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늘린다는 '일자리 예산'… 이미 새고 있더라

    입력 : 2017.08.10 03:04

    - 국민권익위, 보조금 비리 접수
    최근 3년7개월간 신고사례 분석
    104건 수사·감독기관에 넘겨… 94명 기소… 보조금 81억 환수

    올해 4000여개 사업 20兆 규모… 정부는 전수·실태 조사도 안해
    '도덕적 해이' 더 키울 예고편

    문재인 정부는 일자리 관련 예산을 더 늘리겠다는 방침이다. 일자리 예산은 박근혜 정부 때도 계속 늘어서 올해는 중앙정부 관련 예산만 약 17조원이고, 지방정부 예산까지 합하면 약 20조원 규모다. 그러나 제대로 관리되지 않아 헛되이 쓰이고 있다는 사례들이 드러났다. 치밀한 점검과 관리 없이 예산부터 늘리면 앞으로 어떤 낭비와 도덕적 해이가 일어날지를 보여주는 '예고편'이라 할 수 있다.

    ◇도덕적 해이 더 커질 수도

    국민권익위원회는 9일 "최근 3년 7개월간 복지·보조금 부정신고센터에 접수된 고용·노동 분야 156건의 신고 사건 중 104건을 수사 및 감독기관에 이첩·송부했다"며 "그 결과 94명이 기소됐고 81억원이 환수됐다"고 밝혔다. 권익위는 "일자리 창출을 위한 각종 정부 지원금들이 관리의 사각지대에 놓여 적지 않게 누수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했다. 이날 발표된 사례와 액수는 권익위에 '신고가 된 것'들만 취합한 것이다. 관리 부실 등으로 실제 현장에서 얼마나 많은 예산이 새고 있는지는 파악조차 힘들다는 것을 정부 당국자들도 인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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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용섭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이 지난 8일 서울 광화문 일자리위원회 회의실에서 브리핑을 하고 있다. /박상훈 기자
    이날 권익위가 발표한 사례 몇 가지만 봐도 문제가 드러난다. 서울 소재 A제조업 회사 대표는 2013년 기존에 근무하고 있던 직원 6명을 신규 인턴으로 채용한 것처럼 속여 '청·장년 인턴 채용 지원금' 1460만원을 타냈다. 또 인턴 기간 종료 후 다시 이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한 것처럼 속여 1950만원을 추가로 타냈다. 청년취업지원금 제도를 악용한 것이다. 대구 소재 B사 대표는 2012년부터 2014년까지 정부로부터 자신이 운영하는 사회적기업의 인건비 3억5260만원을 지원받았다. 하지만 이 사회적기업 직원들을 자신이 운영하는 다른 기업에서 근무를 시키거나, 이미 퇴직한 사람을 근무하고 있는 것처럼 꾸며 인건비를 지원받아 왔다. '사회적기업 인건비 보조금' 제도를 악용한 것이다. 또 울산의 김모씨 등 5명은 2015년 7월 울산시가 진행한 지역 주민 창업 지원 사업에 신청했다. 5개월간 교육을 받고 창업 계획 서류를 내서 장비 임대료·간판 제작비·재료 구입비 명목으로 보조금 6400만원을 받았다. 그러나 실제로는 김씨가 자신의 집 주소를 새로 창업한 사무실인 것처럼 속여 서류를 꾸몄고, 일당 5명이 받아낸 6400만원은 김씨 등의 기존 다른 회사 운영자금으로 사용됐다. '지역·산업 맞춤형 일자리창출 지원 사업' 예산을 챙긴 사례다. 이 같은 제도는 현 정부 고용 창출 정책에도 포함돼 있다.

    중앙정부 일자리 예산
    그 밖에도 ▲실제 근무하지 않은 자를 인턴으로 등재하거나 청년 공제에 가입시킨 경우 ▲임금을 부풀려 지원금을 수령한 경우 ▲연구개발, 어린이집, 요양급여 인건비 지원금을 타내기 위해 다른 사업장 종사 직원을 허위 등재한 경우 ▲근무시간·근무 일수 등을 부풀린 경우 ▲장애인 일자리 창출 사업 지원금을 타내기 위해 허위로 등재한 경우 등 각종 사례가 적발됐다.

    ◇올해 기준 연간 20조원

    중앙정부가 취업 취약 계층의 일자리를 만들고 지원하는 데 쓰는 예산은 올해 기준 185개 사업, 17조736억원 규모다. 이 외에 지자체별로 하는 일자리 사업도 4186개다. 이 중 예산 파악이 가능한 지자체 사업은 3288개에 예산은 2조6608억원(2016년 기준)이다. 4000여 개 사업에 20조원 가까운 예산이 쓰이고 있지만, 고용노동부 등 정부 차원의 이렇다 할 전수·실태 조사는 없어 '퍼주기식 예산 낭비'라는 지적이 계속 있어 왔다. 한 지자체 일자리 사업 담당자는 "중앙의 총괄·조정 기능이 없어 중앙과 지자체가 각각 따로 논다"며 "대부분 중앙정부 모델을 따다 사업을 확대하다 보니 중복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그러다 보니 반복적으로 '나쁜 일자리'를 양산하고 기업과 구직자들의 도덕적 해이를 방조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자리위원회도 이 같은 문제점을 알고 있다. 이에 따라 중앙·지자체 간 유사 사업을 점검하고, 지역 여건에 맞게 사업 요건을 조정하여 운영할 수 있도록 일자리 사업을 혁신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현 정부는 부처·지자체 업무 평가에 '일자리 창출' 항목을 각각 2순위·1순위로 평가하기로 하면서, 현장에서는 일단 '질보다 양' 우선의 성과 내기에 급급할 우려가 더 커진 상태다. 전문가들은 "기존 사업과 예산에 대한 철저한 평가부터 해야 한다"고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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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패방지와 국민권리보호를 위해 설립한 권익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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