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에서] 영혼을 빼앗긴 산업부

    입력 : 2017.08.11 03:14

    이위재 산업1부 차장
    이위재 산업1부 차장

    현 정부 들어 승진한 산업통상자원부 이인호 차관은 과거 노무현 정부 시절 원자력산업과장을 지냈다. 당시 한 세미나에 참석, "미국은 이미 가동 중인 원전 운영 허가 기간을 연장한 데 이어 신규 원전 발주도 가시화 단계에 있다"며 "중국과 인도, 러시아, 일본도 원전 확대 정책을 발표하는 등 세계적으로 원자력에 대한 관심과 비중이 커지고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그러던 그가 최근 간담회에선 "원전은 객관적으로 수치화하기 어려운 사고 위험성이나 폐로 문제, 사용후핵연료 처리 문제, 사회적 갈등 비용 등을 충분히 반영해야 한다"고 역설하면서 탈원전 정책 정당성을 전파하는 데 여념이 없다.

    산업부 원전산업정책과는 주요 업무가 '(원전) 계속 운전, 원자력 홍보 총괄, 원전 건설 및 신규 부지 확보, 원전 산업 국제 협력,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 및 원전 상생 협력 방안 수립'이다. 산업부 홈페이지에도 떠 있다. 그런데 얼마 전 쏟아지는 탈원전 반대 보도에 대응한다고 "원전 발전 비중은 2000년대 이후 감소 추세"라는 참고 자료를 냈다. "OECD 국가 중 독일, 스위스, 이탈리아는 탈원전을 결정했으며, 프랑스도 2025년까지 원전 비중을 50%로 축소키로 결정했다" "원전 비중을 확대하거나 건설을 확대하는 나라들은 중국이나 인도, 파키스탄 등 개발도상국"이란 설명도 달았다. 산업부 공무원들은 요즘 시쳇말로 '유체 이탈' 상태를 경험하고 있다. 그 변곡점엔 탈(脫)원전 문제가 놓여 있다. 원전은 원래 산업부가 전력 문제 해결과 관련 산업 발전을 위해 오랫동안 적극 장려했던 분야다. 원전산업정책관실을 따로 만들어 챙겼다.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7월 31일 오전 국회에서 김태년 정책위의장, 홍익표 정책위부의장, 백운규 산자부 장관, 이인호 차관 등이 참석한 가운데 탈원전 정책 당정회의를 가졌다. /이덕훈 기자
    지난해와 올 초까지만 해도 산업부 간부들은 전기 사용량이 늘고 있고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하려면 원전을 포함, 발전소를 늘려 충분한 전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곤 했다. "원전 마피아 같은 주장"이라고 어깃장을 놓으면 "에너지 정책은 국가 백년대계"라는 훈장 같은 답변이 돌아왔다.

    그런데 갑자기 시절이 수상해지면서 정체성을 부정해야 하는 '철학적' 딜레마에 빠진 셈이다. 물론 공무원들에겐 정부 정책에 협조하고 추진해야 하는 책무가 있다. 그럼에도 그 과정에서 다른 의견을 내고 치열한 토론을 통해 더 나은 정책 방향을 끌어내는 건 마땅한 절차다. 지금 정부가 과거 정부 과오를 비판하면서 줄기차게 지적했던 게 이런 지점이었다. 하지만 산업부 직원들에게 물어보면 적어도 탈원전 문제에서는 현 정부는 겉 다르고 속 다른 행태를 거듭하고 있다. 소통 흔적은 보이지 않고 일방통행이다. 원전 담당자들에게 탈원전을 추진·홍보하라는 날벼락 같은 지시를 내리면서 열정이 안 보인다고 느꼈는지 청와대 경제보좌관이 찾아와 더 적극적으로 못하느냐고 호통 치는 게 지금 정부 본색이다. 지난 정부 불통(不通)에 염증을 느꼈던 산업부 직원들은 현 정부가 출범한 지 3개월밖에 안 됐는데 벌써 '이 또한 지나가리라' 하고 되뇌고 있다. 누가 이렇게 만들었는지 안타깝다.

     

     

    [기관정보]
    산업부 차관 “탈원전으로 인한 전기요금 인상 없어”
    이전 기사 다음 기사
    기사 목록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