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리브해 특파원의 '대구'

  • 한은형 소설가

    입력 : 2017.08.11 03:03

    [한은형의 탐식 탐독]

    작가의 이력만으로도 기가 죽는 경우가 있다. 무슨 어디 대사를 역임했다거나 엄청난 부를 일구었다거나 야생을 누비며 장총을 휘두른다거나 하는 경우, 를 말하는 게 아니다. 내가 혹하는 작가의 전직 직업은 이런 유다. 숲 관리원이라든가 등대지기, 탐조 전문가, 열대어 브리더(breeder·번식 전문가), 가정용품 방문판매원 등등.

    '대구'를 읽게 된 것은 순전히 이 책을 쓴 마크 쿨란스키의 특이한 이력 덕이다. 극작가, 어부, 항만 노동자, 법률가 보조원 등으로 일했고, '시카고트리뷴'의 카리브해 특파원이었단다. 카리브해 특파원이라니! 파리 특파원이나 워싱턴 특파원과는 비교도 안 되는 멋이 흐르는 것이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글맛이 그저 그러면 슬며시 애정을 거둬버리는 게 나의 독서 행태인데, 이 책은 그렇지 않았다.

    마치 '모비딕'을 읽을 때처럼 수시로 등장하는 배, 바다, 어업과 관련된 단어들이 내가 지금 바닷바람을 맞고 있다는 생생함을 주고, 대구와 관련된 이야기와 역사적 사실이 지적 재미를 자극하며, 사이사이 끼어드는 '프랑스식 조리법'이나 '잉글랜드식 조리법' 같은 대구를 다루는 요리법들이 침샘을 건드리는 것이다.

    가장 흥미로웠던 대구 요리법을 소개한다. "마른 대구를 돌 위에 놓고 망치로 두들겨 가루로 만든다. → 마늘을 빻는다. → 올리브유를 연기가 날 때까지 가열 → 이 연기 나는 올리브유에 페브레타(붉은 고추라고), 빻은 마늘, 가루가 된 대구를 넣고 갈색이 될 때까지 조리 → 이 조리된 갈색 물질 위에 캄파뉴 빵 조각을 흩뿌림 → 맛있게 먹는다." 맛있게 먹지 말라고 해도 맛있을 것 같다.

    사실 이 대구 요리법이 흥미로운 이유가 따로 있는데, 시중에 알려지게 된 정황 때문에 그렇다. 1982년, 영국의 소설가 그레이엄 그린이 프랑스 니스에서 말년을 보내던 중 니스 시청에서 벌어지는 부패에 대해 공개 고발하기 시작한다. 그린이 음모를 다루는 소설을 주로 쓰는 사람이다 보니 편집증이 아닐까 하는 시각이 있었다고. 니스 시장 자크 메데생은 인터뷰를 하다가 이 그린의 주장에 관한 질문을 받게 되는데, 갑자기 딴청을 피우며 이 대구 요리법에 관해 한참을 설명했던 것. 그러고는 이렇게 경고했다고. '갈증이 최소한 나흘이나 닷새쯤 지속될 테니 잘 구비된 와인 저장고가 없는 사람은 이 조리법을 시도하지 말라.' 얼마 후 이 자는 남아메리카로 도주했다.

    스케일이 큰 사기꾼답게 우리에게 이 허장성세 넘치는 대구 요리법을 남긴 채.

    이전 기사 다음 기사
    기사 목록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