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시위대 "NO" 한마디에… 뒷걸음질만 치는 정부

    입력 : 2017.08.11 03:11 | 수정 : 2017.08.11 08:36

    [전자파 측정 연거푸 무산… 사드 가동 후속조치 줄줄이 지연]

    - 말 바꾸는 反사드 단체들
    전자파 유해하다며 반대하더니 이젠 전자파 측정 자체를 거부

    - 성주 주민들도 단체들 비판
    "전자파 제대로 알 기회인데 왜 무조건 반대만 하나"

    - 공론화의 늪에 빠진 정부
    "간단한 전자파 측정도 절절매" 추가 배치 무한정 늘어질 수도

    국방부와 환경부는 10일 경북 성주의 주한미군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기지에서 실시하려던 전자파 측정을 일부 주민과 단체들의 반대 때문에 다시 포기했다. 정부가 주민들 반대로 전자파 측정을 포기한 것은 지난달 21일에 이어 두 번째다. 국방부는 "좀 더 시간을 갖고 주민들을 설득한 뒤 추후 재추진하겠다"고 했지만, '주민 설득'을 전제로 하는 이상 전자파 측정은 물론 사드 발사대 4기 추가 배치도 불가능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주민 반대에 다시 '무기한 연기'

    국방부는 사드 레이더 전자파의 유해성 논란 해소 차원에서 이날 측정에 주민·단체들에 참관을 제안했고, 주민·단체들이 불참하더라도 예정대로 현장 조사를 진행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일부 주민과 반대 단체가 단순 불참을 넘어 "환경영향평가 검증 절차를 적극 저지하겠다"고 나오자 '무기한 연기'로 방침을 바꿨다. 국방부 관계자는 "현장 조사를 진행할 경우 물리적 충돌이 우려됐다"며 "헬기로 기지에 진입할 계획도 세웠지만 현지 기상 상황이 좋지 않았다"고 했다.


    평양선 핵 공격 집회 여는데… - 9일 북한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군중 집회에 참석한 평양 시민들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제재 결의를 규탄하고 김정은 정권의 입장을 지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북한 노동신문은 이 집회에 10만명이 참가했다고 10일 주장했다.
    평양선 핵 공격 집회 여는데… - 9일 북한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군중 집회에 참석한 평양 시민들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제재 결의를 규탄하고 김정은 정권의 입장을 지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북한 노동신문은 이 집회에 10만명이 참가했다고 10일 주장했다. /노동신문
    성주선 사드 전자파 측정 막아 - 10일 오전 경북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 마을회관 앞에서 대학생과 민노총 회원, 주민들로 구성된 사드 반대 시위대가 정부의 소규모 환경영향평가 실시를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정부는 이날 사드 기지에서 실시하려던 전자파 측정을 포기했다.
    성주선 사드 전자파 측정 막아 - 10일 오전 경북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 마을회관 앞에서 대학생과 민노총 회원, 주민들로 구성된 사드 반대 시위대가 정부의 소규모 환경영향평가 실시를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정부는 이날 사드 기지에서 실시하려던 전자파 측정을 포기했다. /김종호 기자

    전날부터 사드 기지 주변에는 기존 반대 단체들 외에 국내 20여 대학 학생회 연합체인 '21세기 한국대학생연합'(이하 한대련) 소속 대학생과 민노총 조합원 등 수백 명이 합류해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사드 기지로 진입하는 마을회관 앞 2차로를 점거하고 기자회견을 열어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는 평가 기간을 단축하고 주민 의견 수렴 절차를 생략하려는 정부의 꼼수"라고 주장했다. 민주노총 조합원 40여 명도 참여해 '사드 대신 평화, 한·미 군사훈련 중단'이라는 문구를 적은 분홍색 수건을 흔들며 민중가요를 불렀다.

    하지만 '유해 전자파'를 이유로 사드 배치를 반대하던 이들이 정작 전자파 측정을 거부하는 데 대해 성주군민들 사이에서도 비판이 나온다. 성주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전모(여·48)씨는 "'전자파 참외를 먹으면 죽는다'는 둥 괴담이 좀 많았냐"며 "전자파가 어느 수준인지 알아볼 기회인데 무조건 반대만 하는 게 능사는 아니다"고 했다.

    늘어지는 소규모 환경평가

    현재 사드 기지에는 사드 발사대 6기 중 2기만 배치돼 있다. 환경영향평가를 마친 뒤 평탄화 작업 등 필요한 공사를 통해 1개 포대(발사대 6기)를 한꺼번에 배치하는 게 순서지만, 연초부터 북한이 급진전된 미사일 능력을 과시하자 한·미는 지난 4월 26일 레이더와 발사대 2기를 긴급 야전 배치했다. 하지만 고출력 레이더를 가동할 고압 전기 공급 시설이 갖춰지지 않아 4개월째 비상용 발전기를 돌리는 상황이다. 그나마도 사드 기지로 들어가는 육로가 시위대에 막혀 주한 미군은 헬리콥터로 발전기 가동용 유류를 조달하고 있다. 현재 진행 중인 소규모 환경영향평가가 끝나야 전기 공사를 통해 이런 불안한 상황을 끝낼 수 있다.

    10일 무산된 전자파 측정은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를 마무리하기 위한 환경부의 '현장 조사'의 일환이었다. 국방부는 "되도록 빨리 현장 조사를 재추진한다"는 방침이지만 주민·단체들이 계속 물리력을 행사하며 '현장 조사'가 무한정 늘어질 가능성이 있다.

    공론화 늪에 빠진 정부

    국방부가 주민·단체가 참여하는 전자파 측정을 시도한 것은 이른바 '공론화'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가 강조해온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전자파 유해성에 대한 주민들의 우려를 해소해 주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야권에선 "가장 간단한 공론화 절차인 전자파 측정도 이렇게 애를 먹는데 앞으로 남아있는 훨씬 복잡한 공론화 절차를 어떻게 밟을지 걱정"이라는 말이 나왔다.

    문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4형 발사 직후 발사대 4기의 임시 배치를 지시함에 따라 환경영향평가 결과와 상관없이 발사대 4기를 야전 배치할 근거는 마련됐다. 그럼에도 국방부는 "주민들을 설득하겠다"며 "지난 4월처럼 발사대를 기습 배치하진 않겠다"고 밝혔다. 소규모 환경영향평가가 끝나면 1년 정도 걸리는 일반 환경영향평가도 하겠다는 게 국방부 방침이다. 일반 환경영향평가는 주민 공청회가 필수다. 공청회는 '최고 난도의 공론화 절차'로 꼽힌다.

    [키워드정보]
    전자파 때문에 사드 반대한다더니… 측정 막는 사람들
    이전 기사 다음 기사
    기사 목록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