'를 짓고 있다. 2025년 가동이 목표인 ITER에서 핵융합로의 성능이 입증되면 2050년쯤부터 전 세계에서 발전용 핵융합로 건설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한국도 2007년 세계 6번째로 한국형 핵융합로(KSTAR)를 독자 개발한 경험을 갖고 ITER 공동 개발에 참여하고 있다. 한국은 비교적 핵융합 연구를 늦게 시작했지만 최근 눈에 띄는 성과를 내고 있다. ITER처럼 큰 규모의 핵융합로를 가동하면 강한 에너지 입자가 내부 용기 벽을 손상시키는데 한국 연구진이 이 문제를 해결할 단서를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가핵융합연구소는 이르면 오는 9월쯤 연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오영국 국가핵융합연구소 KSTAR연구센터 부센터장은 "앞으로 1억도가 넘는 핵융합로에서 오래 버틸 수 있는 내부 소재나 안전장치에 대한 연구도 본격적으로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핵융합 상용화에서 '초고온 확보'와 '안정성'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순 없을까. 과학자들은 토카막과 스텔라레이터라는 서로 상반된 두 가지 핵융합 방식을 절충하는 길을 모색하고 있다. 한국·중국과 ITER 등이 채택한 토카막은 외부에 전자석이 붙어 있는 도넛 형태 용기 안에 플라스마를 가둔다. 자기장이 강력하기 때문에 초고온의 플라스마를 만들 수 있다. 반면 독일·일본이 개발 중인 스텔라레이터는 토카막보다 전자석 코일을 더 촘촘하게 설치하는 방식으로 플라스마 온도는 상대적으로 낮지만 오랜 시간 플라스마를 유지할 수 있다.

    아마존·페이팔 창업자도 뛰어들어

    최근 핵융합의 상용화에 대한 긍정적 전망이 잇따르면서 민간 기업들도 핵융합 기술 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세계 최고의 인터넷 기업 구글은 최근 미국 핵융합 기술 개발기업인 트라이알파에너지와 손잡았다. 구글은 강점인 컴퓨터 알고리즘 능력을 활용해 초고온 플라스마 제어에서 성과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프 베조스 아마존 창업자, 피터 틸 페이팔 공동창업자 등 IT 거물들도 잇따라 핵융합 개발 기업에 투자하며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전문가들은 기업에서 개발한 핵융합 기술이 장차 공공연구기관의 연구와 합쳐질 경우 향후 핵융합 상용화를 앞당길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각국 정부 주도로 이뤄지던 핵융합 연구가 차츰 민관 합작 형태로 옮겨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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