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 쉿, 지금은… 숙면중

    입력 : 2017.08.12 03:02

    [if 카페] 서서 자는 향고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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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월 28일 카리브해에서 촬영된 향고래들. 수심 20m에서 머리를 위로 하고 선 자세로 잠을 자고 있다. /Franco Banfi
    파란 바닷속 고래 여섯 마리가 하늘을 향해 서 있다. 그 위로 여성 스쿠버 다이버가 유유히 헤엄을 친다. 어딘가 해양 테마파크에서 펼쳐진 사람과 고래의 합동 수중 쇼 같지만, 인위적인 요소 하나 들어가지 않는 야생의 현장이다.

    스위스 사진작가 프랑코 반피(58)는 지난 1월 28일 카리브해 도미니카 앞바다 수심 20m에서 세로로 서서 미동도 하지 않는 고래들을 촬영했다. 놀랍게도 고래들은 이 자세로 자고 있었다. 반피는 최근 미국 캘리포니아 과학 아카데미가 주최한 야생동물 사진 대회에 이 사진을 출품해 '인간과 자연' 부문 결선까지 진출했다.

    사진 속 고래는 미국 소설가 허먼 멜빌이 1851년 발표한 장편소설 '모비 딕'에 나오는 향고래이다. 몸길이 15m에 뇌가 고래 중 가장 크다. 반피는 사진에 나온 향고래들이 선 채로 10~15분간 숨도 쉬지 않고 잠을 잤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고래나 돌고래들은 잠을 잘 때에도 한쪽 뇌는 깨어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혹시 천적이 다가올지 몰라 숙면에 들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늘 한쪽 눈을 뜨고 있으며 헤엄도 치고 호흡도 한다. 하지만 향고래는 뇌 전체가 완전히 휴식 상태에 빠져 어떤 움직임도 보이지 않는다.

    향고래가 서서 잔다는 사실은 2008년 영국과 일본 과학자들이 국제 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에 처음 발표했다. 영국 세인트 앤드루대 루크 렌델 교수 연구진은 고래의 피부에 센서를 부착하고 생활상을 연구하고 있었는데, 우연한 기회에 수면에 코를 내민 채 서 있는 향고래들이 보트가 다가가도 반응을 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잠을 자고 있었던 것이다. 고래는 보트와 부딪치자 순식간에 흩어졌지만 15분 만에 다시 이전 자세로 돌아왔다고 한다.

    관찰 결과 고래는 수면에서 바닷속으로 수직으로 내려가다가 방향을 180도 바꾸어 머리를 위로 한 채 온몸에 힘을 빼고 떠오르면서 잠에 빠졌다. 수면 시간을 재보니 전체 시간 중 단 7.1%에 그쳤다. 짧게는 6분에서 길어야 24분이었다. 이는 흰고래(수면 시간 비중 32%)나 귀신고래(42%)에 비하면 턱없이 짧은 시간이다. 지금까지 가장 수면 시간이 짧은 동물은 기린(8%)이었다. 연구진은 뇌 전체가 완전히 쉬는 숙면을 취해 짧은 시간에도 원기를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하지만 향고래 역시 다른 고래들처럼 뇌 반쪽만 쉬는 수면 형태가 아직 발견되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다고 단서를 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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