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총리의 2兆예산 절감 읍소 정치인 장관 부처에 먹힐지…

    입력 : 2017.08.09 18:47 | 수정 : 2017.08.09 18:48

    /조선DB
    "허리띠를 졸라매서 지출을 2조원 더 줄여야 합니다. 전 부처가 도와주셔야 예산안을 짤 수 있습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9일 경제 관계 장관 회의를 주재하면서 다른 장관들에게 호소하다시피 도움을 요청했다. 내년 예산안 확정이 3주 앞으로 다가왔는데, 기존 정부 사업을 대거 줄이지 않으면 문재인 대통령이 내건 공약을 이행할 재원을 마련할 방도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휴가 중인데도 몸소 회의를 주재하면서 장관들에게 이런 요청을 했다.

    대통령 공약에 따른 정부 지출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예정이라 애초 정부가 계획한 지출 9조원 감소로는 모자라 2조원을 더 줄여 11조원을 감량하겠다며 모든 부처에 협조를 부탁한 것이다. 기재부의 한 간부는 "복지 예산이 너무 많이 들어간다. 추가적인 재정 다이어트가 불가피하다"고 했다. 정부는 공약 이행 차원에서 내년부터 0~5세 아이를 둔 모든 가정에 아동 수당 월 10만원을 지급하는 제도를 신설하고, 기초연금도 월 20만원에서 25만원으로 늘릴 계획이다. 당장 내년에 아동수당과 기초연금에만 7조원을 더 써야 한다. 또 최저임금의 가파른 인상으로 소상공인이 추가 부담해야 할 인건비가 급증하게 되는데, 그중 3조원을 재정을 투입해 메워주기로 약속한 상태다.

    하지만 다른 부처들이 순순히 예산 삭감을 받아들일 분위기가 아니다. 김용진 기재부 2차관은 최근 각 부처 기획조정실장을 불러 모아 "지출 구조조정을 제대로 한 부처에는 나중에 특별히 인센티브를 줄 테니 도와달라"고 했지만 반응은 시원찮았다고 알려졌다. 사회 부처의 한 국장급 간부는 "예산이 줄면 공무원의 역할과 영향력이 줄어드는 건데 누가 순순히 자기 사업을 없애자는 데 동의하겠냐"고 말했다.

    게다가 여당 의원 출신 장관이 많은 것도 기재부 말이 제대로 먹히지 않는 이유가 되고 있다. 증세, 최저임금, 부동산 대책 등 핵심 정책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김 부총리의 영향력이 크지 않다는 게 관가에 널리 드러났다. 김 부총리는 지출을 줄여야 할 분야로 도로·철도 등 SOC(사회간접자본)를 지목했는데,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순순히 받아들일지 관심거리다. 기재부 예산실의 한 관계자는 "다른 부처에서 '우리 장관이 너희 부총리에게 힘으로 밀리지 않는다'는 식의 태도를 보이는 경우가 있어 곤혹스러울 때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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