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양의무자 단계 폐지… 자녀 소득 있어도 주거비 지원

    입력 : 2017.08.11 03:03

    [기초생활보장 3개년 계획]

    노인·중증장애인 있는 가구는 올 11월부터 생계·의료비 지원
    3년뒤 수급자 163만→252만명… 2022년까지 예산 10조원 필요

    기초생활보장 대상자는 내년 10월부터 부모나 자녀 등 자기를 부양하는 가족이 있더라도 정부로부터 주거 임대료를 지원받을 수 있다. 수급 대상자가 노인이고 부양의무자 가구 중 중증 장애인이 있는 가구 등은 당장 올 11월부터 기초생활급여를 받을 수 있다.

    정부는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한 '제1차 기초생활보장 종합 계획'(2018~2020년)을 10일 발표했다. 부모나 아들·딸 등 부양의무자가 있으면 어렵게 살아도 수급자에서 탈락해 '빈곤 사각지대'로 몰리는 경우가 많아 부양의무자 기준을 단계적으로 폐지하는 것이다. 보건복지부는 "이번 대책을 통해 현재 163만명(총인구의 3.2%)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를 2020년 252만명(인구 대비 4.8%)까지 늘려 빈곤층을 두텁게 보호하고, 기초생활보장 혜택을 못 받는 약 93만명의 비(非)수급 빈곤층은 2020년까지 최대 60만명 줄이겠다"고 밝혔다. 다만 소요 재정이 2020년까지 4조3000억원, 2022년까진 9조5000억원에 이르러 또 다른 '퍼주기식 복지'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노인이 장애인 부양 사라져

    서울 종로구에서 월세 16만7000원을 주고 홀로 사는 문모(81)씨는 딸이 있다는 이유로 지금껏 기초생활급여를 못 타 기초연금 20만6050원으로 겨우 살아왔다. 하지만 올 11월부터 문씨는 기초연금은 물론 기초생활급여 46만3170원(생계 28만9830원, 주거 17만3340원)을 탈 수 있다. 문씨의 딸은 장애가 있는 자녀가 있어 정부가 이번에 마련한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부양의무자 기준은 단계적으로 폐지된다. ▲2019년 1월부터는 소득·재산 하위 70%에 속하는 중증 장애인이 있는 가구 ▲2022년 1월부터는 소득·재산 하위 70% 노인이 포함된 가구에 부양의무자 기준을 없애 생계·의료급여 등을 지원하기로 했다. 상대적으로 부담이 큰 주거 문제를 해결하자는 차원에서 주거급여의 부양의무자 기준은 내년 10월부터 아예 폐지된다.

    그간 기초생활급여를 타려면 ①일정 기준 이하로 어렵게 살면서 ②자기를 도와줄 부양의무자까지 없어야 한다는 두 가지 조건이 맞아야 해 비수급 빈곤층이 많았다. 부양의무자 기준을 차츰 없애 현재 93만명 수준인 비수급 빈곤층을 2020년엔 33만명, 2022년엔 20만명으로 줄이겠다는 게 정부 계획이다. 이와 함께 기초생활 급여별 보장 수준도 강화된다. 예컨대 ▲주거급여 대상을 확대(중위 소득 43%→45%)하고 ▲교육급여의 경우 중·고생에만 주던 학용품비를 2018년부터 초등학생에게도 추가 지원하며 ▲의료급여 역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계획과 연계해 본인 부담 상한액과 부담률을 줄여나간다는 방침이다.

    2022년까지 10조원 드는데…

    그러나 잇따라 추진되는 굵직한 복지정책에 막대한 소요 재원이 우려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복지부에 따르면 이번 기초생활보장 종합 계획 추진에 향후 3년간(2020년까지) 4조3000억원, 정부 임기(2022년까지) 동안엔 약 9조5000억원의 재원이 추가 소요된다. 앞서 지난 9일 정부가 발표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에도 30조6000억원의 재원 소요가 예상돼 복지 재원은 눈덩이처럼 불어날 전망이다.

    부양의무제 폐지에 대한 부작용 등을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봉주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부양의무자가 폐지되면 독립 가구가 늘어나 가족 해체 유인 요소가 생기는 등 예기치 않은 부작용도 생길 수 있어 면밀한 검토 작업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저소득층 지원뿐 아니라 저소득층의 빈곤 탈출을 위한 '사다리' 대책도 강화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이와 관련, 정부는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와 차상위 계층에 제공되는 자활 근로 일자리를 현재 5만개에서 3년 뒤 5만7000개로 늘리고, 자활 기업은 같은 기간 1200개→1800개로 늘리는 방안을 마련해 시행할 예정이다.

    부양의무자

    국민기초생활보장법상 수급권자의 부모, 아들·딸 또는 사위·며느리를 말한다.

    ☞비수급 빈곤층

    소득 규모로는 기초생활수급자에 해당하지만 부양의무자가 있어 수급비를 못 받는 빈곤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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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효도는 국가 책임…부양 의무자제 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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