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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먹거리 선점하라… IT업계, 인재 재배치 한창

    입력 : 2017.08.11 00:08

    [성장 가능성 높은 분야에 인력 집중… 아예 스타트업 사들이기도]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 직원 비메모리 반도체 부문으로 보내
    LG전자, 스마트폰 개발 인력 자동차 전장부품 부문 집중 배치
    IPTV·사물인터넷·인공지능… 통신업체들도 개발 인력 보강

    SK하이닉스에서는 지난달 10일 전체 임직원 2만2600여명의 5%가 넘는 1300여명이 한꺼번에 자리를 옮겼다. 반도체 설계 전문 회사의 주문을 받아 반도체를 생산해주는 파운드리(foundry·위탁 생산) 전문 신설 자회사 SK하이닉스시스템아이씨로 소속을 바꾼 것이다. SK하이닉스는 이와 함께 파운드리 분야의 개발·설계·제조 등을 맡을 인력을 대거 채용한다는 공고를 내고 '인재 모시기'에도 나섰다.

    SK하이닉스의 지난해 매출(17조2000억원)에서 파운드리 사업(1200억원)이 차지하는 비중은 0.7%에 불과하다. 하지만 SK하이닉스는 급성장하는 파운드리 시장을 방치하면 회사의 미래가 없다고 판단했다.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에 따르면 파운드리 시장 규모는 지난해 569억달러(약 64조9600억원)에서 2021년 831억달러(약 94조8800억원)로 커질 전망이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우수 인력을 파운드리 분야에 집중시켜 현재 세계 2위인 메모리 반도체에 이어 파운드리 분야에서도 경쟁력을 갖추겠다는 전략"이라고 말했다.

    국내 주요 IT(정보기술) 기업들이 최근 앞다퉈 인력 재배치에 나서고 있다. 산업 구조 변화에 맞춰 실적이 좋지 않거나 성장이 정체된 분야 인력을 과감히 줄이고 신사업 분야로 인력을 집중시키고 있는 것. 또 성장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되는 분야의 인력·기술 확보를 위해 스타트업(초기 벤처기업)을 통째로 사들이기도 한다.

    안 되는 사업은 축소·매각, 미래 사업에 인력 집중

    삼성전자는 지난달 TV사업을 맡고 있는 영상디스플레이 사업부 소속 임직원 200여명을 비(非)메모리 반도체를 만드는 시스템LSI사업부로 전환 배치했다.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과거 시스템LSI사업부에서 일했던 반도체 전문가들이다. 이들은 2006년부터 영상디스플레이 사업부에서 TV 화질을 뒷받침하는 반도체를 개발해왔다. TV 화질 개선 작업이 성과를 거두자 삼성전자가 미래 성장 동력으로 키우고 있는 비메모리 반도체 분야로 다시 보낸 것이다.

    국내 IT(정보기술) 기업들이 미래 먹거리 마련을 위해 인력 재배치에 나섰다. 삼성전자(왼쪽)와 SK하이닉스(가운데)의 반도체 생산 라인에서 기술자들이 생산 현황을 살피고 있다. 서울 우면동에 있는 KT의 AI테크센터에서는 개발자들이 AI 관련 서비스를 시험하고 있다(오른쪽).
    국내 IT(정보기술) 기업들이 미래 먹거리 마련을 위해 인력 재배치에 나섰다. 삼성전자(왼쪽)와 SK하이닉스(가운데)의 반도체 생산 라인에서 기술자들이 생산 현황을 살피고 있다. 서울 우면동에 있는 KT의 AI테크센터에서는 개발자들이 AI 관련 서비스를 시험하고 있다(오른쪽). /삼성전자·LG전자·KT

    LG전자는 2015년부터 스마트폰 부문 개발 인력을 자동차 전장(전자장비) 부품 부문으로 재배치하고 있다. 2015년 3월 말 8049명에 달하던 스마트폰 부문 인력은 올해 3월 말 6707명으로 2년 만에 1342명이 줄었다. 반면 전장 부문 인력은 2381명에서 3943명으로 1562명이 늘었다. LG전자 관계자는 "스마트폰 통신 기술 전문가들은 텔레메틱스(차량 무선 인터넷 서비스)나 자율주행차 관련 기술 개발에도 큰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통신업체들은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떠오르고 있는 IP(인터넷)TV·사물인터넷(IoT)·인공지능(AI)·빅데이터 분야로 개발 인력을 보내고 있다. SK텔레콤은 지난해 12월 빅데이터 서비스를 개발하는 데이터사이언스추진단을 신설한 데 이어 올해 3월 AI사업단을 신설했다. KT도 최근 AI 기술 연구개발을 전담하는 AI테크센터와 인공지능 TV를 개발하는 '기가지니사업단'을 만들었다. LG유플러스는 이달 초 IPTV와 AI, 미디어 사업을 전담하는 홈·미디어부문을 신설했다. 이들 3사(社)의 조직 개편은 회사 전체에 흩어져 있던 관련 인력을 전담 부서에 집중시켰다는 특징이 있다.

    스타트업 인수해 인력·기술 한 번에 확보

    스타트업을 인수해 신사업 관련 기술과 인력을 통째로 확보하기도 한다. 네이버의 경우 지난 7월 AI 기반 대화와 딥러닝(deep-learning·심층 학습) 기술 등을 보유한 스타트업 '컴퍼니AI'를 인수하며 AI 전문가들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이미 2013년부터 삼성넥스트펀드를 조성해 60여개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있다. 사물인터넷 기술 업체 스마트씽즈, AI 기술을 보유한 비브랩스와 무선 결제 기술을 가진 루프페이 등 해외 스타트업 15개는 아예 인수해 기술 인력을 한꺼번에 확보했다. 삼성전자는 올해도 텍스트 음성 변환 기술을 가진 그리스 기업 이노틱스, 스웨덴 헤드폰 제작사 미라우드 등 4개 업체를 인수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스타트업을 인수하면 원래부터 손발을 맞춰 한 팀으로 일하던 인력을 고스란히 데려올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며 "속도가 생명인 신사업 분야 변화에 가장 잘 대응할 수 있는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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