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 녹음됩니다" 자동 알림法 도입되나

조선일보
입력 2017.08.10 03:04

[한국당, 입법 추진… 찬반 팽팽]

- "사생활 보호 위해 필요"
몰래 카메라 피해 막는 것처럼 원하지않는 녹음 피하게 해줘야

- "약자 방어수단 지켜줘야"
부당 협박·폭력성 발언 노출 때 증거로 채집할 수 있게 허용돼야

- 외국에선 엄격히 규제
美 12개州 동의없는 녹음은 불법… 2500달러 벌금 또는 1년 징역형

자유한국당이 일명 '통화 녹음 알림법'을 '이달의 법안'으로 선정해 집중 추진하기로 한 것으로 9일 알려졌다. 이 법안은 휴대전화 통화 당사자 중 한 명이 통화 중에 '녹음' 버튼을 누르면 상대방이 이 사실을 알 수 있게 음성 안내 메시지가 들리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한국당은 매달 소속 의원들이 낸 민생 관련 법안 가운데 '이달의 법안'을 선정해 당력을 집중하기로 하고 있다. 한국당 정책국은 "시민 사생활 보호를 위해 꼭 필요한 법"이라고 했다. 반면 "사회적 약자나 불법 행위 피해자들이 민·형사 사건의 증거를 모으는 데 어려움이 생길 것"이라는 등 반대 의견도 있어 국회 심의 과정에서 논란도 예상된다.

"무단 녹음은 사생활과 인격권 침해 우려"

'통화 녹음 알림법'(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은 한국당 김광림 의원이 지난달 20일 발의했다. 통신사로 하여금 휴대전화 이용자가 통화 내용을 녹음하는 경우 그 사실을 통화 상대방에게 알릴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 구축을 의무화하는 게 핵심이다. 몰래카메라 범죄를 막기 위해 휴대전화 카메라를 작동할 때 자동으로 '찰칵' 소리가 나도록 한 것처럼 통화 중 어느 한 쪽이 '녹음' 버튼을 눌렀을 때 '상대방이 녹음 버튼을 클릭했다'는 등의 음성 안내가 들리게 하자는 것이다.

김 의원은 통화 녹음 알림이 필요한 이유로 '사생활과 인격권 보호'를 들고 있다. 몰래 녹음된 통화 내용이 일반에게 알려져 당사자의 프라이버시나 비밀이 침해당하는 사례가 빈발하는 만큼 적어도 통화 녹음 사실은 상대가 알 수 있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의원은 "최근 통화 녹음이 겁이 나 전화도 마음 놓고 못 하겠다는 민원이 많다"며 "통화 당사자가 상대방이 녹음하는지를 알고 통화를 계속할지, 어떤 발언을 할지 선택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라고 했다.

통화 녹음 외국에선 불법인 경우 많아

현행법상 통화 당사자라면 상대방 동의 없이 대화 내용을 녹음해도 법적으로 문제 되지 않는다. 통신비밀보호법이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청취해선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제3자가 아닌 통화 당사자는 상대 동의 없이 통화 내용을 녹음해도 불법이 아닌 것이다. 이에 따라 통화 당사자가 녹음한 통화 내용은 상대방 동의 여부에 관계없이 민·형사 재판에서 적법한 증거로 인정받는다. 김 의원의 통화 녹음 알림법도 녹음 자체를 불법으로 하자는 취지는 아니다.

하지만 상대방 동의를 받지 않은 통화 녹음이 불법인 나라도 적잖다. 미국 50개 주(州) 가운데 12개 주가 통화 당사자 모두가 동의하지 않은 녹음은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캘리포니아주법(state law)에선 상대방 동의를 받지 않는 대화 녹음 행위는 2500달러 이하의 벌금 또는 1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프랑스에선 어떤 형태의 대화 녹음도 불법이고, 녹음이 법적 증거로도 인정되지 않는다. 독일·아일랜드·호주·캐나다 등에선 상대방이 동의하면 녹음은 가능하지만 녹음 전에 상대방에게 녹음 의도를 명확히 설명해야 한다. 영국·일본 등에선 우리나라처럼 상대방 동의 없이 녹음은 가능하지만 녹음한 내용을 제3자에게 제공하거나 특정 용도로 사용하는 것은 허용하지 않는다. 김 의원은 "미국 제품인 아이폰 단말기에 통화 녹음 기능이 들어 있지 않은 것도 상당수 주에서 통화 녹음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으로 안다"며 "우리는 녹음 자체를 막자는 게 아니라 적어도 상대방이 알게 하자는 것"이라고 했다.

"'몰카'와 '통화 녹음'은 다르다"

통화 녹음 알림이 도입되면 실생활에서 통화 녹음은 상당히 제한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선 "사회적 약자들이 부당한 협박이나 폭력성 발언을 들었을 때 이를 증거로 채집하기 어렵게 만들 수 있다"는 반론도 나온다. 사회적 약자들이 자신을 방어하기 위한 수단으로 통화 녹음을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통화 녹음은 이혼 재판을 비롯한 각종 민사소송, 협박이나 스토킹 같은 형사사건 재판 등에서 결정적 증거로 활용되고 있는데 통화 녹음이 어려워지면 사건의 시비(是非)를 가리기 위한 증거 수집이 상당히 어려워질 것"이라고 했다.

통화 녹음 알림이 불법행위를 은폐하는 데 악용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전직 검찰 간부는 "통화 녹음이 범죄 입증의 결정적 단서나 증거로 활용되는 경우가 많다"며 "통화 녹음을 어렵게 만들면 불법을 밝혀내기가 지금보다 곤란해질 것"이라고 했다. 반대론자들은 "통화 녹음은 쌍방향 소통 와중에 이뤄지는 것이어서 통화 녹음 알림이 없어도 상대방이 녹음 가능성을 어느 정도 인지할 수 있다"며 "상대방 몰래 이뤄지는 몰카와 통화 녹음을 같은 차원에서 비교하는 것은 무리"라고도 하고 있다.


[기관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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