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공 대통령은 '불사조'

    입력 : 2017.08.10 03:04

    제이컵 주마, 불신임안 또 부결… '만델라黨' 덕에 이번에도 살아남아
    계속된 부패 추문에도 8년째 집권

    "언론은 여러 차례 주마의 정치생명이 끝났다는 '부음 기사'를 썼다. 하지만 그때마다 주마는 불사조처럼 잿더미 속에서 부활했다."

    영국 BBC는 8일(현지 시각) 각종 부패 스캔들로 퇴진 위기에 몰렸던 제이컵 주마(75·사진) 남아공 대통령이 또 기사회생한 것에 대해 이렇게 보도했다. 이날 남아공 의회는 주마 대통령 불신임 투표를 진행했다. 2009년 집권 이래 8번째 치러진 불신임 투표였다. 이번엔 야당 제안으로 남아공 의회 역사상 처음으로 비밀투표 방식으로 이뤄졌다. 그러나 개표 결과 의원 총 400명 가운데 177명만 찬성표를 던져 주마는 대통령직을 유지하게 됐다.

    제이컵 주마 남아공 대통령
    /EPA 연합뉴스
    주마가 처음부터 국민의 미움을 받았던 것은 아니다. 한때 그는 흑백 인종 분리 정책인 '아파르트 헤이트' 철폐를 위해 싸운 민주 투사였다. 17세 때 남아공의 국부(國父)로 칭송받는 넬슨 만델라가 키운 정당 '아프리카민족회의(ANC)'에 들어가 정치를 시작했다. 21세에는 민주화 운동 가담 혐의로 10년 형을 선고받고 만델라와 함께 수감 생활을 했다.

    1994년 남아공 첫 민주 선거로 만델라가 최초의 흑인 대통령에 당선되자, 측근인 주마도 본격적인 정치 활동을 했다. 2007년엔 ANC 당 대표로 선출되며 '만델라 후계자'가 됐다. 그러나 권력을 잡은 이후 주마는 각종 스캔들을 줄줄이 일으켰다. 2005년엔 성폭행 혐의로 기소됐다가 이듬해 무죄 선고를 받았다. 무기 사업권을 둘러싼 뇌물 수수 혐의도 받았다. 그럼에도 주마가 2009년 대통령에 당선된 것은 만델라 후계자라는 정치적 후광을 크게 입었기 때문이다.

    대통령에 취임한 주마는 잇따른 경제정책 실패로 남아공을 위기로 몰았다. 경제난은 심화됐고 노동계 불만은 폭발했다. 대통령 연임 첫해인 2014년엔 사저에 수영장과 원형 경기장 등을 짓기 위해 국고 수백만달러를 유용한 사실이 드러났다. 작년엔 인도계 재벌인 굽타 일가가 연루된 '비선 실세' 부패 스캔들이 불거져 '주마(Zuma)'와 '굽타(Gupta)'를 합친 '줍타(Zupta)'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났다.

    이런 스캔들에도 주마는 의회 다수 석(249석)을 차지한 ANC 영향력 덕분에 8차례의 불신임 투표 등을 모두 이겨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ANC 내부에서도 "주마는 수치스러운 지도자"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어 그가 2019년까지 대통령 임기를 채울지 장담할 수 없다는 관측도 나온다. BBC는 고양이 목숨은 9개라는 서양 미신에 빗대 "지금까지 8번 살아남은 주마에게는 이제 단 한 번의 기회만 남았다"고 보도했다.

    [나라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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